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방장관 매티스도 "트럼프, 국민 통합 노력 않는 첫 대통령"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직과 현직 국방장관이 동시에 반기를 드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계기가 돼서 전국적으로 번진 항의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 동원까지 명령하고 나선 것이 화근이 됐다.
먼저 현직인 마크 에스퍼 장관이 3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진압을 위한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에 반대한다"며 "법 집행에 현역 군을 동원하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하는데 우린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미국은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에서 대통령이 국내 소요사태 및 반란 진압 목적으로 군 병력을 배치하도록 허용하는데, 1992년 흑인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LA 폭동' 때 마지막으로 이 법이 동원됐다. 이 법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서 '정규군 투입'을 주장한 근거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가 벌어진 지역을 '전투공간'(battlespace)라고 표현한 일을 후회한다"고도 밝혔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근절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 사진 촬영 이벤트'에 동행해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교회 방문은 알았지만 기념 촬영을 하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매티스 "트럼프, 국민 통합에 노력하지 않는 내 생애 첫번째 대통령"
트럼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이날 시사지 디애틀랜틱 온라인에 낸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는 내 생애 미국 국민 통합에 노력하지 않는 첫번째 대통령"이라면서 "심지어 그는 그러려는 척도 하지 않고 대신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시도한다"고 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에 임명됐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의견 충돌을 빚으며 약 2년 뒤인 2018년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음은 매티스 전 장관의 발언이다.
"우리는 성숙한 리더십이 없는 3년의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그 없이도 단결할 수 있으며, 우리 시민사회에 내재된 강점을 끌어낼 수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보여주었던 것처럼, 이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지난 세대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처럼 군 동원을 놓고 전직과 현직 국방장관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이번 사태에서 결정적인 국면이 될 전망이다. 또 언론이나 민주당 진영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안방'인 보수 진영 내에서 이처럼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고 할 수 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인 백인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 항의시위에 대해 "폭동", "테러집단" 등으로 매도하면서 초강경책을 써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셈이다. 지난 1일 '군대 동원'까지 언급한 뒤 인근 성요한교회를 방문해 성경책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은 일이 이런 역풍을 가져온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보여진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60408562933400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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