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극좌파 앞잡이 설정’ 색깔론 제기했다가 공화당에서도 비난 거세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20-06-10 11:04:53
수정 2020-06-10 11: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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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 시간) 밤 8시께 뉴욕주 버펄로 시위 현장에서 75세의 마틴 구지노가 진압에 나선 경찰이 밀치는 바람에 뒤로 심하게 넘어져 머리 부위에서 피가 흐르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특히, 의식을 잃은 채 중상을 입고 쓰러진 노인을 그대로 놔두고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고자 앞으로 나가는 장면이 나오면서 미 전역에서 거센 비판 여론이 일었다. 구지노는 뒤늦게 병원으로 후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지 경찰은 구지노가 넘어져 다친 영상이 공개된 뒤 그를 밀친 시위진압팀 소속 경관 2명에게 무급정직 처분을 내렸다. 같은 팀 소속 57명이 과잉 징계라며 항의 표시로 집단 사임계를 냈지만, 해당 2명을 2급 폭력 혐의를 적용해 기소까지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내가 (영상을) 봤는데 그는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지더라. 설정일 수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버펄로 시위자는 안티파(ANTIFA) 앞잡이일 수도 있다. 75세 마틴 구지노는 경찰 장비를 먹통으로 만들기 위해 살펴보던 중에 경찰에 제압을 당했다”며 음모론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티파(ANTIFA, 반(反)파시스트의 줄임말로 극우파에 대항하는 극좌파) 앞잡이’라는 이른바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더 나아가 일부러 넘어진 것이라고 음모론으로 확대한 셈이다. 그는 이런 주장을 보도한 우익 매체의 해시태그를 이 트윗에 달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미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구지노는 주거운동을 하는 지역 비영리단체 푸시 버펄로와 인권단체 서부뉴욕평화센터 소속이며, 가톨릭 일꾼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안티파 앞잡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서도 거센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에 “나의 아버지는 권력 남용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말했었다. 그것이 평화로운 시위자에게 피를 흘리도록 하는 경찰관이든 음모론으로 그(경찰관)를 옹호하는 대통령이든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신중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며 비열한 발언”이라며 “아무런 증거도 없는 전형적인 헐뜯기”라고 비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근거 없는 음모론 트윗을 쓰지 말고 지하 벙커에나 다시 돌아가라. 공화당은 이 일에 관해 대체 뭘 하고 있나”며 공화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공화당의 상원 2인자인 존 튠 상원의원은 “그것은 사실과 증거로만 제기돼야 하는 심각한 비난인데, 나는 아직 (근거를) 보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 제기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상원 등 대다수 상원 의원도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CNN방송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우군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번 발언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면서 “많은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질문을 회피하거나 침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음모론이 자신이 속한 공화당에서도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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