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1311일이 흘렀다. 수색이 마무리 돼 가지만 끝내 사랑하는 가족을 수습하지 못하고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거치된 세월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끝내 미수습자로 남은)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며 오열했다.
참사 당시인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떠난 세월호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미수습자로 남은 남현철 군, 박영인 군, 양승진 선생, 권재근씨와 혁규 군 부자 등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기 전인 16일 오후 2시 찢기고 녹슬어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그동안 너무 보고싶어 내려놓지 못했는데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눈물 짓거나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김주형 기자
이들은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군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부르짖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섯 분 미수습자 이름을 부르는 동안 가족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끝내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네 가족을 대표해 현철 군 아버지 남경원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거나 손으로 눈물을 씻어냈다.
이들은 “세월호가 인양되고 이곳 목포신항에 거치된 후 저희 가족들은 이제는 가족의 유해라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부두 안쪽에 마련된 작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매일 아침 세월호를 바라보았다”면서 “(그동안) 2014년 진도에서처럼 유해를 찾아 떠나는 가족들을 부러워하며 남아있는 가족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면서 고통스런 날들을 견뎌냈지만 하루하루 수색이 끝나갈 때마다 우리도 가족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희망보다 영원히 가족을 못 찾을 수 있다는 공포와 고통이 점점 커져만 갔다”고 힘들게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하게 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내려놓지 못했다”고 할 때는 목소리마저 부들부들 떨렸고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 저희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민들에게 남긴 미수습자 가족의 당부
“2기 특조위 구성돼 진상규명 꼭 이뤄져야”
“다섯 사람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
이날 목포신항에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 앞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국민들에게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특히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자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저희들은 떠나지만 이후 선체조사 과정에서라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시기를 바라며, 앞으로 모든 일은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 몫으로 남겨두고 떠난다”고 울먹였다.
나아가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2기 특조위가 구성돼 한점 의혹없는 진상규명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국민들을 향해서는 “같이 울어주고 아파해주신 평생 갚지 못할 큰 사랑을 받았다”면서 자원봉사자들, 진도군민들과 어민들, 잠수사들, 정부 관계자들, 종교단체와 온마음센터, 선체조사위, 코리아 샐비지, 언론, 4.16가족협의회, 대한변협, 안산시, 목포시민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고마움을 전했고 “이제는 저희 가족들과 함게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미수습자 다섯 명 이름을 일일이 외쳐 부르면서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거듭 고개 숙여 인사했다. 하지만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동안 끝내 목으로 넘어오지 않았던 오열이 터져나왔고, 국민들을 향해 인사한 뒤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수색 종료’? 우리는 떠나도 선체조사위, 해수부는 수색 계속해야”
기자회견을 모두 마친 뒤 미수습자로 남은 남현철 군 아버지와 이날 기자회견에 연대하기 위해 목포신항을 찾은 고 이재욱 군 어머니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우리는 한 가족이다.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주형 기자
박영인 군 어머니, 남현철 군 어머니, 양승진 선생님 부인은 쓰러져 오열하며 몸을 추스르지 못했고, 이를 지켜보다 못한 영인 군 아버지, 현철 군 아버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일으켜 세워 함께 오열하면서 한 명씩 기거하고 있는 컨테이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의 오열과 유가족들의 눈물로 가득했던 세월호 앞은 수습한 뒤 돌아온 현철 군 아버지 홀로 나서서 기자들과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다.
미수습자 가족 대표로 나선 현철 군 아버지는 “18일 여기서 영결식을 하고 안산제일병원으로 가서 3일장으로 개인 장례를 치른다”면서 “발인이 끝나면 여기 와계신 유가족들과 같이 같은 곳에 아이들을 데려다 놓을 것”이라고 장례 계획을 밝혔다.
또한 ‘수색 종료’ 문제에 대해서는 “수색 종료란 게 참 웃긴 말이다”라면서 “우리가 여기 나와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국민들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가야 된다는 뜻이지 선조위, 해수부는 (수색을) 계속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4.16가족협의회와 유가족들과 연대를 강조했다. 현철 군 아버지는 “세월호 배를 보존하는 부분 등에서 무조건 (4.16)가족협의회 뜻에 따를 것”이라면서 “이분들은 (세월호 참사 뒤) 단 한가지 이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이것만 보고 오신 분들이다. 모든 걸 접어두고 우리 옆에 계셨던 분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고에 희생된 사람들이 (왜) 억울하게 죽었는지 이걸 밝혀내기 위해 왔다”면서 ‘가족’임을 강조했다.
미수습자 가족·유가족 “우리는 모두 한가족, 함께 갈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인사를 한 뒤 오열하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연대하기 위해 목포신항으로 온 유가족이 부둥켜 안으며 함께 오열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한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안산과 서울에서 버스 1대로 세월호 유가족 20여 명이 목포신항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 눈물 흘리고 부둥켜 안으며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현철 군 아버지와 미수습자 가족들이 추스르고 나와서 연대하기 위해 온 유가족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포옹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재욱 군 어머니 홍영미씨, 세월호 인양과 함께 목포신항에 거치된 지금까지 팽목항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우재 군 아버지 고영환씨를 비롯한 20여 명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난 뒤부터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들을 갈라놓으려 하는 언론들이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그런 보도에 연연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이제 중심이 다 서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를 흘려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고 강조하면서 웃어넘겼다.
재욱 군 어머니 홍영미씨는 “우리가 와야 할 자리다. 그래서 왔다”라고 하면서 “우리는 서로 다르지 않고 모두 한 가족이다. 함께 갈 것이다. 한 가족이니까 마음을 함께 해서 가족처럼 지내자”고 눈과 함께 붉어진 얼굴로 미수습자 가족들을 스스럼없이 ‘가족’이라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컨테이터로 자리를 옮기자 목포신항 부두 위는 세월호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따금씩 장비와 차량만이 엔진 소리를 내며 오고 갔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기 전인 16일 오후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으로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군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부르짖으며 국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한 명 한 명 미수습자 이름을 부르는 동안 가족들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결국 국민들을 향해 인사를 한 뒤 주저앉아 오열했다.ⓒ김주형 기자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국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연대하기 위해 서울, 안산 등에서 유가족 20여 명이 목포신항 세월호 앞으로 들어서고 있다.ⓒ김주형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