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내 구역” 뒷짐진 매가 모래밭 가로막았다
고성 해수욕장 터줏대감 다운 당당함과 여유로움 돋보여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모래 해변에서 만난 매. 큰 짐승이 앞을 가로막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매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매 하면 군산시 어청도에서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 해변에 갑자기 나타난 매를 얼핏 보고 황조롱이라고 생각했다. 항구와 주택, 상가가 어우러져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매가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황조롱이인 줄 알았던 매는 모래 해변을 선회하더니 훌쩍 사라진다.
며칠 지난 1월17일, 다시 찾은 아야진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해변에서 매를 다시 만났다. 문득 ‘저 매가 이곳 해변을 지배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해변을 서너 번 돌더니 태연히 모래 해변에 내려앉는다. 가까이 앉아있지만 모래 턱이 있어 매의 상체만 보인다.
» 모래턱에 가려 상체만 보이는 매.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멀리 몰아 자리를 옮겼다. 매의 멋진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났다. 사방을 살피는 기운찬 모습이다. 사람들이 있는 모래밭에 가까이 앉아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드문 일이다. 매는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고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강하다. 성격도 날카롭고 까다로운 편이다.
어쨌든 필자에게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런데 매가 자리를 뜬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행히 근처 바위로 자리를 옮겼다.
» 매가 모래를 박차고 나간다.
» 자리를 옮기고 있다.
» 바위로 자리를 옮긴 매.
잠시 후 바위에 앉아 있던 매가 자리를 뜬다. 매가 날 때마다 다른 곳으로 멀리 갈까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다시 모래밭으로 날아든다. 모래 해변은 매의 차지가 되었다. 이리저리 성큼성큼 걷기도 하고 짧은 거리를 날아가 앉기도 한다.
재미나 즐거움을 찾는 행동이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매를 만나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날아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매가 마음껏 촬영하라는 느낌이 들었다.
■ 영역 ‘시찰’ 연속 동작
» 해변가 바위에 앉은 매, 주변을 살핀다.
» 스키점프 자세를 잡는다. 자리를 뜰 자세다.
» 몸을 앞으로 내밀며 날개를 세운다.
» 몸을 내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 매가 낮게 나는 것은 멀리가지 않을 행동이다.
» 방향을 틀어 모래밭을 향해 보란 듯 앞으로 달려드는 매.
» 필자 앞으로 날아와 모래밭에 내려앉는 매.
» 발아래서 모래알이 튀어 오른다.
» 모래에 앉는 것도 손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맨땅이 쉽다.
» 날개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속도를 조절한다.
» 발걸음을 옮기며 속도를 줄인다.
» 매는 모래보다 절벽이나 나뭇가지에 앉힐 때 편히 앉을 수 있다.
매를 관찰하거나 만나는 일은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기 일쑤다. 연출하지 않고 매와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매의 노련한 행동이 눈에 띈다. 이곳 아야진해수욕장과 청간해수욕장 일대를 손금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필자를 빤히 쳐다보고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는 대범함에서 세월의 흔적이 풍긴다. 매는 이곳 해변을 앞마당 삼아 노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가 사람 가까이에서 이토록 여유롭게 서슴없이 행동 할 리 없다.
» 필자를 빤히 쳐다보는 매. 아주 큰 짐승이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
» 하늘도 모자라 모래밭까지 지배했다.
청간 해변 뒤쪽 암벽 위에는 청간정이라는 정자가 아담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월출이 장엄하고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뭉게구름이 일다가 안개로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여 관동팔경 중 손꼽히는 곳이다. 매는 그곳 처마 위에 앉아 있다 모래 해변으로 달려든 것이다.
모래 해변에 앉아있던 매가 날아올라 하늘을 선회하더니 다시 내려와 필자 가까이 날아와 앉는다. 갑옷을 두른 듯 한 가로무늬 깃털과 노란 발가락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검은 발톱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기세가 대단하다. 걷는 모습이 위엄 있고 당당하며, 절제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매가 오늘따라 더욱 커 보인다.
» 하늘을 선회하는 매.
» 다시 모래밭으로 내려오는 매.
» 모래밭에 앉는 순간이다.
매가 늠름하게 걸어서 물가로 향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발걸음이 바쁘다. 설악산 골짜기에서 시작된 천진천 물줄기가 동해로 흘러드는 지점에 서서 매는 서둘지 않고 물 서너 모금으로 점잖게 목을 축인다. 다급하게 물가로 다가가서 허겁지겁 물을 마실 줄 알았지만 품위를 유지한다. 청간정 해변의 제왕답다.
돌아서더니 물가에서 모래밭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매가 향해 간 곳에는 먹이를 사냥해 먹었던 흔적이 보인다. 매가 모래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역을 점검하는 행동을 처음 본다.
■ 물먹는 모습 연속동작
» 물가로 달음박질하는 매. 목이 무척이나 말랐던 모양이다.
» 다급한 걸음이다.
» 매가 물가에 도착했다.
» 발걸음이 성큼성큼 아주 넓다.
» 물이 드디어 발 앞에 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인상적이다.
» 그러나 물에 깊이가 있어야 매가 마실 수 있다.
» 물을 마시러 가는 모습이 꼭 사냥감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 물에 발을 내딛었다.
» 벌컥 벌컥 물을 들이마신다.
» 입을 벌려 시원함을 두 배로 만끽한다.
» 이제는 됐다.
» 물속에서 돌아서는 매.
» 빠른 걸음으로 물속에서 나오는 매.
» 뒷짐 진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먹다 남은 먹이를 마무리하려고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버려진 찌꺼기 조각뿐 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이곳을 다시 찾아왔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영역에 사냥 흔적을 지우려고 왔을지도 모른다.
주변을 다니면서 한참 서성이고 살피더니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슬며시 자리를 떠 멀리 사라진다. 그리고 해가 지도록 청간정 모래 해변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매는 수리과인 검독수리, 흰꼬리수리에 비해 작지만 겉모습과 행동 그리고 근성과 사냥술 하나하나가 수리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매는 하늘과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꿩 잡는 매’라는 말은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의미다.
» 먹다 남은 사냥감을 바라보고 있는 매.
» 그러나 먹을 것이 없다.
» 이미 먹다 남은 찌꺼기일 뿐이다.
흔히 큰 맹금류를 보면 독수리, 작은 맹금류를 보면 매라고 한다. 그만큼 매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문화속에 뿌리를 내린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매사냥은 2010년 11월6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매과에 속하며 몸 길이는 수컷 38∼42㎝, 암컷 49∼51㎝인 중형의 맹금류로 길고 뾰족한 날개와 긴 꼬리를 가졌다. 수리류에 비해 폭이 좁은 날개로 빠르게 날갯짓을 하고 사냥할 때의 순간 속도는 시속 200㎞가 넘는다. 활공할 때는 날개를 수평으로 편다.
번식기 외에는 단독생활을 하며 공중에서 정확한 판단에 의해 속도를 조절하고 숙달된 솜씨로 먹이를 낚아 채 사냥한다. 땅 위의 먹이는 확실한 기회를 포착하여 덮치고 발톱으로 움켜쥐어 잡는다. 한 번 쥐면 놓치는 법이 없다.
» 당당한 모습의 매.
» 자리를 뜨는 매. 모래밭에서 잘 놀다가 간다.
매는 성격이 날카롭고 매서워 사냥에 나선 매가 사냥감을 추적해 몰아세우는 것을 ‘매몰차다’ 하였다.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지만 대범하기도 하다. 용맹스러운 사냥꾼의 면모이다.
매를 보면서 엄청난 집중력과 시선을 잠시도 흐트러뜨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가 바람을 가르는 것은 빠른 속도를 의미하지만, 바람을 다스리는 매의 훌륭한 지혜가 사냥꾼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늘 매는 해변가 모래밭에서 한 바탕 즐기는 날이었고 필자는 매를 만난 날이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모래 해변에서 만난 매. 큰 짐승이 앞을 가로막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매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매 하면 군산시 어청도에서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 해변에 갑자기 나타난 매를 얼핏 보고 황조롱이라고 생각했다. 항구와 주택, 상가가 어우러져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매가 나타날 리 없기 때문이다. 황조롱이인 줄 알았던 매는 모래 해변을 선회하더니 훌쩍 사라진다.
며칠 지난 1월17일, 다시 찾은 아야진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해변에서 매를 다시 만났다. 문득 ‘저 매가 이곳 해변을 지배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해변을 서너 번 돌더니 태연히 모래 해변에 내려앉는다. 가까이 앉아있지만 모래 턱이 있어 매의 상체만 보인다.
» 모래턱에 가려 상체만 보이는 매.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멀리 몰아 자리를 옮겼다. 매의 멋진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났다. 사방을 살피는 기운찬 모습이다. 사람들이 있는 모래밭에 가까이 앉아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드문 일이다. 매는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고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강하다. 성격도 날카롭고 까다로운 편이다.
어쨌든 필자에게는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런데 매가 자리를 뜬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내심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행히 근처 바위로 자리를 옮겼다.
» 매가 모래를 박차고 나간다.
» 자리를 옮기고 있다.
» 바위로 자리를 옮긴 매.
잠시 후 바위에 앉아 있던 매가 자리를 뜬다. 매가 날 때마다 다른 곳으로 멀리 갈까 마음이 불안하다. 그런데 다시 모래밭으로 날아든다. 모래 해변은 매의 차지가 되었다. 이리저리 성큼성큼 걷기도 하고 짧은 거리를 날아가 앉기도 한다.
재미나 즐거움을 찾는 행동이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매를 만나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날아갈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매가 마음껏 촬영하라는 느낌이 들었다.
■ 영역 ‘시찰’ 연속 동작
» 해변가 바위에 앉은 매, 주변을 살핀다.
» 스키점프 자세를 잡는다. 자리를 뜰 자세다.
» 몸을 앞으로 내밀며 날개를 세운다.
» 몸을 내던지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 매가 낮게 나는 것은 멀리가지 않을 행동이다.
» 방향을 틀어 모래밭을 향해 보란 듯 앞으로 달려드는 매.
» 필자 앞으로 날아와 모래밭에 내려앉는 매.
» 발아래서 모래알이 튀어 오른다.
» 모래에 앉는 것도 손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맨땅이 쉽다.
» 날개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속도를 조절한다.
» 발걸음을 옮기며 속도를 줄인다.
» 매는 모래보다 절벽이나 나뭇가지에 앉힐 때 편히 앉을 수 있다.
매를 관찰하거나 만나는 일은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기 일쑤다. 연출하지 않고 매와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매의 노련한 행동이 눈에 띈다. 이곳 아야진해수욕장과 청간해수욕장 일대를 손금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필자를 빤히 쳐다보고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는 대범함에서 세월의 흔적이 풍긴다. 매는 이곳 해변을 앞마당 삼아 노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가 사람 가까이에서 이토록 여유롭게 서슴없이 행동 할 리 없다.
» 필자를 빤히 쳐다보는 매. 아주 큰 짐승이 버티고 서 있는 것 같다.
» 하늘도 모자라 모래밭까지 지배했다.
청간 해변 뒤쪽 암벽 위에는 청간정이라는 정자가 아담하게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월출이 장엄하고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뭉게구름이 일다가 안개로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여 관동팔경 중 손꼽히는 곳이다. 매는 그곳 처마 위에 앉아 있다 모래 해변으로 달려든 것이다.
모래 해변에 앉아있던 매가 날아올라 하늘을 선회하더니 다시 내려와 필자 가까이 날아와 앉는다. 갑옷을 두른 듯 한 가로무늬 깃털과 노란 발가락에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검은 발톱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기세가 대단하다. 걷는 모습이 위엄 있고 당당하며, 절제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매가 오늘따라 더욱 커 보인다.
» 하늘을 선회하는 매.
» 다시 모래밭으로 내려오는 매.
» 모래밭에 앉는 순간이다.
매가 늠름하게 걸어서 물가로 향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발걸음이 바쁘다. 설악산 골짜기에서 시작된 천진천 물줄기가 동해로 흘러드는 지점에 서서 매는 서둘지 않고 물 서너 모금으로 점잖게 목을 축인다. 다급하게 물가로 다가가서 허겁지겁 물을 마실 줄 알았지만 품위를 유지한다. 청간정 해변의 제왕답다.
돌아서더니 물가에서 모래밭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매가 향해 간 곳에는 먹이를 사냥해 먹었던 흔적이 보인다. 매가 모래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역을 점검하는 행동을 처음 본다.
■ 물먹는 모습 연속동작
» 물가로 달음박질하는 매. 목이 무척이나 말랐던 모양이다.
» 다급한 걸음이다.
» 매가 물가에 도착했다.
» 발걸음이 성큼성큼 아주 넓다.
» 물이 드디어 발 앞에 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인상적이다.
» 그러나 물에 깊이가 있어야 매가 마실 수 있다.
» 물을 마시러 가는 모습이 꼭 사냥감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 물에 발을 내딛었다.
» 벌컥 벌컥 물을 들이마신다.
» 입을 벌려 시원함을 두 배로 만끽한다.
» 이제는 됐다.
» 물속에서 돌아서는 매.
» 빠른 걸음으로 물속에서 나오는 매.
» 뒷짐 진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먹다 남은 먹이를 마무리하려고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버려진 찌꺼기 조각뿐 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이곳을 다시 찾아왔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영역에 사냥 흔적을 지우려고 왔을지도 모른다.
주변을 다니면서 한참 서성이고 살피더니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슬며시 자리를 떠 멀리 사라진다. 그리고 해가 지도록 청간정 모래 해변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매는 수리과인 검독수리, 흰꼬리수리에 비해 작지만 겉모습과 행동 그리고 근성과 사냥술 하나하나가 수리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매는 하늘과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꿩 잡는 매’라는 말은 최고의 사냥꾼이라는 의미다.
» 먹다 남은 사냥감을 바라보고 있는 매.
» 그러나 먹을 것이 없다.
» 이미 먹다 남은 찌꺼기일 뿐이다.
흔히 큰 맹금류를 보면 독수리, 작은 맹금류를 보면 매라고 한다. 그만큼 매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가면서 문화속에 뿌리를 내린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매사냥은 2010년 11월6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매과에 속하며 몸 길이는 수컷 38∼42㎝, 암컷 49∼51㎝인 중형의 맹금류로 길고 뾰족한 날개와 긴 꼬리를 가졌다. 수리류에 비해 폭이 좁은 날개로 빠르게 날갯짓을 하고 사냥할 때의 순간 속도는 시속 200㎞가 넘는다. 활공할 때는 날개를 수평으로 편다.
번식기 외에는 단독생활을 하며 공중에서 정확한 판단에 의해 속도를 조절하고 숙달된 솜씨로 먹이를 낚아 채 사냥한다. 땅 위의 먹이는 확실한 기회를 포착하여 덮치고 발톱으로 움켜쥐어 잡는다. 한 번 쥐면 놓치는 법이 없다.
» 당당한 모습의 매.
» 자리를 뜨는 매. 모래밭에서 잘 놀다가 간다.
매는 성격이 날카롭고 매서워 사냥에 나선 매가 사냥감을 추적해 몰아세우는 것을 ‘매몰차다’ 하였다.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지만 대범하기도 하다. 용맹스러운 사냥꾼의 면모이다.
매를 보면서 엄청난 집중력과 시선을 잠시도 흐트러뜨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가 바람을 가르는 것은 빠른 속도를 의미하지만, 바람을 다스리는 매의 훌륭한 지혜가 사냥꾼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늘 매는 해변가 모래밭에서 한 바탕 즐기는 날이었고 필자는 매를 만난 날이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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