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부쩍, 그것도 아주 자주 6월 말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정상회담 이전 원 포인트 남북정상회담 분위기 고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것도 해외순방 중에서도 ‘물리적으로 6월이 불가능하지 않다’며 희망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이에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성사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더불어 정치인들과 정부에 우호적인 대북전문가들도 호응하고, 일부 언론들은 그 방향에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더해서 김여정 부부장을 통한 판문점까지의 조문사절단을 두고는 ‘절묘한’ 조문예의라며 이는 곧 남북관계 회복의 신호탄으로까지 희망해낸다.
결론부터 말하면 번지수를 잘 못 짚어도 한 참 잘못 짚었다. 정상회담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지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면,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이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이 이치나 원리를 모르지 않을 많은 사람들이-왜 갑자기 6월이 가기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일까? 추측은 뭔가 그래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 그것은 아마도 한미정상회담 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려야 된다고 하는 정치적 판단때문일 게다. 남북→한미→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로 똑똑히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연동하면 6월 중순 남북→6월 말 한미→가을 북미정상회담의 경로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 그런 그림들을 관료들이 그리고 있었다면 ‘열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런 것들을 연구 분석하고 이를 대통령께 잘 보고 드리고 조언해야 한다. 그냥 타이밍적으로나 정치적 의미로 볼 때 지금 해야되니 그냥 군불 때는 식의 ‘정치화’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이른바 위와 같이 노력은 전혀 없이(식량지원 등과 같은 노력이 노력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그런 노력과 정상회담 성사의 필요충분조건은 다르다는 것을 강조) 트럼프도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축전을 받았고, 트럼프도 이를 ‘아주 멋진 소식’으로 치켜세우니까 북미관계도 뭔가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는 느낌을 받고, 이를 소망적 사고로 확대해 남북관계도 뭔가 이뤄질 것만 같은 그런 정세인식을 했다면 이는 정말 한심하고 한탄스럽다. 왜냐하면 언론들과 대북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존재감과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많이’ 있는 것처럼 뻥튀기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손 치더라도 정부 관료마저 그러면 안 되지 않는가.
북이 ‘오지랖’ 발언 이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렸다면, 그 속뜻을 파악하고 남북정상회담 약속이행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식량지원 문제와 800만불 지원이 있었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통일부 관료들은 다 사표를 내야 한다. 식량지원과 800만 불이 어찌 남북정상회담 약속 사항이던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정말 꼬여있는, 혹은 교착국면에 있는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고 싶다면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왜 꼬여졌는지, 무엇이 정상회담을 가로막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먼저 파악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된 원인이 있다면 그 걸림돌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다음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나갈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순서적으로 맞다.
그래놓고 봤을 때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충분조건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다름 아닌, 남측은 어설픈 중재자로서의 ‘오지랖’에서 벗어나 민족공조의 관점에서 기간 남북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확실한 담보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연말 이전까지 리비아식 빅딜안을 폐기하고, 단계적이고 동시·병행적인 비핵화에 합의될 수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대북제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메시지 전달 없이 그냥 필요에 의한 희망만으로는 절대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 반드시 이 조건을 해결해야만 정상회담은 열려지는 것이다. 이른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풀려지는 것이다.
반대로, 그런 노력 없이 그 어떤 움직임이 있더라도 정상회담은 요원하다. 이른바 ‘좋은’ 말잔치들, 뉴욕 채널, 인도적 지원, 조문, 축전, 돼지 콜레라 예방 등과 같은 수많은 유의미한 행위가 이뤄지더라도(이것이 의미가 없다가 아니라) 이것이 정상회담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등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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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4일 금요일
아직도 정신 못 차린 한미당국: 정상회담은 조문·친서에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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