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제 개편안, ‘서민 중산층 혜택’ vs ‘부자감세’ 프레임 격돌
보수언론 대우조선해양 ‘파산론’ 군불
윤석열 정부 세제 개편안을 두고 신문의 평가가 엇갈렸다. 보수성향 신문사들은 서민과 중산층 혜택을 1면에 부각했고, 경제 선순환을 전망했다. 반면 진보성향 신문사들은 ‘부자감세’로 규정해 비판했다. 국회 논의를 앞두고 언론부터 격돌하는 모양새다.
세제 개편안, ‘서민 중산층 혜택’ vs ‘부자감세’
윤석열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행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고, 과표 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줄인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이 역시 세율을 낮춘다. 가업승계시 상속 및 증여세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액을 늘린다. 소득세의 경우 총급여 8800만 원 이하는 소득세율 구간별로 과표 구간을 상향해 직장인의 세금 부담을 일부 줄이는 면도 있다. 중소기업의 특례세율 10% 적용 범위는 기존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린다.
세제개편안은 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으로 ‘격론’이 예상된다.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신문사들은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보수성향 신문사들과 경제지들은 ‘서민 중산층 혜택’과 ‘경제 선순환’ ‘징벌적 과세 정상화’ 등을 강조했다.
이들 신문은 개편안의 여러 항목 가운데 직장인 소득세에 주목했다. 매일경제의 1면 기사 제목은 ‘연봉 7800만원 소득세 54만원 덜 낸다’다. ‘직장인 소득세, 최대 83만원 줄어든다’(조선일보), ‘직장인 근로소득세 최대 83만원 덜낸다’(중앙일보) 등 1면 기사도 직장인의 혜택을 강조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혜택을 부각한 것이다.
매일경제는 ‘윤석열정부 세제개편안, 징벌적 세금폭탄의 정상화다’ 사설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세제 정책을 ‘징벌적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현 정부의 개편안을 ‘정상화’로 평가했다. 매일경제는 기존의 종부세, 법인세 등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 이런 세제를 다시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국민에게 전방위적으로 세금을 무겁게 매긴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 세제’가 5년 만에 대폭 손질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신문은 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촉진되는 등 ‘선순환’을 전망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특례세율 10%의 적용 범위를 기존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경기 둔화에 허덕이는 중소·중견기업에는 고용 및 투자 여력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역시 ‘법인세율 낮춰 21조 설비투자 유도... 일자리 배당확대 선순환’ 기사를 통해 대동소이한 내용을 다뤘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재계를 위한 선물’ ‘부자감세’로 규정해 비판했다. 한겨레 1면 기사 제목은 ‘대기업 집부자 세금 6조나 깎아준다’다. 경향신문은 이번 개편안을 다룬 기사 제목을 ‘재계 선물 들어준 종합선물세트’라고 뽑았다. 이들 신문은 ‘직장인’ ‘서민 중산측’ 혜택을 강조했던 보수·경제 신문들과 달리 실질적으로 ‘부자 감세’의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국의 법인세율이 높다’는 주장에 “명목 최고세율은 25%지만 감면과 공제 등을 통해 이익의 17.1%만 세금으로 냈다”고 반박했다. 종부세에는 “지난해 주택 종부세 납부대상은 (중략) 4% 남짓이다. 이들도 보유 주택이 고가일수록, 주택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고 했다. 상속·증여세 완화의 경우 “일부 부자의 자산 대물림을 고착화해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혜택이 주로 대기업과 자산가, 중소·중견기업 오너에게 돌아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지금 같은 절체절명의 시기에 대기업·부유층 감세에 몰두하는 현 정부의 태도가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또한 가업승계 시 상속·증여세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공제액을 늘리는 데 대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계속 유지하면 대대손손 납부유예까지 해준다. 주요국에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 대우조선해양 ‘파산론’ 군불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이어지고, 공권력 투입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보수성향 신문사들은 손실을 강조하며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는 ‘12조 혈세 쏟아붓고 누적적자 7조... 대우조선 파산론 커진다’ 기사를 통해 파산으로 ‘2만 명 이상 실직’까지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장기) 순손실이 7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측이 파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의 보도를 종합하면 파업이 이어질수록 손실이 커져 파업으로 인해 ‘파산’까지 이뤄지면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파업이 중단돼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 셈이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협상의 막판 쟁점이 된 ‘손배소’ 문제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7000억 원으로 추산한다. 이런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니 파업을 풀더라도 노조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처사는 노조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사측이 끝내 손배소를 청구하면 파업 노동자들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하청업체에까지 이중으로 손배소를 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손배’를 ‘손배 폭탄’으로 규정하며 “쟁의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는 사쪽 관행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며 “회사쪽의 손해배상 소송은 파업에 대한 금전적 보상 요구라기보다는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자료 ‘미통보’ 헌법불합치에 긍정 평가
헌법재판소가 21일 수사·정보기관이 시민들의 통신자료를 수집하면서 ‘사후 통지’ 의무가 없는 현행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수집하는 행위는 합헌이지만 당사자에게 통보를 하지 않는 건 헌법불합치라는 내용이다. ‘헌법불합치’는 조항이 위헌성이 있지만 즉각 무효가 되면 혼선이 예상돼 입법부가 대체할 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간을 주는 결정이다.
‘통신자료’ 문제의 경우 여러 성향의 신문들이 비교적 일관된 목소리로 ‘헌법불합치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신문은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중앙일보는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깜깜이 통신조회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역시 “이번 결정이 수사기관의 이 같은 깜깜이 수집 관행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제도의 위헌성을 헌재가 뒤늦게나마 확인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다만 통신자료 문제를 다루면서 언급한 사건에는 차이가 있었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자료 문제를 지적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공수처가 과도하게 통신자료를 들여다보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됐다”고 언급한 식이다. 반면 진보성향 신문들에선 ‘이 사건’을 주요 계기로 언급하는 대목은 없었다.
통신자료 수집 문제는 시민사회단체가 10년 이상 법적 대응을 통해 제도 개선을 촉구해온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참사, 민중총궐기 등 시기에 기자,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통신자료 수집이 논란이 됐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전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반면 당시엔 보수성향 언론사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문재인 정부 공수처가 기자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하자 보수성향 언론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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