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애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
2019년 11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난달 19일 수사결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1년 2개월의 활동을 마쳤다. 그동안 특수단에는 세 건의 국민고소․고발과 아홉 차례에 걸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수사의뢰가 있었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청장을 필두로 한 해경 지휘세력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던 세력에 대해 기소했고, 그 외의 고소․고발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했다. 특수단의 수사결과 발표, 어떻게 봐야할까.
2019년 11월과 12월, 그리고 2020년 1월에 걸쳐 고소․고발이 이루어졌던 대상은 크게 당시 대통령,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 해경지휘세력 등 현장구조 방기 책임자, 조사방해 책임자, 전원구조 오보 관련 책임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비방․모욕 활동을 한 보수단체 지원세력, 유가족을 사찰한 국군기무사령부 및 국가정보원 책임자 등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수단이 설치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만큼, 강제수사권을 제대로 발휘해서 이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활동기간이 정해진 특수단에서 모든 사안을 세밀히 살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섣부른 처분이나 결과발표로 면죄부를 주지 않기를 바랐다. 특히 당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책임자들이, 사정기관에 외압을 행사하여 진상규명을 막고자 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의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수사결과를 살펴보면, 세월호 참사 직후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해경지휘세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며 진상규명을 막았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기소에 그쳤다.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고,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함께 극복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이전 검찰과는 다른 답을 주리라는 기대는, 다시 한 번 어긋나고 말았다. 그 중 수사외압, 감사원 감사 축소, 기무사 및 국정원의 희생자 가족 사찰행위에 대한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수사외압 혐의 황교안·우병우, 감사원의 감사 축소 등 제대로 조사 안 해
청와대 최초 보고시각 조작 논란도 다시 진실 묻혀
국정원의 유족 사찰, 보고는 했으나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
우선 수사외압의 경우, 2014년 6월경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서관의 외압으로 해경본청의 ‘상황실 경비전화 통화내용 녹음파일’에 대한 최초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지 못한 정황이 확인됐다. 그리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당시 광주지방검찰청 내 수사팀의 의견을 배제하고 대검찰청을 통해 123정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제외하도록 한 정황이 확인됐다. 나아가 세월호 참사 직후 왜 해경지휘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는지, 특수단이 활동을 시작한 후인 2020년 2월에 이르러서야 기소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 또한 필요했다.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책임을 물어야했다. 그러나 특수단은 위 각 혐의에 대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고, 수사외압과 관련된 수사에서 대면조사가 아닌 서면조사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를 두고 성역 없는 수사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축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4년 10월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관련 청와대 감사에 대해 ‘사건불성립’ 결론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등의 감사 축소 시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수사가 필요했다. 특수단은 당시 감사원이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했다는 점, 대통령비서실에서 제출한 1장짜리 답변서가 아닌 감사원 질의에 맞는 추가 답변서를 요구했어야 했다는 점,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당일 중대본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못 구했느냐”고 발언한 것에 비추어볼 때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 위법․부당한 조치가 개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014년 4월 참사 발생 직후부터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된 시간, 대통령의 최초 지시 시간 및 내용은 많은 논란이 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정확한 해명이 없는 상태로 2014년 10월 감사결과가 나왔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참사 당시 청와대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사건불성립’의 결론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길이 난항을 겪게 됐다. 이후 2018년에 이르러 김기춘, 김장수 등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최초로 사고내용을 보고받은 시간, 대통령이 최초로 지시한 시간 등이 허위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감사원의 감사가 제대로 진행됐더라면 이미 밝혀졌을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는 결론은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또 한 번 면죄부를 준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무사와 국정원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사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불법사찰을 한 후 이를 청와대에 보고한 기무사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특수단은 김기춘, 김장수, 김관진, 한민구, 박근혜 등이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가족들의 권리를 침해하였거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시한 자가 없이 보고가 있었을 수 없고, 기무사가 국민 개인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개인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그러나 결론은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경우 특수단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동향을 파악한 첩보보고서와 상황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통해 가족들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한계를 언급했다. 수사의 한계가 있었다면 결론을 내리지 않고 향후 과제로 둘 수 있었고, 이후 국정원이 사참위에 제공하겠다는 자료를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특수단은 기무사와 국정원의 사찰과 관계된 피의자들에 대해 모두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지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과제를 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특수단의 답은 관련 혐의자 대부분에 대한 불기소처분이었다. 그러나 수사결과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고, 사참위 활동기간의 연장과 향후 진행될 DVR 조작에 관한 특검은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그리고 앞으로 밝혀나가야 할 과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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