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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일요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붙은 DMZ 토지 판매 광고

‘세기의 만남’ 이후 대한민국 언론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임병도 | 2019-07-01 08:41:31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4개월 넘게 진전이 없었던 북미 관계가 단 하루 만에 바뀌었습니다.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전 7시 51분에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남과 북의 국경지대인 DMZ에서 그를 만나 그와 악수하며 인사라도 나누면 좋겠다(?)!”라고 트윗을 올렸고, G20 정상회담 참석차 오사카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자신의 트윗을 보셨느냐’라고 말했습니다.
트윗을 올린 지 다섯 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음 날인 30일 오후 1시 9분쯤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정전 선언 이후 66년 만에 만나는 ‘세기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은 전세계 언론을 통해 긴급속보로 보도됐습니다.
“역사적인 촬영 기회” (AP)
“엄청난 진전” (CNN)
“66년 전 정전협정 이후 첫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 (워싱턴 포스트)
“중단된 핵 대화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전례 없이 언론 친화적으로 친선을 보여주다” (뉴욕타임스)
“북한 땅을 밟은 것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 (러시아 타스통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쇼맨’이라 부른 언론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해외 언론은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세기의 만남’ 이후 대한민국 언론, 특히 지면 신문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평화를 강조한 경향,한겨레,한국일보
7월 1일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경향, 한국일보, 한겨레의 1면을 보면 언론사마다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을 어떻게 보는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조중동은 아무 감정 없이 딱 할 말만 보도하는 식으로 1면을 채웠습니다. 이에 비해 경향은 3분 2 이상을 세 사람의 사진으로 채우면서 <분단의 땅에서 평화의 문 다시 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1면 전면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으로 한겨레는 가로 형태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언론의 사진과 제목에 따라 독자의 반응은 다르다.
중앙일보는 먼 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넘는 사진을 배치하고 <트럼프 북한 땅 밟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북한 땅 밟다. 적대를 넘다>라는 제목과 두 사람이 함께 판문점을 넘는 사진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두 언론 모두 북한 땅을 밟은 사실을 썼지만, 중앙일보의 제목만 보면 크게 감흥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적대를 넘다’라는 말을 읽으면, 이 사건이 한반도 평화에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임을 느끼게 됩니다.
중앙일보의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서 갔다’는 정도로 그칩니다. 한국일보가 배치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으로 함께 내려온 사진을 보면, 평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 이루어져 나가는 행위임을 나타냅니다.
언론이 사진과 제목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1면 하단에 나온 DMZ 토지 판매 광고’
7월 1일 조선일보는 <북한 땅 밟은 트럼프 “김정은, 백악관 오라”>라는 제목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배치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중하게 초대했지만, 조선일보의 ‘김정은, 백악관 오라’는 제목만 보면 굉장히 고압적으로 느껴집니다.
조선일보의 1면 사진과 제목을 보면 마치 크게 환영하거나 중요한 사건으로 보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1면 팔면봉에서 ‘깜짝 이벤트만큼 비핵화도 깜짝 놀랄 성과 나올까’라며 남북미 정상 첫 3자 만남을 애써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조선일보 1면 하단에는 민통선 (DMZ) 토지를 매각한다는 광고가 붙었습니다. 남북 평화 모드가 계속되면 군사분계선 근처라는 이유 만으로 토지 거래가 제한됐던 곳의 땅 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업자가 아주 시기적절하게 광고를 내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광고지만, 서로를 향한 적대감보다는 평화가 훨씬 좋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냅니다. 조선일보의 논조가 광고보다 더 경직된 모습을 보여준 1면이었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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