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해력과 수능 킬러문항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용어는 달라도 이들은 모두 ‘독해력’과 관련이 깊다. 문해력은 언어능력 전반과 연관되지만 그 핵심은 글말 사용 능력 곧 독해력과 작문력이다. 그리고 수능의 킬러문항이란, 적어도 국어와 영어 영역의 경우, ‘(초)고급 난도’의 독해력 평가가 목표이다. 지적(知的) 활동이 대부분 글을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독해력에 대한 근래의 관심은 매우 뒤늦은 것이다. 글자가 아니라 글을 읽는 힘에 대한 인식과 교육 자체가 소홀했던 터라 그 수준을 평가하겠다는 객관식 문항은 애초부터 불합리하다.
독해력은 능력이요, 수준의 높낮이가 있다. 그것은 표현 즉 말을 하거나 글을 써야 드러난다. 따라서 요새 교육계에서 흔히 쓰는 말을 빌면 ‘자기 주도’로 스스로 길러야 하고, 소설을 읽는다면 사건의 인과관계 파악 따위를 해봐야 수준을 알 수 있다. 또 지식이 아니라 여러 정신활동이 복합된 능력이어서 교육과정 같은 데 범위를 명시하거나 선다형 지필평가로 그 성취도를 적절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 교실을 보자. 학생이 어떤 글에 대해 요약이나 해석을 하는가? 그 ‘수행 평가’ 결과에 따른 ‘수준별 학습’은 얼마나 이루어지는가?
독해력의 단계는 글의 지시적 의미를 파악하는 ‘이해력’과 속뜻을 파헤치고 평하는 ‘해석 및 비판력’으로 나아간다. 이번에는 우리 사회 실정을 보자. 어떤 자료를 놓고 상사의 눈치나 보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나누고 주장을 펴서 문맥을 밝히며 문제점을 따지는 자리가 얼마나 되는가? 입사시험에서는 그런 일을 잘할, 문해력과 표현력의 수준이 높은 사람을 뽑기 위해 합리적인 방법과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가?
문해력을 길러준다는 참고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자기 주도 언어능력 기르기’에 필요한 것은 참고서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다. 한편 수능을 개선하기 위해 대입 제도를 바꾸자고 한다. 제도야 중요하지만, 객관식 평가로 줄 세우기에 매달리는 한, ‘능력’을 기르기는 어렵다. (‘고교 국어’가 아니라) ‘고급 국어’라는 개념조차 낯선 현실이다. 교육의 근본을 회복하려는 모색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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