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기획 '지나간 20년, 앞으로 20년(20-20)'을 선보입니다. 2020년 현재, 2000년을 돌아보며 2040년을 그리려 합니다. 사회 각 분야별로 지난 20년 동안 성과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마흔 살이 됐을 때 좀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기대하겠습니다.[편집자말] |
나 ○○○는(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강남 소재 보유 부동산에 대하여 ○○○○년 ○월 ○일 이후 발생한 일체의 시세차익을 ( )에 기부할 것을 약속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7명(이상 가나다 순)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기부 서약 공개 발표를 제안합니다.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요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사진은 2017년 6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 모습. | |
ⓒ 청와대 |
이들 7명의 공통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3월 26일자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관보 기준) 둘째,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들이란 점입니다.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은 일자리 정책, 경제 정책, 사회 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으며, 특히 부동산 정책의 핵심 결정권자입니다.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율하며 관련 현황을 보고하는 직책이며, 국토교통부 1차관은 부동산 투기 상설조사팀을 직속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주택 정책에 직접 관여하고 있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당연직 위원입니다. 대출을 규제하는 금융위원회 또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최전선에 있는 부처입니다.
▲ 사진 상단 왼쪽부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사진 하단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가나다 순). | |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공언'
다음은 이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들입니다.
"부동산은 청와대 정책실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논의는 정책실의 주요 소관 수석실, 비서관 멤버와 홍보 쪽도 참여하지만 마지막에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 수위로 하느냐를 결정하느냐는 부처와 정책실의 핵심 멤버만 논의한다." (김상조 정책실장, 2020년 1월 20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대책을 할 것이다...(중략)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 가능한 여러 수단을 갖고 있다. 규제 지역을 지정할 수도 있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세제에 미비점이 있으면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6월 11일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브리핑)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 조치와 이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투기 수요 흐름이 다시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중략) 하지만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실수요자를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5월 22일 뉴시스 주최 포럼)
"실수요자 보호, 투기 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의 3대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투기 수요 억제와 주택 안정 공급을 병행할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5월 29일 기획재정부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면 추가 정책을 내놓겠다고 일관되게 말해왔다...(중략)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지 평가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지만, 집값이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이면 정부가 추가 정책을 검토하는 건 수순이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6월 11일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
고위 공직자 7명이 시장에 주는 '시그널'
이들 7명은 모두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에 임명된 후 어느 정도 시세 차익이 생겼는지 부동산 포털 사이트 '부동산 뱅크'와 'KB부동산' 등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명된 2019년 6월 기준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는 평균 15억 2500만 원에 매매됐습니다. 6월 25일 기준 매매 시세 평균은 18억 6250만 원입니다. 1년 만에 2억 4000만 원가량이 올랐습니다.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이 보유한 경남논현아파트의 경우, 임명될 당시인 2018년 9월 7억 6500만 원~8억 1500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현재 매매 시세는 9억 2000만 원~ 10억 2000만 원 선입니다. 역시 2억 원가량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보유한 서초동 현대 ESA 2차 아파트는 임명 당시 매매 평균가가 12억 원(2018년 12월 기준)이었는데 현재는 14억 2500만 원입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보유한 서초래미안 아파트의 경우 그가 임명된 2019년 8월 17억 7500만원에 평균 거래가가 형성됐지만, 현재는 평균 19억 7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삼성동 진흥아파트는 임명될 당시인 2019년 1월, 15억 원이 매매 평균가였는데요, 현재 매매 평균가는 19억 5000만 원입니다. 무려 4억 5000만 원가량 상승했습니다.
2019년 9월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잠원동 현대아파트는 취임 당시 매매 평균가가 15억 7500만 원이었는데 현재는 17억 250만 원입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보유한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도 임명 당시 18억 5000만 원(2019년 5월)에서 현재는 20억 5000만 원으로 매매 평균가가 형성돼있습니다.
고위 공직자에 임명 또는 취임된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시세가 적게는 2억 원에서 많게는 4억 5000만 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강남 집 값이 상당히 올랐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국민 설득하려면 솔선수범이 먼저
지난 해 12월 16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진은 6개월 이내에 한 채만 남기고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틀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청와대 뿐 아니라 정부 고위 공직자도 다주택자라면 집을 처분해야 한다"라며 "청와대의 권고에 정부 부처도 호응하는 것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고위 공직자로서 솔선수범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이와 같은 행동은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집을 팔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비서실장의 명시적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집을 갖고 있어야 이득이 된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도 역시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금을 더 부과하거나 대출을 제한했으며,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거나 정비사업을 규제하는 등 강남 4구를 겨냥해 모두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최근 발표된 6.17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만 봐도 그러합니다. '강남'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신뢰를 좌우하는 상징적 지역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 중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7명에게 솔선수범을 권고하는 것 역시 그래서입니다. 시세 차익 기부 약속은 그 방법 중 하나라고 판단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2020년 신년사 중)
"코로나가 불러온 경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 조치와 이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투기 수요 흐름이 다시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다시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중략) 하지만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실수요자를 철저히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5월 22일 뉴시스 주최 포럼)
"실수요자 보호, 투기 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의 3대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투기 수요 억제와 주택 안정 공급을 병행할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5월 29일 기획재정부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면 추가 정책을 내놓겠다고 일관되게 말해왔다...(중략)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지 평가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지만, 집값이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이면 정부가 추가 정책을 검토하는 건 수순이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6월 11일 하반기 금융정책 방향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
고위 공직자 7명이 시장에 주는 '시그널'
▲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월 26일 관보에 공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 중 강남 부동산 소유자는 7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아 제외했다. | |
ⓒ 이주연 |
이들 7명은 모두 강남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에 임명된 후 어느 정도 시세 차익이 생겼는지 부동산 포털 사이트 '부동산 뱅크'와 'KB부동산' 등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명된 2019년 6월 기준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는 평균 15억 2500만 원에 매매됐습니다. 6월 25일 기준 매매 시세 평균은 18억 6250만 원입니다. 1년 만에 2억 4000만 원가량이 올랐습니다.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이 보유한 경남논현아파트의 경우, 임명될 당시인 2018년 9월 7억 6500만 원~8억 1500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현재 매매 시세는 9억 2000만 원~ 10억 2000만 원 선입니다. 역시 2억 원가량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보유한 서초동 현대 ESA 2차 아파트는 임명 당시 매매 평균가가 12억 원(2018년 12월 기준)이었는데 현재는 14억 2500만 원입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보유한 서초래미안 아파트의 경우 그가 임명된 2019년 8월 17억 7500만원에 평균 거래가가 형성됐지만, 현재는 평균 19억 7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삼성동 진흥아파트는 임명될 당시인 2019년 1월, 15억 원이 매매 평균가였는데요, 현재 매매 평균가는 19억 5000만 원입니다. 무려 4억 5000만 원가량 상승했습니다.
2019년 9월 취임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잠원동 현대아파트는 취임 당시 매매 평균가가 15억 7500만 원이었는데 현재는 17억 250만 원입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보유한 반포동 한신서래아파트도 임명 당시 18억 5000만 원(2019년 5월)에서 현재는 20억 5000만 원으로 매매 평균가가 형성돼있습니다.
고위 공직자에 임명 또는 취임된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시세가 적게는 2억 원에서 많게는 4억 5000만 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강남 집 값이 상당히 올랐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국민 설득하려면 솔선수범이 먼저
지난 해 12월 16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진은 6개월 이내에 한 채만 남기고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틀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청와대 뿐 아니라 정부 고위 공직자도 다주택자라면 집을 처분해야 한다"라며 "청와대의 권고에 정부 부처도 호응하는 것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고위 공직자로서 솔선수범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이와 같은 행동은 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와대 다주택자 참모들이 집을 팔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집을 팔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비서실장의 명시적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집을 갖고 있어야 이득이 된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도 역시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세금을 더 부과하거나 대출을 제한했으며,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하거나 정비사업을 규제하는 등 강남 4구를 겨냥해 모두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최근 발표된 6.17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만 봐도 그러합니다. '강남'은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신뢰를 좌우하는 상징적 지역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부동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 공직자 중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7명에게 솔선수범을 권고하는 것 역시 그래서입니다. 시세 차익 기부 약속은 그 방법 중 하나라고 판단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2020년 신년사 중)
▲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강남은 전체 대한민국 집값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202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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