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보고서 마무리 안된 채 일방 강행에 논란..6.15남측위 철회 촉구
- 이승현 기자
- 입력 2023.07.29 02:16
- 수정 2023.07.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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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청문보고서 제출을 둘러싼 논란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대통령실이 28일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해 이날 오후 취임식이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시작된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통일부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적대적 대북관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27일까지 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달라는 요청을 국회에 보냈고,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자 자진사퇴와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자 사실상 사전에 결정된 방침에 따라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김영호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절차상 결함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 사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제1야당의 거부권 행사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뜻만으로 임명된 장관이 앞으로 원활하게 업무수행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식적인 우려에 대해서도 '싹'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어서 염려된다.
무엇보다 역대 정부가 인정해 온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즉 화해와 협력단계를 거쳐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단계로 발전하는 긴 여정의 초기 단계에서 상호 신뢰구축에 필수적인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을 백지화시키려는 발상은 결국 남북관계를 파탄지경으로 이끌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자유진영과 권위주의 진영간 대립이 강화되고 있으며 남북간 갈등은 이러한 국제적 대립구도와 상호작용하면서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오로지 '가치와 원칙'에 입각하여 통일·대북정책을 일관되고 밀고 나가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가장 올바르게 풀어내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
특히 '자유는 평화를 만들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그리고 자유와 평화는 창의와 혁신의 원천이고 번영과 풍요를 만들어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거론하며, 여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추진'을 규정한 헌법 제4조의 정신이 잘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나감에 있어서 자유, 민주, 인권, 법치, 평화 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의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근본적인 속성상 내치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해결할 길이 없고 상호 신뢰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논리와 일방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 역사의 교훈이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통일 3원칙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의 체제와 이념, 처해있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통일부가 역량을 집중할 3가지 핵심과제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것 △북한정권에 의한 인권문제를 개선하는 것 △확고한 가치와 비전 아래 통일준비를 하는 것을 제시했다.
결론은 "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주민의 인권이 획기적으로 증진되면서 체계적인 통일준비 노력이 쌓여 나갈 때, 비로소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건데, 우선 제재와 압박을 통한 비핵화 해법은 핵고도화가 현실화된만큼 실패한 정책임이 확인된 것이어서 새로운 정책대안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담대한 구상'외에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권문제 개선' 과제 역시 대화와 협력이 배제된 채 추진되면 수용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고, '가치·비전 아래 통일준비'는 당장 남쪽 내부에서 가치와 비전의 동의를 이루어내는 일부터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는 현실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의 문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 교수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이미 지난 5년여동안 '김정은 정권 타도'를 비롯한 극단적 주장을 유뷰트 방송 등을 통해 유포해 온 만큼 그의 '반북 대결적 태도'는 '신념화'되어 있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젊은 시절 미심쩍은 행적에 대해 일부에서 훼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것 역시 책임있는 고위 공직자로서 신뢰받기 어려운 태도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김장관은 오는 31일 오전 9시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6.15공동선언남측위원회는 28일 '통일부를 남북대결부로 전락시킨 윤석열정부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해 "북한체제 붕괴 등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흡수통일, 남북대결을 주장해 온 인사이며,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불성실하게 임하여 청문보고서 채택마저 거부된 부적격 후보자를 기어이 장관으로 임명 강행"했다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또 통일부가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을 통폐합하여 최소 8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남북자와 국군포로 귀환 등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말살해야 한다는 증오와 적대, 남북대결을 조장하는 것을 중심에 두겠다는 선언이자 통일부를 남북대결, 대북정치공세 부서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며 반발했다.
김장관은 취임사에서 "변화된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업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달 초 먼저 임명된 문승현 차관은 이날 오전 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본부 교류협력국과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회담본부, 남북출입사무소 등을 합친 별도의 전담기구 신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장관 직속 대책반 신설' 등 통일부 조직 개편 방향을 예고했다.
조직개편의 내용도 문제이지만, 확정되지도 않은 내부안을 장관 취임 전 굳이 차관이 나서 사전 설명 형식으로 언론에 미리 흘리듯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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