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린 박사는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뉴아메리카 재단(the New America Foundation)에서 지난 15년간 점점 커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의 ‘힘’을 연구해 왔다. 린 박사에게 그 15년 중 14년은 아주 괜찮은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금주에 해고됐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연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IT 거인들의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점점 나아가자, 뉴아메리카 재단의 최대 후원자 중 하나인 구글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게 린 박사의 분석이다.
공개된 이메일을 보면, 뉴아메리카 재단은 린 박사의 비판이 모금을 어렵게 할까봐 걱정했던 것 같다. 뉴아메리카 재단의 앤머리 슬라터 대표는 “정말 중요한 핵심 분야 몇몇에서 구글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고 재단이 현재 노력 중입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지원금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라는 이메일을 린 박사에게 보냈다.
슬라터 대표는 린 박사가 구글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해고됐다는 것을 부인한다. 하지만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에릭 슈미트 대표가 1999년 이후 뉴아메리카 재단에 무려 2천1백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슬라터 대표의 말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슈미트 알파벳 대표가 수년간 뉴아메리카 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했고 뉴아메리카재단의 대회의장 이름이 “에릭 슈미트 아이디어 연구실(Eric Schmidt Ideas Lab)”이기도 하다. 슬라터 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다.
대형 은행과 거대 제약회사, 그 뒤를 이은 실리콘 밸리
싱크탱크를 지원하는 것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기업들이 정책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기업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백악관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정치적 권력의 ‘기지’에서 압력을 주로 행사한다. 로비업계의 심장부인 워싱턴 D.C.의 K-스트리트에서 말이다.
K-스트리트는 싱크탱크 뿐만 아니라 영악한 기업의 로비스트들과 그들의 끄나플들, 그리고 각종 이익단체들로 가득 차 있다. 로비스트들은 자신의 사적 이익이 법률과 규제에 반영되도록 국회의원들의 주위에 맴돌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대형 은행들과 거대 제약회사들이 재력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워싱턴에서 큰 힘을 휘둘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뛰어넘은 후발 주자가 있다. 바로 실리콘 밸리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5대 첨단기업들은 워싱턴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해 현재는 월가보다 무려 2배나 되는 로비자금을 쓴다.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그리고 아마존은 작년 한해에만 워싱턴에 4천9백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했고, 실리콘 밸리 임원과 정부 고위직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는 일상화 됐다.
첨단기술회사들이 국회와 늘 이렇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 엄청난 부와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하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선구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1997년에 단지 2백만 달러의 로비자금만 썼다. 워싱턴으로부터 거리를 뒀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썬마이크로시스템스, IBM, 노벨을 포함한 경쟁사들의 로비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린턴 정부의 반독점 기관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 이듬해,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운영체제의 독점을 이용해 자사의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강매해 경쟁사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고발했다.
수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사들의 소프트웨어가 좀더 쉽게 윈도우 운영체제에 통합될 수 있도록 강제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이후 더 조심스럽고 덜 공격적으로 기업을 운영했다. 애플과 구글이 꽃을 피운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 기념비적 소송으로 실리콘 밸리의 첨단기업들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정계를 외면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교훈 말이다.
이 소송은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전 CEO이자 노벨의 CEO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개적 거세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에릭 슈미트 알파벳 대표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슈미트는 이 교훈을 가슴깊이 새긴 채 2001년 구글의 CEO로 발탁됐다. 슈미트의 주도로 구글은 국회에 친구를 만들고 정책입안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로비자금을 크게 늘렸다.
구글은 2003년에 로비자금으로 겨우 8만 달러만 썼다. 그러나 지금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다른 그 어떤 회사보다 많은 로비자금을 쓴다. 2016년에는 1천5백만 달러를, 2017년엔 상반기에만 9백5십만 달러를 썼다. 게다가 알파벳은 2013년에 국회에서 1마일도 채 안 되는 곳에 백악관만한 크기의 사무실을 장만했다.
워싱턴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구글 혼자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그리고 큰 코 다쳤던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일리노이 대학의 로버트 멕체스니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이들은 돈과 로비스트들로 워싱턴의 양쪽을 뒤덮고 있다”며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들과 CEO들은 공화당 관계자를 만날 때는 자유지상주의와 세금 인하, 탈규제를 지지하는 코크 형제의 친구로, 민주당 관계자를 만날 때는 대마초를 피우고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쿨한 활동가로 변신한다”고 꼬집었다.
이 거대 첨단기술 회사들이 워싱턴 최고의 파티들에 초대받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과점(oligopolies)을 지키기 위해 거금을 쓴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독과점 등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규제나 소송 등으로 세금 인상, 인터넷 중립성 강화, 네티즌의 사생활 보호 강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운동에 깊게 관여했던 슈미트 알파벳 대표는 올 1월에 대통령이 “악랄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런 우려 때문에 결국 도널드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 6월에 그는 그 동안의 어조를 바꿔 트럼프 정부 덕분에 “새로운 기회가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발간된 ‘Move Fast Break Things:How Facebook, Google, and Amazon Cornered Culture and Undermined Democracy’의 저자 조나단 태플린은 “이런 사람들에게 정치는 거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슈미트 알파벳 회장.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을 이끌고 있는 슈미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6월 들어 정상화했다. 2017.6.19ⓒAP/뉴시스
소프트 파워
실리콘 밸리의 로비자금 사용은 공개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는 “소프트 파워”를 통해 불투명한 방식으로도 정책입안자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싱크탱크와 연구소, 무역협회 등 정부에게 로비를 하거나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포함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을 포함한 여러 실리콘 밸리 회사에서 일했던 한 워싱턴 관계자는 “정말 혼탁한 세상”이라며 “기부를 받은 싱크탱크들은 하나같이 규제가 온라인 상권을 죽일 것이라는 백서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최첨단 회사들이 워싱턴의 비위를 맞추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러 방법 중 또 하나는 수억 달러가 드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구글이 지난 8월초 시실리 서남쪽에서 3일간의 비밀 콘퍼런스를 연 것이 일례다. 주요 기업인들은 구글이 제공한 전용 헬기나 슈퍼 요트를 통해 모여들어 배우 엠마 왓슨과 숀 펜, 영국의 헨리 왕자와 엘튼 존과 어울렸다. 물론 이 콘퍼런스의 목적은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세계의 주요 문제와 정책, 인터넷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와인 테이스팅과 스파 방문 중간중간에 말이다.
실리콘 밸리의 임원들과 정부 고위직들 간의 회전문 인사도 만연하다. ‘Campaign for Accountability’에 따르면 구글 한 기업만에도 오바마 정부 출신이 무려 183명 영입됐고, 58명의 구글 출신이 워싱턴으로 이직했다.
모호하면서 훈훈한 브랜드 이미지
엄청난 권력과 영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첨단기업들은 가족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악해지지 말자 (Don’t Be Evil)”거나 “세계를 더 가깝게 만든다 (We’re Bringing the World Closer Together)” 등을 모토를 내건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말이다.
회전문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인 제프 하우저는 “대중이 첨단기술을 월가와는 아주 다른 것으로 생각하게 하도록 PR(public relations)을 통해 노력한다”며 “이를 통해 최첨단 기술밖에 모르는 자신들이 전 인류를 위해 뼈빠지게 일하고 있다는 환상을 유지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회사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가장 비정한 기업가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태플린은 “페이스북이 얼마나 훈훈한 기업인지 스냅채트 직원들에게 물어보라”며 무자비한 기술 모방으로 스냅체트를 부도위기로 내몬 페이스북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첨단 대기업들이 회사 하나를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것을 해내고 만다”고 단언했다.
태플린은 첨단 대기업들이 동성애자들의 권리나 인종차별, 이민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시각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 기업들의 총수나 투자자 대부분은 ‘자유지상주의자’로 국가와 정부의 개입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걸림돌이며 규제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이념적 뿌리
인터넷 회사들은 인터넷 초창기 시절이었던 1990년대에 법망을 피해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급성장했다. 인터넷 회사들의 테크노-자유지상주의의 바탕에는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이 물리적 세계와 별개로 존재하며, 물리적 세계의 규율이 가상적 사이버 공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믿음은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이 1996년 발표한 “사이버 공간 독립선언문(Declaration of the Independence of Cyberspace)”에 잘 나타나 있다.
“산업세계의 정권들, 너 살덩이와 쇳덩이의 노쇠한 거인들아. 나는 정신의 새 고향, 사이버 공간에서 왔노라. 미래의 이름으로 너희 과거의 망령에게 명하노니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네게는 우리의 공간을 통치할 권한이 없다.”
EFF의 창단 멤버 존 페리 바틀로가 내놓은 선언이다. 어떠한 정부 개입도 반대한다는 입장이 선명하다.
첨단기업의 급속한 성장에는 빌 클린턴 정부의 자유시장주의 이데올로기도 일조했다. 클린턴 정부가 디지털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해 인터넷 회사의 세금 부담을 줄인 것이다.
정부의 개입이 없자,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 지배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그리하여 하나의 기업이 디지털 경제의 대륙 하나씩을 완전히 지배하게 됐다. 구글이 검색을, 페이스북이 SNS를,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을 차지했다.
이들은 돈을 버는 족족 더 많은 재산가치가 있는 기반시설 - 이를테면 데이터센터, 고객데이터, 알고리즘, 경쟁기업의 인수 또는 모방 - 들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더 규모가 있고 경쟁력이 있는, 그래서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이들 첨단기술 회사들은 ‘고객은 언제든 다양한 서비스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며 자신들이 독점기업임을 부인한다.
“경쟁은 단지 한번의 클릭일 뿐(Competition is just a click away)”이라고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대표하는 인터넷 협회의 마이클 베커만이 주장한다. “한 회사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웹사이트나 앱을 사용하는 등 아주 쉽게 다른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커만은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독점적 지위를 잃는 날이 올까?”라는 제목의 2007년 가디언지 기사를 언급하며 거대 기술기업이 얼마나 빨리 무너질 수 있는지를 상기시켰다. 하지만 마이스페이스의 최대 사용자수는 1억 명에 불과했다. 지금 페이스북의 사용자수는 그 20배에 이른다.
맥체니는 “그건 완전 개소리”라며 “아인 랜드(Ayn Rand, 이기주의를 미덕으로 간주한 소설가)의 광팬인 자유지상주의자가 아니라면, 신뢰할 만한 모든 경제학자는 이들이 독점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사적으로 기업 로비의 영향을 덜 받는 유럽의 기관들은 애플과 아마존의 탈세를 조사해 애플에게 145억 달러의 추징금을 부과하고 페이스북에게 왓츠앱과의 합병 과정에서 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게 했다. 일련의 법적 대응으로 첨단기술기업을 제재해 온 것이다. 이는 이들 첨단기술기업들이 (독점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유럽은 또 지난 6월의 기념비적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에게 약 3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이유였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도 유럽과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160페이지에 이르는 FTC의 보고서에는 구글의 검색처리 방식이 “소비자, 온라인 검색의 혁신, 그리고 광고시장에 큰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히며 정치인들에게 구글을 제소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구글의 독점방지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만장일치로 이를 무혐의 처리했고, 구글이 심각한 제재 없이 자체적으로 검색처리 방식을 수정토록 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확실한 건 알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이 워싱턴에서 로비비용으로 2천5백만 달러를 쓴 것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제재냐 혁신이냐
태플린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유럽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옥죄는 건 미국 기업에 대한 편견과 지나친 관료주의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 때문에 유럽의 혁신 능력이 위축되고 유럽 자체의 정보기술 대기업 탄생이 가로막혔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일례로 베커만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이 미국의 느슨한 규제 덕분에 가능했다며 “성공적인 인터넷 회사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탄생해 성장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믿는 사람이 너무 많다. 빌 게이츠조차 1998년에 PC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모든 것이 정부의 어떤 개입도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실리콘 밸리의 리더들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한 기반에는 탄탄한 정부의 개입과 공적 자금이 있었다. 국가의 개입이 없었다면 구글을 비롯한 첨단기술 기업은 절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 정부는 이미 1960년대부터 ARPA(오늘날의 DARPA)를 통해 5대 첨단기술 기업들이 의존하는 장기적인 연구나 최첨단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스탠포드 리서치 연구소는 혁신과 지역 경제 개발의 주축으로 지원받았고 결국 최초의 컴퓨터와 마우스, 그리고 초기 인터넷을 개발했다.
GPS부터 이동통신, 인터넷, 반도체, 시리(Siri)와 터치스크린까지 아이폰이 사용하는 모든 핵심 기술이 미국 정부, 미군의 연구와 금전적 지원 덕분에 탄생했다. 구글의 검색엔진 알고리즘도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으로 개발됐다.
“야심만만한 벤처사업가들이 인터넷을 발명했다는 것은 미신이다. 인터넷은 수십 년간 미국 중앙 정부가 독자적으로 발명하고 개발시켰다”고 맥체니는 지적했다.
미 정부는 3개의 역사적인 반독점 소송으로 독점을 해체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실리콘 밸리의 역사를 바꿨다.
이를테면 IBM이 메인프레인 컴퓨팅 분야를 장악하고 있었던 1970년대에 정부는 소송을 걸어 IBM의 하드웨어 부문과 소프트웨어 부분을 분리하려 했다. 결국 IBM은 다른 회사들도 IBM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허용했고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마이크로소프트도 반독점 소송을 당했고 이는 구글이 탄생할 공간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이야기는 다시 구글의 에릭 슈미트 대표로 돌아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은 정보기술회사의 로비스트는 “슈미트는 역으로 이 상황을 이용할 줄 안다. 그는 구글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커다란 규모의 반독점 소송임을 알고 있다”고 했다
티핑 포인트
미국 IT 거인들의 현 세대를 통제하려는 워싱턴의 노력은 지금까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곧 바뀔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반독점’을 향후 4년간 추진할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의 한 연설에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이제 테디 루즈벨트(Teddy Roosevelt)를 따라 할 때가 됐다. 지금은 반독점 회초리를 집어들 때”라고 선언했다.
워렌 상원의원은 이미 작년 6월, 뉴아메리카 재단의 베리 린이 주최한 행사에서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이 “경쟁을 없앨”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며 이런 생각을 밝힌 바 있었다.
공화당조차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일상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됐기 때문에 이를 물이나 전기같은 생필품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실리콘 밸리를 통제하려는 워싱턴의 의지는 커져간다. 하지만 그런 통제가 과연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유럽의 어마어마한 벌금에도 불구하고 업계내에서의 구글의 압도적 우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대해 규제하려는 생각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게 구글을 느리게 만들수 있을까? 아마 (구글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야 돈을 많이 벌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규제가 시장 상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되었건 가짜 뉴스의 확산과 개인 정보의 약탈, 자동화가 취업이나 세금 탈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여론은 바뀌고 있다.
맥체니는 이 IT 기업들이 현재의 경제상황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이 IT 기업들이 가진 어마어마한 경제적, 정치적 힘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내다봤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지켜보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의는 사그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우저도 “언젠가는 대중이 곡괭이를 들고 이 회사들을 덮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시위가 어디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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