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 진상규명 ①]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대체 무엇이길래
17.11.23 09:21
최종 업데이트 17.11.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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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다섯 명은 결국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차라리 천형이라고 믿고 싶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마지막 세월호 장례식이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는 긴급 기획을 편성해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이들에게 조그마한 용기를 주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후원(좋은 기사 원고료)은 전액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됩니다. (후원하기) http://omn.kr/olvf [편집자말] |
▲ 국회 농성만 벌써 몇 번째... 다시 모인 세월호 가족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안 통과 촉구를 위해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2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법안 통과 때까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 |
ⓒ 남소연 |
"진상규명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이를 찾느라 신경 쓸 여유가 없었을 뿐이에요." (세월호 미수습자 박영인 학생의 아빠)
"우리 아이를 찾는 것은 끝나지만, 진실을 밝히는 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세월호 미수습자 남현철 학생의 엄마)
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 교사, 권재근·권혁규 부자. 끝내 돌아오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들을 가슴에 묻은 가족들이 남긴 말이다. 결국 가족을 찾진 못했지만 3년 7개월 전 그날의 진실만큼은 알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는 비단 미수습자 가족들만이 아니라 전체 유가족들, 더 나아가 세월호 사건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모든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2기 출범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아래 사회적 참사법)'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에 발맞춰 세월호 유족들(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이 23일 오전부터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전격적으로 농성에 돌입했다. 이 법안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함께하고 있다.
이 법안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길래 이들이 이토록 애타하는 것일까.
[국회법적 의의] 첫 신속처리대상 법안
▲ 15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침몰하며 부숴진 모습으로 거치되어 있다. | |
ⓒ 이희훈 |
가결될 경우 지난 정부에서 정부·여당의 방해 속에서 좌초했던 1기 특조위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다시 길어올릴 기회를 얻게 된다.
이 법은 의원 다수가 동의하지만 특정 정당의 반대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때 사용하는 제도인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본회의에 오른 첫 법안이기도 하다.
사회적 참사법은 지난해 12월 19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11명 의원의 동의를 얻어 발의됐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이를 반대했다. 이에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가결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같은 해 12월 26일 이를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국회법에 따라 330일 기한을 채워, 2017년 11월 24일, 그 가부를 결정짓게 된다.
[1기의 한계] 왜 또 세월호 특조위를?
사회적 참사법은 지난해 12월 19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11명 의원의 동의를 얻어 발의됐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이를 반대했다. 이에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가결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같은 해 12월 26일 이를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국회법에 따라 330일 기한을 채워, 2017년 11월 24일, 그 가부를 결정짓게 된다.
[1기의 한계] 왜 또 세월호 특조위를?
▲ 세월호특조위 "임명권자 만나겠다는데 왜 막냐" 이석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철회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해수부가 발표한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입법취지를 호도하는 문제는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결단만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고 국민의 진상규명 염원에 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 |
ⓒ 유성호 |
"조사할 만큼 다 한 상황인데 왜 자꾸 과거를..."
자유한국당이 사회적 참사법을 반대하는 이유다. 이미 국회의 절차를 거쳐서 1기 특조위를 구성했고 그에 따라 관련 조사가 이미 진행됐다는 것이다. <문화일보>도 지난 17일 사설에서 "입법으로 추가 조치를 강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썼다. 그러나 이는 1기 특조위가 정부·여당의 방해로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주장이다.
일단,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3월 파견 공무원이 특조위 위원회와 소위원회를 사실상 관할하는 시행령을 내놨다. 이는 조사 대상자가 조사 업무를 관장하는 형태로, 특조위의 목줄을 틀어쥔 것이다. 일부 특조위원들이 노숙농성까지 벌였지만,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수정만 한 뒤, 그해 5월 시행령을 공포했다.
활동 시한도 논란이었다. 1기 특조위의 법적 근거였던 세월호 특별법 7조에 따르면 '특조위는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 활동 종료, 필요시 6개월 연장'이라고 돼 있다. 특조위 상임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날은 2015년 3월 5일. 특조위 예산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날은 같은 해 8월 4일이었다. 가장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더라도 2015년 3월 5일을 '특조위 활동 시작'으로 해석해야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월 1일 특별법 시행시점을 기준점으로 삼고 2016년 6월 30일로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은 끝났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강제 종료였다.
예산과 인력 문제를 보더라도 1기 특조위는 절름발이였다. 특조위는 2015년 2월 예산안을 요청했지만 6개월 동안 돈을 받지 못했다. 그해 8월 요청한 예산 159억 원은 44% 삭감된 89억 원만 지급됐다. 이후 특조위는 2016년 상반기 예산 62억 원을 받았지만 하반기에 요청했던 104억 원에 대해서는 '조사활동 기간 종료'를 이유로 받지 못했다. 인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별법 시행령에 규정된 120명 정원은 활동 시한 내내 채워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특조위를 안에서 흔들었다. 당시 사무처장 겸 부위원장이었던 조대환 전 위원은 2015년 7월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며 해체를 요구하다가 사퇴했다. 그는 이후 박근혜 청와대의 마지막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그해 11월 특조위의 '대통령 7시간 조사' 방침에 총사퇴를 운운하며 반발했다. 석정현·황전원 등 일부 위원들은 사의를 표명하고 20대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기도 했다.
1기 특조위는 특별검사 요청도 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반대 탓이었다. 결국 1기 특조위의 특검 요청안은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번엔 뭐가 달라지나] 한국당 반대해도 최대 2개월 내 특검 가능
1기 특조위와 2기 특조위가 해야 할 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달라진 것은 권한이다. 특히 앞서 1기 특조위 때 무산됐던 특별검사 요청에 관한 부분이 주목된다.
1기 특조위는 앞서 유가족 등이 요구했던 수사권, 기소권을 특검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풀어냈다. 다만 특검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만 있었고 국회가 그를 결정하도록 한 한계가 있었다. 2016년 특조위의 특검 요청안이 당시 여당의 반대로 결국 자동폐기됐던 것도 이런 한계 탓이다.
그러나 사회적 참사법은 2기 특조위에서 특검을 요청하면 그로부터 1개월 내에 국회에서 심사를 마치도록 강제했다. 만약 특검 요청안이 기한 내에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다음 날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고, 그로부터 1개월 내에 본회의에 상정토록 했다. 특정 정당이 반대하더라도 무조건 표결할 수 있도록 강제한 것이다.
특검 요청 횟수도 제한하지 않았다. 특검 요청을 국회에 두 차례만 할 수 있도록 했던 1기 특조위와 다른 점이다. 더욱이 특검 후보군 역시 특조위에서 사실상 결정한다. 사회적 참사법은 "특검후보추천위가 구성되면 위원회(특조위)는 지체 없이 5명의 특검 후보자를 통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기 특조위 권한 강화를 위한 장치들은 이 외에도 또 있다. 특조위의 동행명령 거부 등에 대한 처벌은 상향 조치됐다. 1기 특조위 땐 정당한 이유 없이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은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회적 참사법은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은 이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최대 1년 6개월이던 활동 시한은 최대 3년으로 늘어난다. 사회적 참사법은 "위원회 의결로 조사개시 결정을 하는" 시점을 시작으로 2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도록 하고, 위원회 의결로 1년 이내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망] 법안 통과 가능성, 하지만... 수능 한파에 전격 농성 돌입한 유족들
▲ 세월호-가습기 참사 진상규명 105,176명 입법 촉구 서명 국회 전달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인 ’사회적참사특별법 수정대안’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을 촉구하는 105,176명의 입법 촉구 서명을 국회 민원실에 전달하고 있다. | |
ⓒ 유성호 |
현재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결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121석)·국민의당(40석)·정의당(6석)·민중당(2석) 등이 이탈 없이 찬성표를 던지면 총 169명으로 국회 재적의원(299명) 과반을 여유 있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법 원안은 특조위원 9명 중 6명을 야당에서 추천하고, 3명을 여당에서 추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발의 당시만 하더라도 진상규명이라는 법안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여당인 한국당보다 야당의 추천 비율을 높인 것인데 지난 5월 대선 이후 여야가 바뀌면서 오히려 원 취지를 해치는 독소조항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 등은 '제대로 된' 사회적 참사법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 등은 지난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여당이던 시기에 발의된 사회적 참사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진실 은폐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이 다른 야당과 함께 6명이나 되는 위원을 추천하게 된다"라며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이들이 아닌 진상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가족들이 믿을 수 있는 이들로 2기 특조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세월호-가습기 피해' 막을 사회적 참사법, 운명가를 3일)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이에 발 맞춰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야 추천 비율을 여당 4명·야당 4명·국회의장 1명으로 바꿔 한국당 추천 위원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다만, 수정안에 대한 합의가 완벽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 활동 기간이나 조사 대상 등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는 아직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3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전격적인 국회 본청 앞 농성 사실을 알리면서 "사회적참사진상규명특별법 통과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집행위원장은 "1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서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특조위원 추천·구성안 등 법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라며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세월호 적폐잔당 자유한국당이 끼어들고, 예상치 못하게도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는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당 40명 의원 중 32명이 우리 유가족 수정안에 동의한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원내지도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 본회의까지 불과 30시간도 안 남았다"라며 "그 안에 진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안되면 독자적인 수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까지 큰 틀에서 합의가 됐지만 세부적 내용은 조율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100% 낙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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