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8 20:54
최종 업데이트 23.07.18 21:11▲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서원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
ⓒ 소중한 |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씨(76)의 발인이 눈물 속에 치러졌다. 빈소를 빠져나와 안치실 앞에 선 가족과 친지 10여 명은 고인의 관을 운구차에 실으며 흐느꼈다.
박씨의 남편은 얼굴을 감싸쥔 채 영정 앞에서 소리내 울었고, 검은 상복을 입은 아들딸은 운구차에 실리는 어머니의 관을 바라보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팔에 노란 완장을 찬 고등학생 손자는 말 없이 영정을 들고 관을 응시했다.
일흔 넘어서도 미화원 일... 토요일 출근하다 '참변'
▲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숨진 박아무개(76)씨의 발인이 18일 오전 청주 서원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
ⓒ 소중한 |
박씨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경 폭우와 제방 유실로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될 당시 747번 버스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그는 16일 오전 7시 26분경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빗길을 뚫고 장지(청주 상당구 목련원)로 이동해 유골함을 안장할 때까지 슬픔속에 오열했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씨의 아들 이아무개(51)씨는 어머니를 "생활력이 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1남 4녀 중 셋째였던 박씨는 퇴직 이후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며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여줬다고 전했다. 토요일인 참사 당일에도 박씨는 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아들 이씨는 "어머니가 일 끝나고 산에 가실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물을 캐서 반찬을 만들어주시곤 했다"며 "몸도 건강하신 분이 고생만 하다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떠올렸다.
박씨의 딸(50)은 "늘 부지런하고 열심이었던 우리 엄마는 사막에도 씨를 뿌려 열매를 맺도록 하실 분"이라며 "어리광을 피워도 뭐든 다 받아주는 엄마한테 많이 의지했는데, 정작 여행 한번 같이 못 가보고 이렇게 떠나셨다. 함께한 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의 영정을 든 손자(17)는 "할머니가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며 "부모님께 할머니의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도 슬프고 마음이 무너졌다. 제가 뭘 해드리거나 가깝게 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유족들, 수습과정에 아쉬움 토로... "뉴스만 보며 기다려"
참사가 일어난 15일 아침 7시 18분쯤 박씨는 아들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하는데 비가 많이 와 차량이 통제됐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박씨의 말에 이씨는 안심했지만, 저녁이 돼도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의 여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박씨의 휴대폰 위치는 참사 현장에서 10km 가량 떨어진 청주시 비하동에서 감지됐다고 한다. 이씨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친구들이랑 오고 계시겠지'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했는데, 결국 다음 날 어머니의 비보를 전해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구조·수습 과정에서 겪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종일 뉴스만 보면서 피 말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며 "사고와 구조 과정을 유족에게 신속히 알려주는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손자도 "그동안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가 재난 참사 유가족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작년에도 폭우로 큰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 똑같은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 진상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처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로 박씨뿐만 아니라 총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청북도는 현재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씨의 아들 이아무개(51)씨는 어머니를 "생활력이 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1남 4녀 중 셋째였던 박씨는 퇴직 이후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며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여줬다고 전했다. 토요일인 참사 당일에도 박씨는 버스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아들 이씨는 "어머니가 일 끝나고 산에 가실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물을 캐서 반찬을 만들어주시곤 했다"며 "몸도 건강하신 분이 고생만 하다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떠올렸다.
박씨의 딸(50)은 "늘 부지런하고 열심이었던 우리 엄마는 사막에도 씨를 뿌려 열매를 맺도록 하실 분"이라며 "어리광을 피워도 뭐든 다 받아주는 엄마한테 많이 의지했는데, 정작 여행 한번 같이 못 가보고 이렇게 떠나셨다. 함께한 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의 영정을 든 손자(17)는 "할머니가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다"며 "부모님께 할머니의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도 슬프고 마음이 무너졌다. 제가 뭘 해드리거나 가깝게 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유족들, 수습과정에 아쉬움 토로... "뉴스만 보며 기다려"
▲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씨(76)의 아들 이아무개씨(51)가 참사 당시 침수되고 있던 747번 버스 내부 사진에 담긴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
ⓒ 복건우 |
참사가 일어난 15일 아침 7시 18분쯤 박씨는 아들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하는데 비가 많이 와 차량이 통제됐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박씨의 말에 이씨는 안심했지만, 저녁이 돼도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의 여동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박씨의 휴대폰 위치는 참사 현장에서 10km 가량 떨어진 청주시 비하동에서 감지됐다고 한다. 이씨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친구들이랑 오고 계시겠지'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했는데, 결국 다음 날 어머니의 비보를 전해 들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구조·수습 과정에서 겪은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채 종일 뉴스만 보면서 피 말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며 "사고와 구조 과정을 유족에게 신속히 알려주는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손자도 "그동안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가 재난 참사 유가족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작년에도 폭우로 큰 피해가 있었는데, 올해 똑같은 일이 발생해 너무 안타깝다. 진상을 파악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처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참사로 박씨뿐만 아니라 총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청북도는 현재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를 검토 중이다.
▲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박아무개(76)씨의 빈소. 박씨의 발인은 18일 오전 엄수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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