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좁고 긴 날개로 현란한 비행술로 곤충 사냥
여름 철새 중 마지막 번식…왕잠자리 즐겨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새호리기. 제비처럼 날개폭이 좁고 길다.
매 가운데 아주 빠르고 강력하지는 않지만 현란한 비행술을 선보이는 새가 있다. 바로 새호리기다. 지난 5월 29일 충북 음성군의 한 야산에서 둥지를 트는 새호리기를 김응성씨가 발견해 알려왔다.
새호리기가 25m 높이 소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반쯤 완성했다. 엉성한 모습이다. 둥지를 만들 때는 나무꼭대기에 브이자 형으로 뻗은 나뭇가지를 지지대로 이용한다. 그곳을 출입구로 이용한다. 참매의 둥지와 비슷한 특징이다.
새호리기는 둥지를 직접 만들지 않고 까치를 비롯한 다른 새의 옛 둥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참매 둥지보다 작은 둥지를 직접 틀었다. 25일 동안 만든 둥지는 지름이 1m쯤 되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 새호리기가 소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틀었다.
» 새호리기 둥지. 소나무는 무더운 여름철 살균과 방부제 구실을 하여 새호리기 새끼를 기르기에 제격이다.
28일쯤 알을 품으면 새끼가 깨어 나온다. 8월 15일, 새끼가 태어나 어느 정도 자랐을 것을 예측하고 80여 일 만에 둥지를 찾아갔다. 완벽하게 둥지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 번식을 마치고 새호리기가 떠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둥지 위에서 무엇인가 어른거린다. 새호리기 새끼다. 솜털에 듬성듬성 깃털이 나 있다. 태어난 지 20여일 정도 되어 보인다.
» 태어 난지 20여 일이 되자 솜털에서 깃털이 자라난다.
주변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니 어미가 사냥감을 둥지에 던져 놓으면 충분히 뜯어먹을 수 있게 자랐다.
새호리기는 농경지, 인가 주변의 산림에 서식하고 도시의 숲에서도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이 있는 야산을 더 선호한다. 강가에는 곤충이 많이 서식하는데 특히 단백질이 많은 영양식인 왕잠자리는 새호리기가 새끼를 키우는 데 아주 적합한 곤충이다. 물론 야산에 서식하는 다양한 새들도 새호리기에게는 모두 식사 거리다.
■ 사냥에 나서는 새호리기의 연속 동작
» 지정석인 고사목 위에 앉아 있는 새호리기,
» 새호리기가 날개를 펼쳤다.
» 날아오르는 새호리기.
» 날아오르며 고사목가지를 디딤 삼아 박차고 있다.
» 순식간에 디딤 가속도 이용해 쏜살같이 앞으로 뛰쳐나간다.
» 날개를 위로 제처 속도를 낸다.
» 날개를 수평으로 펼쳐 하강하는 새호리기.
» 날개를 접어 빠른 속도로 하강하려 한다.
새호리기의 현란한 비행술은 날개에 비밀이 숨어 있다. 날개만 보면 제비와 닮았다. 제비는 날렵한 날개와 두 갈래로 갈라진 꽁지깃으로 방향을 재빨리 바꾸고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데 새호리기도 날개와 꽁지깃이 길고 폭이 좁다. 날개가 좁으면 기류를 타고 활공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을 재빨리 바꾸고 돌진할 수 있다.
» 왕잠자리를 사냥한 새호리기.
비행술이 뛰어나 작은 새를 공격할 때는 하늘에서 날개를 접고 급강하 하여 잡는다. 넓은 초지나 수면 위를 낮게 날면서 잠자리나 곤충을 낚아채어 공중에서 잡아먹기도 한다. 새호리기란 이름은 현란한 비행 솜씨와 빠르게 사냥감을 홀리듯 유려하게 비행해 낚아채는 탁월한 사냥술에서 비롯되었다.
제비 역시 비행술이 뛰어나 논 위를 낮고 빠르게 날면서 곤충을 사냥하는데, 새호리기가 따라오면 덤불 속에 숨어 버린다. 새호리기는 덤불이나 숲 속처럼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 한다.
» 먹이를 가지고 둥지로 향하는 새호리기.
그동안 둥지를 만든 나뭇가지와 소나무 가지에 가려 새호리기 새끼가 몇 마리인지 몰랐지만, 8월 18일에 1마리의 새끼가 부화한 것을 확인했다. 새호리기는 2~3개의 알을 낳아 키우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1마리는 아쉬웠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키워내야 할 새끼가 적은 덕분에 어미는 고생을 덜었고 새끼는 온전한 보살핌을 받아 튼튼하게 성장했다. 새호리기 부부는 사냥한 왕잠자리를 날개를 다듬어 새끼에게 열심히 먹인다.
» 태어난 지 23일이 되자 깃털이 많이 자랐다.
새끼는 어미가 먹이를 물고 먼 곳에서 오더라도 어떻게 아는지 미리 소리를 낸다. 어미는 새끼에게 화답하고 서둘러 둥지로 날아들어 먹이를 준다.
어미 새호리기는 둥지로 날아들 때 둥지의 안전을 살피기 위해 사방이 트인 높은 고사목 지정석에 앉아 암수가 서로 소리로 소통하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수컷이 잡아온 사냥감을 암컷한테 넘겨주는 먹이 전달식도 이루어진다. 주도면밀한 성격에 경계심이 매우 강한 새다.
■ 새호리기의 ‘먹이 전달식’
» 수컷 새호리기가 먹이를 가져오자 소리를 내는 암컷 새호리기.
» 수컷 새호리기가 나뭇가지에 앉아 암컷 새호리기가 먹이를 전달받으러 갈 준비를 한다.
» 암컷 새호리기가 수컷 새호리기한테 다가간다.
» 수컷 새호리기가 사냥감을 전달하고 있다.
» 먹이를 전달받은 새호리기 암컷, 새끼한테 갖다 주기만 하면 된다.
» 사냥감 왕잠자리를 전달받고 자리를 이동하는 새호리기.
» 둥지로 먹이를 가져가는데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무더위에 어미와 새끼가 부리와 날개를 벌려 계속해서 더위를 식힌다. 폭염은 생명체를 힘들게 한다. 늦은 저녁이 되자 어미가 둥지 가까이 날아들어 새끼의 안전을 지킨다.
8월 22일 이른 아침 새호리기 둥지에 도착했다. 혹여 새끼가 벌써 둥지에서 떠나진 않았을까 내심 걱정을 했다. 새호리기 새끼가 당당히 둥지 위로 올라서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 태어난 지 27일이 되자 솜털이 거의 없어지고 깃털로 탈바꿈한 새호리기 새끼.
» 둥지 밖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새호리기 새끼.
둥지 위로 올라섰다는 것은 둥지를 떠날 시기가 다가왔음을 말해 준다. 온종일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호리기 새끼는 이리저리 둥지 안을 옮겨 다니며 날갯짓을 하는 둥 부산을 떤다. 둥지 밖으로 떠나려는 훈련이다. 어미가 잡아다 준 먹이를 둥지에서 뜯어 먹기도 한다. 둥지는 이제 새호리기 새끼의 놀이터가 되었다.
» 둥지를 떠나려 날갯짓 연습을 하는 새호리기 새끼.
» 어미가 둥지에 갖다놓은 먹이를 뜯고 있는 새호리기 새끼.
늦은 오후, 새호리기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와 나뭇가지에 올라섰다. 용기를 낸 과감한 행동이다. 그리곤 날갯짓을 해댄다. 아직은 행동이 어설퍼 나무에서 떨어질 것 같이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떨어질 염려는 없다. 아주 조심스러운 행동이 엿보인다. 오후 5시께 온종일 보이지 않던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재빨리 먹이고 둥지를 빠져나간다.
» 드디어 둥지 밖으로 나온 새호리기 새끼.
» 둥지를 벗어난 새끼 새호리기가 무더위를 식히려 계속해서 날개를 벌리고 있다.
오후 6시 30분께 새호리기 새끼가 둥지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이맘때면 새호리기 부부도 사냥을 마치고 둥지 주변에서 새끼의 안전을 지킨다.
새를 관찰하다 보면 아침과 저녁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의 모습이 눈에 띈다.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가는 데 100여일 정도 걸렸다.
새호리기 새끼는 이틀 후면 힘찬 날갯짓을 하며 둥지를 떠날 것이다. 새호리기를 끝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모든 여름 철새의 번식이 끝나게 된다.
» 어미가 먹이를 가져오자 둥지 속으로 들어간 새끼.
» 왕잠자리를 주로 선호하는 새호리기. 잠자리의 날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새호리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몸길이는 수컷 33.5㎝, 암컷 35㎝, 날개 길이 72~84㎝ 몸 윗면은 흑갈색이며, 아랫배와 아랫꼬리덮깃, 넓적다리 깃털은 붉은색이다. 희고 가는 눈썹 선이 있다.
가슴과 배에는 흑갈색 굵은 세로줄 무늬가 있다. 날개 아랫면에 가로줄 무늬가 조밀하게 있다. 날 때 날개는 가늘고 길어 날쌔게 날 수 있다.
» 짬을 내 휴식을 취하며 기지개를 켜는 새호리기.
수컷은 암컷보다 가슴 부분이 밝게 보인다. 산란기는 5~7월이다. 어린 새는 몸 아랫면 전체가 노란색을 띤 갈색이며, 어두운 갈색의 세로줄 무늬가 더 굵다. 새호리기의 유사 종으로 매는 크기가 더 크며 배에 세밀한 가로줄 무늬가 있다.
» 둥지 주변에서 새끼 새호리기의 안전을 지키는 새호리기 어미.
황조롱이는 날 때 꼬리가 더 길며, 눈 밑의 검은 무늬가 뚜렷하지 않다. 번식기 외에는 주로 혼자서 생활한다. 한국·유럽·아프리카·러시아·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5월 초순에 도래해서 번식하고, 10월까지 국내에서 서식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좁고 긴 날개로 현란한 비행술로 곤충 사냥
여름 철새 중 마지막 번식…왕잠자리 즐겨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새호리기. 제비처럼 날개폭이 좁고 길다.
매 가운데 아주 빠르고 강력하지는 않지만 현란한 비행술을 선보이는 새가 있다. 바로 새호리기다. 지난 5월 29일 충북 음성군의 한 야산에서 둥지를 트는 새호리기를 김응성씨가 발견해 알려왔다.
새호리기가 25m 높이 소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반쯤 완성했다. 엉성한 모습이다. 둥지를 만들 때는 나무꼭대기에 브이자 형으로 뻗은 나뭇가지를 지지대로 이용한다. 그곳을 출입구로 이용한다. 참매의 둥지와 비슷한 특징이다.
새호리기는 둥지를 직접 만들지 않고 까치를 비롯한 다른 새의 옛 둥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참매 둥지보다 작은 둥지를 직접 틀었다. 25일 동안 만든 둥지는 지름이 1m쯤 되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 새호리기가 소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틀었다.
» 새호리기 둥지. 소나무는 무더운 여름철 살균과 방부제 구실을 하여 새호리기 새끼를 기르기에 제격이다.
28일쯤 알을 품으면 새끼가 깨어 나온다. 8월 15일, 새끼가 태어나 어느 정도 자랐을 것을 예측하고 80여 일 만에 둥지를 찾아갔다. 완벽하게 둥지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 번식을 마치고 새호리기가 떠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둥지 위에서 무엇인가 어른거린다. 새호리기 새끼다. 솜털에 듬성듬성 깃털이 나 있다. 태어난 지 20여일 정도 되어 보인다.
» 태어 난지 20여 일이 되자 솜털에서 깃털이 자라난다.
주변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눈치를 살피는 것을 보니 어미가 사냥감을 둥지에 던져 놓으면 충분히 뜯어먹을 수 있게 자랐다.
새호리기는 농경지, 인가 주변의 산림에 서식하고 도시의 숲에서도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이 있는 야산을 더 선호한다. 강가에는 곤충이 많이 서식하는데 특히 단백질이 많은 영양식인 왕잠자리는 새호리기가 새끼를 키우는 데 아주 적합한 곤충이다. 물론 야산에 서식하는 다양한 새들도 새호리기에게는 모두 식사 거리다.
■ 사냥에 나서는 새호리기의 연속 동작
» 지정석인 고사목 위에 앉아 있는 새호리기,
» 새호리기가 날개를 펼쳤다.
» 날아오르는 새호리기.
» 날아오르며 고사목가지를 디딤 삼아 박차고 있다.
» 순식간에 디딤 가속도 이용해 쏜살같이 앞으로 뛰쳐나간다.
» 날개를 위로 제처 속도를 낸다.
» 날개를 수평으로 펼쳐 하강하는 새호리기.
» 날개를 접어 빠른 속도로 하강하려 한다.
새호리기의 현란한 비행술은 날개에 비밀이 숨어 있다. 날개만 보면 제비와 닮았다. 제비는 날렵한 날개와 두 갈래로 갈라진 꽁지깃으로 방향을 재빨리 바꾸고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데 새호리기도 날개와 꽁지깃이 길고 폭이 좁다. 날개가 좁으면 기류를 타고 활공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을 재빨리 바꾸고 돌진할 수 있다.
» 왕잠자리를 사냥한 새호리기.
비행술이 뛰어나 작은 새를 공격할 때는 하늘에서 날개를 접고 급강하 하여 잡는다. 넓은 초지나 수면 위를 낮게 날면서 잠자리나 곤충을 낚아채어 공중에서 잡아먹기도 한다. 새호리기란 이름은 현란한 비행 솜씨와 빠르게 사냥감을 홀리듯 유려하게 비행해 낚아채는 탁월한 사냥술에서 비롯되었다.
제비 역시 비행술이 뛰어나 논 위를 낮고 빠르게 날면서 곤충을 사냥하는데, 새호리기가 따라오면 덤불 속에 숨어 버린다. 새호리기는 덤불이나 숲 속처럼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 한다.
» 먹이를 가지고 둥지로 향하는 새호리기.
그동안 둥지를 만든 나뭇가지와 소나무 가지에 가려 새호리기 새끼가 몇 마리인지 몰랐지만, 8월 18일에 1마리의 새끼가 부화한 것을 확인했다. 새호리기는 2~3개의 알을 낳아 키우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1마리는 아쉬웠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키워내야 할 새끼가 적은 덕분에 어미는 고생을 덜었고 새끼는 온전한 보살핌을 받아 튼튼하게 성장했다. 새호리기 부부는 사냥한 왕잠자리를 날개를 다듬어 새끼에게 열심히 먹인다.
» 태어난 지 23일이 되자 깃털이 많이 자랐다.
새끼는 어미가 먹이를 물고 먼 곳에서 오더라도 어떻게 아는지 미리 소리를 낸다. 어미는 새끼에게 화답하고 서둘러 둥지로 날아들어 먹이를 준다.
어미 새호리기는 둥지로 날아들 때 둥지의 안전을 살피기 위해 사방이 트인 높은 고사목 지정석에 앉아 암수가 서로 소리로 소통하며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수컷이 잡아온 사냥감을 암컷한테 넘겨주는 먹이 전달식도 이루어진다. 주도면밀한 성격에 경계심이 매우 강한 새다.
■ 새호리기의 ‘먹이 전달식’
» 수컷 새호리기가 먹이를 가져오자 소리를 내는 암컷 새호리기.
» 수컷 새호리기가 나뭇가지에 앉아 암컷 새호리기가 먹이를 전달받으러 갈 준비를 한다.
» 암컷 새호리기가 수컷 새호리기한테 다가간다.
» 수컷 새호리기가 사냥감을 전달하고 있다.
» 먹이를 전달받은 새호리기 암컷, 새끼한테 갖다 주기만 하면 된다.
» 사냥감 왕잠자리를 전달받고 자리를 이동하는 새호리기.
» 둥지로 먹이를 가져가는데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무더위에 어미와 새끼가 부리와 날개를 벌려 계속해서 더위를 식힌다. 폭염은 생명체를 힘들게 한다. 늦은 저녁이 되자 어미가 둥지 가까이 날아들어 새끼의 안전을 지킨다.
8월 22일 이른 아침 새호리기 둥지에 도착했다. 혹여 새끼가 벌써 둥지에서 떠나진 않았을까 내심 걱정을 했다. 새호리기 새끼가 당당히 둥지 위로 올라서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 태어난 지 27일이 되자 솜털이 거의 없어지고 깃털로 탈바꿈한 새호리기 새끼.
» 둥지 밖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새호리기 새끼.
둥지 위로 올라섰다는 것은 둥지를 떠날 시기가 다가왔음을 말해 준다. 온종일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호리기 새끼는 이리저리 둥지 안을 옮겨 다니며 날갯짓을 하는 둥 부산을 떤다. 둥지 밖으로 떠나려는 훈련이다. 어미가 잡아다 준 먹이를 둥지에서 뜯어 먹기도 한다. 둥지는 이제 새호리기 새끼의 놀이터가 되었다.
» 둥지를 떠나려 날갯짓 연습을 하는 새호리기 새끼.
» 어미가 둥지에 갖다놓은 먹이를 뜯고 있는 새호리기 새끼.
늦은 오후, 새호리기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와 나뭇가지에 올라섰다. 용기를 낸 과감한 행동이다. 그리곤 날갯짓을 해댄다. 아직은 행동이 어설퍼 나무에서 떨어질 것 같이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떨어질 염려는 없다. 아주 조심스러운 행동이 엿보인다. 오후 5시께 온종일 보이지 않던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재빨리 먹이고 둥지를 빠져나간다.
» 드디어 둥지 밖으로 나온 새호리기 새끼.
» 둥지를 벗어난 새끼 새호리기가 무더위를 식히려 계속해서 날개를 벌리고 있다.
오후 6시 30분께 새호리기 새끼가 둥지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이맘때면 새호리기 부부도 사냥을 마치고 둥지 주변에서 새끼의 안전을 지킨다.
새를 관찰하다 보면 아침과 저녁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의 모습이 눈에 띈다.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가는 데 100여일 정도 걸렸다.
새호리기 새끼는 이틀 후면 힘찬 날갯짓을 하며 둥지를 떠날 것이다. 새호리기를 끝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모든 여름 철새의 번식이 끝나게 된다.
» 어미가 먹이를 가져오자 둥지 속으로 들어간 새끼.
» 왕잠자리를 주로 선호하는 새호리기. 잠자리의 날개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새호리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몸길이는 수컷 33.5㎝, 암컷 35㎝, 날개 길이 72~84㎝ 몸 윗면은 흑갈색이며, 아랫배와 아랫꼬리덮깃, 넓적다리 깃털은 붉은색이다. 희고 가는 눈썹 선이 있다.
가슴과 배에는 흑갈색 굵은 세로줄 무늬가 있다. 날개 아랫면에 가로줄 무늬가 조밀하게 있다. 날 때 날개는 가늘고 길어 날쌔게 날 수 있다.
» 짬을 내 휴식을 취하며 기지개를 켜는 새호리기.
수컷은 암컷보다 가슴 부분이 밝게 보인다. 산란기는 5~7월이다. 어린 새는 몸 아랫면 전체가 노란색을 띤 갈색이며, 어두운 갈색의 세로줄 무늬가 더 굵다. 새호리기의 유사 종으로 매는 크기가 더 크며 배에 세밀한 가로줄 무늬가 있다.
» 둥지 주변에서 새끼 새호리기의 안전을 지키는 새호리기 어미.
황조롱이는 날 때 꼬리가 더 길며, 눈 밑의 검은 무늬가 뚜렷하지 않다. 번식기 외에는 주로 혼자서 생활한다. 한국·유럽·아프리카·러시아·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5월 초순에 도래해서 번식하고, 10월까지 국내에서 서식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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