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11일은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초복(初伏)이다. 보통은 초복으로부터 10일 간격으로 중복과 말복이 이어진다. 하지만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로 벌어질 때도 있다.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올해가 그런 해다.
초복은 소서(小暑) 직후에 들고, 중복은 대서(大暑) 즈음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1년 중 가장 무더울 때다. 게다가 장마가 겹치는 시기여서 습도도 높아 사람들이 지치기 쉽다. 그래서 “삼복 중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고 했다.
이 무렵 우리 조상들은 수박과 참외 등으로 입맛을 돋우는가 하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잊었다. 갖가지 보양식으로 몸에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개고기로 만드는 ‘개장국’도 그중 하나였다. <동의보감>에 나올 정도로 개고기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먹어온 음식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먹은 것은 아니다.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며 식용을 금한 지역도 있고, 종교적 이유로 기피한 이들도 있다. 요즘의 반려인들처럼 개를 식구로 여긴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음식이 ‘육개장’이다. 우리말에서 ‘육(肉)’은 본래 소고기를 뜻했다. 요즘은 ‘수육’이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를 뜻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수육의 뜻풀이는 “삶은 소고기”였다. 즉 육개장은 소고기를 넣고 끓인 국이다. 이를 ‘육계장’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어도 육계장으로 쓸 수 없다. 닭고기를 넣었다는 의미를 살리고 싶으면 ‘닭개장’ 또는 ‘계개장’으로 써야 한다. 물론 이들 말은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초복의 ‘伏’은 ‘엎드릴 복’ 자다. 이 때문에 ‘복날은 더위를 피해 엎드려 숨는 날이다’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伏은 ‘안을 부’로도 읽힌다. 알을 품은 암탉이 부계(伏鷄)다. 어미 닭은 아무리 더워도 정성을 다해 알을 품는다. 짐승도 그러한데 사람이 삼복더위에 바짝 엎드려 지낼 수는 없는 일이다. 더위에 져 바짝 엎드릴지, 더위쯤은 품에 안고 내일 하루도 정성스레 지낼지는 저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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