윤 대통령이 당장 8월 첫째 주가 시작되는 1일부터 ‘국정운영 구상’을 명목으로 일주일 내내 휴가를 떠나고,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들 역시 휴가 일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도부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당 내외 압력에 발목 잡힌 듯,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과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 선언으로 대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주중에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쪽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달라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는 일부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지도부 사퇴 국면이 조심스럽게 예견됐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지난 29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 선언을 시작으로, 31일 조수진 최고위원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윤영석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의 공식 유권해석상 ‘사고’ 상태인 이준석 대표와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출마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던 김재원 의원을 포함해 기존 지도부 9명 중 5명이 공석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회 의결 기능에 차질이 생긴 당은 비대위 체제 전환 논의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대통령인데?
정권 출범 후 대통령실 참모진 및 내각 인사의 잇따른 실패와 김건희 여사 지인의 해외 순방 동행 및 대통령 부부의 친인척·지인 사적 채용 논란 여러 건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한 달 반 즈음이던 6월 말을 기점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아지는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10년도 더 된 데다 출처도 불분명한 가세연발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근거로 한 징계 국면과 이에 따른 당 내홍도 대통령 국정 부정 평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면이 있다. 이밖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방침에 따른 경찰 장악 논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 등도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가 이준석 대표의 직무대행을 하게 된 권성동 대행에게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8%(7월 29일 리얼미터 기준)까지 폭락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이처럼 정권 출범 이후 발생한 리스크의 대부분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파생되고 있는데, 사태 수습의 책임을 떠안는 격으로 혼돈에 빠진 건 사실상 그간 ‘여의도 출장소’ 노릇만 해왔던 여당이라는 점이다.
각종 리스크와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식의 인식은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문답에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잇따른 질문에 “지지율은 별로 의미 없는 것”, “(지지율 하락)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등의 황당한 발언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잇따른 인사 실패 지적과 관련해서도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라며 논란의 본질과는 무관한 문재인 정부 인사를 언급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는가 하면,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한 질문에는 “다른 말씀 없냐”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논란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서는 “친인척이라고 해서 능력이 있어도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공정”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응대하는가 하면, 논란이 됐던 각종 인사 경위나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건희 여사 지인의 봉하마을 및 해외 순방 동행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의 태도는 모르쇠와 허위해명, 번복을 거듭하다가 수세에 몰리면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된 국면에서는 아예 대통령이 숨어버렸다. 윤 대통령은 예정에도 없던 외부 일정을 급하게 잡아 용산 청사 도어스테핑을 피했고, 8월 1일부터는 1주일 동안 휴가를 떠난다. 권성동 직무대행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격려 차원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대신 해명했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게 그렇게 큰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각종 리스크를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끝없이 추락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듯하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 적절한 역할이 필요한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는 구호만 있고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현재 상황에서, 과연 어떤 타개책이 나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물론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합리적 비판이나 국정 운영과 관련한 여당 역할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 등 최근 거론되고 있는 각종 타개책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지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그런 이야기는 주의깊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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