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란 말을 남기고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10주기 추모미사가 16일 오후2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하고 한국 천주교 주교단 및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오늘 미사에는 사제, 수도자, 정관계 인사, 일반 신자 3,000여 명이 참석해 함께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했다.
염 추기경은 추모 미사 강론에서, “오늘 이 자리는 그저 그분을 추억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겪는 어려움과 도전이 있겠지만, 추기경님께서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하는 메시지를 통해 남기신 사랑과 감사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도 살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김 추기경님은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셨지만, 우리는 추기경님을 통해 낮은 자리에서 섬기며 사랑을 전한 예수님을 보았다”며, “오늘 추기경님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변함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대화하겠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역지사지할 때, 전 세계도 평화의 길을 지지하고 도와줄 것이다. 추기경님께서도 하늘에서 계속 기도해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독재정권 탄압 속에서 추기경님은 불의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들을보호해주셨다”며 “저도 추기경님과 인연이 깊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불의와 타협하거나 힘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한국의 가난하고 불의한 역사와 묵묵히 함께하셨다”며 “정치적으로는 장기독재 정권을 계획하는 정부에 대해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으며 시대의 어른으로서 권력에 당당히 맞서셨다”고 회고했다.
김 대주교는 “5.18에 대해서는 당신 생애에 가장 쓰라린 아픔을 준 비참한 역사의 한 사건이라며 슬픔을 감추시지 않았다”며 “근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적이고 반역사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신다면 김수환 추기경님은 어떤 심정이시며 그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교황청대사인 슈에레브 대주교는 추모사를 통해, “먼저 기쁜 마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격려와 특별한 인사를 전한다. 특히 교황님께서는 김 추기경이 보편 교회와 이 땅의 민주화 역사에 영혼의 참된 목자로서 기여하신 특별한 역할을 상기하셨다”며 “김수환 추기경의 전구를 통하여 주님께서 이 땅의 지속적인 평화와 확고부동한 화해의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를 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 1974년 7월23일 옛 중앙정보부로부터 소환을 통보받은 당시 천주교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맨 왼쪽)가
미사 예물 봉헌 시간에는 ‘0216 이음’ 캠페인 모금액을 봉헌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0216 이음’ 캠페인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일인 2월 16일을 기억하며 재단 법인 바보의 나눔에서 3회째 진행하고 있는 특별 모금 캠페인으로, 지난 2018년 11월 19일부터 진행된 이번 모금에는 총 418명이 39,105,996원을 기부했으며, 이 금액은 전액 의료 복지의 사각 지대에 있는 다문화 가족과 이주 노동자들의 치료비로 사용될 예정이다.한편,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0주년을 맞아 김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가 세상을 향해 지녔던 지향과 정신을 이 시대에 다시 한번 구현하기위해 추모사진전과 유품전시회, 기념음악회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김 추기경이 어린 시절을 보낸 경북 구미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도 추모 미사와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1922년 대구에서 출생한 김 추기경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고 1966년 초대 마산교구장을 거쳐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한 뒤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1969년에는 한국인 최초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당시 전 세계 추기경 136명 중 최연소였다.
김 추기경은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 인사들과 핍박받던 노동자들을 명동성당에서 보호해 명동성당이 민주화의 성지로 일컬어지게 했다. 김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각막을 기증하고 선종하자 40여만명이 조문했고, 장기기증이 급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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