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공개 전격 추진,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토지공개념 도입 주장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동산 정책이 눈에 띈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를 견제하고, 공공임대주택의 지자체 참여율을 늘려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해 국토보유세를 걷고 그 세수로 전 국민 기본소득을 지급해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복지 확대’라는 큰 그림도 제시했다.
‘예산 절감’ 공공건설 원가 공개,
분양원가공개로 확장
도민 10명중 9명 찬성, 폭발적 지지…
반쪽짜리 공개 논란은 왜?
분양원가공개로 확장
도민 10명중 9명 찬성, 폭발적 지지…
반쪽짜리 공개 논란은 왜?
이재명 지사가 지난 7월과 8월 꺼내놓은 ‘건설공사 원가공개’는 업계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이재명 지사는 10억원 이상 공공건설사업에 대한 설계내역서와 도급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 대비표, 설계변경내역 등 원가자료를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알려지지 않던 자료가 대규모로 풀리면서 다양한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지사는 연이어 건설공사 단가 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100억 미만 공공건설사에 적용되던 ‘표준품셈’을 ‘표준시장단가’로 바꿔 예산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표준품셈이란 재료나 노무 등 ‘품셈’에서 제시한 수량에 단가를 곱하는 방식이고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을 적용해 완료한 공사에 계약단가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를 말한다. 따라서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품셈보다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대체로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경기도는 설명한다. 이재명 지사는 이에 대해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지사가 연이어 발표한 공공건설공사 원가 공개와 품셈 변경은 ‘예산 절감’ 차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원가 공개 범위를 경기도시공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의 건설원가 공개로 범위를 넓히면서 국민들과 이해 관계가 높은 ‘분양원가공개’로 확장됐다.
이 지사는 공공건설원가공개 방침을 밝힌 지 약 보름만 뒤에 경기도시공사에서 시행하는 아파트 건설사업 등에 대한 원가 공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7세에 취업한 청년이 수도권에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데 왜 15년에서 25년이나 걸리는지, 왜 그 기간은 점점 늘어만 가는지 의문”이라며 경기도시공사의 아파트 건설 원가 공개가 집값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수천만원씩 오르는 서울의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기도시공사의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이를 근거로 민간건설사들의 아파트 원가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그간 건설사 등이 주변 시세에 따라 과도하게 부풀려진 원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가 공개’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경기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민 10명 중 9명이 ‘공공건설공사 원가공개’에 찬성했다. 건설업계는 원가 공개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영업비밀이 공개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시민들은 그보다 ‘건설사업의 투명성 제고’(39%) 나 ‘공사비 부풀리기 개선’(35%) ‘도민의 알 권리 충족’(21%)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도로와 철도 등 토목공사의 원가 공개 찬성률(90%)보다 아파트 등 주택건설 공사원가 공개 찬성률(92%)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법상 공공아파트는 택지비, 공사비, 간접비, 그 밖의 비용을 포함한 12개 항목을, 민간아파트는 택지비 외 6개 항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에는 공공아파트 61개, 민간아파트 7개 항목을 공개하도록 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제도는 무력화됐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아파트의 원가공개를 61개에서 12개 항목으로 축소한 데 이어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를 아예 자율화해버렸기 때문이다.
원가를 투명하게 들여다 볼 방법이 없으니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경실련이 분석한 화성동탄2지구 25개 아파트 사업의 분양원가 분석 결과를 보면 건축비에만 1조8천억원에 달하는 ‘거품’이 끼어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적정건축비보다 2조원에 육박하는 거품이 끼었고 이것이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따라서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분양원가만 공개해도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원가공개는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경기도시공사의 민간 참여 분양주택 원가 공개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반발이 심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이달 중순께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추석 연휴인 현재까지 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주거복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토지공개념’ 도입해 ‘국토보유세’ 징수...기본소득 정책으로 연결
‘토지공개념’ 도입해 ‘국토보유세’ 징수...기본소득 정책으로 연결
‘원가공개’가 재정안정·집값잡기에 효과가 있다면 최근 경기도가 발표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주거 복지’와 관련된 내용이다. 경기도는 오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호를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공급이 완료되면 현재 37만6천호 수준인 공공임대주택은 57만호로 늘어나고 전체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8.5%에서 유럽연합평균(9.3%)보다 높은 11.6%까지 높아진다.
눈에 띄는 것은 사회의 ‘상대적 약자’가 되어버린 청년층에 대한 각별한 배려다. 경기도는 공공임대주택 20만호 중 30%가 넘는 6만1천호를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중국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를 대신해 발표를 맡은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주거권은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헌법적 권리이며 국민의 주거권 보장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주거복지 강화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재명 지사는 주거복지를 넘어선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 복지 확대’라는 큰 그림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는 ‘부동산 불로소득 없는 경기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기본소득 실현이라는 밑그림을 강조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한 뒤 이를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우선, 현행 ‘부동산부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전체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 건물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부세와 달리 전국에 있는 토지를 인별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 지사는 “작금의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며 “헌법은 토지를 국민의 공통자산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현실은 특정 소수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과 나누어야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 제도적 장치가 바로 기본소득용 국토보유세”라고 설명했다.
국토보유세를 전국에 전면 도입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 따르는데 실현 가능하고 의지가 있는 지방정부가 이를 선택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방세제 입법 과정을 거친 뒤, 세율과 세목을 정할 수 있게 하면 경기도에서만큼은 국토보유세와 공평 배분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이 지사의 생각이다.
이재명 지사는 여기에 더해 ‘과도한 분양 초과이익 환수’와 ‘장기공공임대주택 건립’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분양가 논쟁의 핵심은 공급에 필요한 가격과 시중에 거래되는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투기요인이 있다는 것으로 실제 거래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원가를 부풀려 건설업체가 이익을 가져가거나 분양받은 사람이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공공택지에 대해서만이라도 분양에 따른 초과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며 “환수한 이익을 다른 데 쓰지 않고 특별회계 기금으로 만들어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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