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9.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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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1∼2회 피부호흡 촉진 위한 행동 추정…북아메리카 자라에서 확인
» 자라는 물 밑바닥에 반쯤 묻힌 상태로 겨울을 난다. 이 기간에 자라가 산소를 흡수하는 수수께끼가 풀렸다. 오픈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찬피동물인 자라는 수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10월 중순께 겨울잠에 들어간다. 연못이나 저수지 또는 강바닥의 모래나 펄 속에 몸을 반쯤 파묻고 수온이 오르는 이듬해 늦봄을 기다린다.
이 기간에 자라는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 물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다. 이를 두고 자라가 겨우내 장내 호흡을 한다거나 아가미 조직이 있다거나 하는 논란이 계속됐다. 이런 수수께끼를 풀 가설이 나왔다. 북아메리카산 자라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 ‘푸시 업’을 하면서 피부호흡을 통해 물속 생활을 견뎌낸다는 보고가 나왔다.
» 북아메리카 자라의 ‘푸시업’ 행동. A, B는 위에서 본 모습이고 C, D는 옆에서 본 모습이다. 플러머 외 (2019) ‘파충류 저널’ 제공.
마이클 플러머 등 미국 하딩대 연구자들은 북아메리카 고유종 자라(학명 Apalone Mutica)를 야외와 실험실에서 관찰한 결과 겨울잠을 자는 자라가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주기적인 팔굽혀펴기 동작으로 피부의 산소 섭취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파충류학 저널’ 최근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야외 수조에서 기르던 자라가 겨울 동안 바닥에 반쯤 묻힌 상태에서 몸의 뒷부분을 규칙적으로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피부호흡 촉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실험에 나섰다.
자라는 허파를 통한 호흡과 피부호흡으로 산소를 공급한다. 거북과 달리 등딱지가 부드러운 자라는 등딱지를 통해 피부호흡을 한다.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추출해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피부호흡을 위해서는 산소가 풍부한 물이 피부와 활발히 접촉해야 한다. 겨울 동안 자라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활동을 중단하고, 종종 수면이 얼어붙기 때문에 피부호흡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
자라는 피부로 산소가 풍부한 물이 쉽게 공급되는 얕은 강바닥에서 월동한다. 대조적으로 피부호흡을 하지 않는 거북은 자라보다 깊은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
» 자라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양식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이 12마리의 자라를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월동시킨 결과 자라들은 분당 1∼2회꼴로 팔굽혀펴기를 하듯 몸의 뒷부분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되풀이했다. 이런 행동은 개체마다 차이가 컸고 환경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연구자들은 자라의 푸시업 행동이 수온이 높을수록 잦지만, 여름철 활동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또 물속의 산소 농도가 낮을 때는 높을 때보다 푸시업 빈도가 2배로 잦았다. 수온이 매우 낮아 자라가 필요한 산소량이 많지 않고 또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풍부할 때 푸시업의 빈도는 떨어졌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라가 팔굽혀펴기를 하는 까닭은 피부호흡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행동이 피부와 물의 접촉을 늘려 산소가 흡수되기 쉽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푸시업 행동으로 몸속의 산소 포화도가 높아졌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다음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 유프라테스 강에 서식하는 자라. 팔굽혀펴기 행동이 관찰되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중동의 유프라테스 자라에서도 확인됐지만, 자라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자라는 북아메리카산 자라와 같은 자라과에 속하지만, 종은 다르다.
자라는 기상천외한 생리작용으로 유명한 동물이다. 얼마 전 자라가 목의 특수기관 이용해 배설과 함께 산소를 섭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자라는 입으로 소변 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ichael V. Plummer and Caleb S. O’neal, Aerobic Pushups: Cutaneous Ventilation in Overwintering Smooth Softshell Turtles,
Apalone Mutica, Journal of Herpetology, 2019, DOI: 10.1670/18-03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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