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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7일 월요일

놀라지 마십시오,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의 실상

 

[최병성 리포트] '세계 1위' 불명예, 국민건강 위협하는 이상한 환경부

22.06.28 05:47최종 업데이트 22.06.28 05:47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가로수와 주택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어울려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 정란수

 
가로수와 주택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다. 고층 아파트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에겐 낯설면서도 한없이 부러운 도시 풍경이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다.
 

▲ 체코 프라하. 고층아파트가 보이지 않는다. ⓒ 최병성

 
막힘이 없다. 탁 트인 도시 풍경이 저 멀리까지 시원하게 펼쳐져 보인다. 고층 아파트가 많지 않으니 도시 경관이 살아 있다. 이곳은 전 세계인이 찾는 체코 프라하의 도시 풍경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도시 풍경을 살펴보자. 고층아파트로 가득하다. 저 산 너머까지 끝없이 고층아파트가 이어져 있다. 콘크리트가 도시를 점령했다.
 

▲ 저 멀리 산너머까지 고층아파트만 보인다. ⓒ 최병성

 
해외 도시들은 주변 환경과 경관의 조화를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우리의 고층 아파트 문화는 주변 환경이나 도시 경관을 개의치 않는다. 오직 하늘 높이 치솟을 뿐이다.

국가별 시멘트 생산량 비교해보니

국가별 국토 면적과 총 인구 수, 연간 시멘트 생산량을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나라별 국토 면적과 인구 대비 시멘트 소비량 ⓒ 최병성

 
한국시멘트협회 '2020 한국의 시멘트 산업 통계'에 나오는 세계 시멘트 소비량 상위 20개국 순위에서 한국은 9위다. 국민 1인당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 중국 2위, 한국이 3위다. 그러나 중국은 유연탄 등의 천연광물 자원이 풍부하여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넣는 시멘트공장이 많지 않다.

2007년, 중국과 한국의 시멘트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분석 의뢰한 적이 있다. 중국시멘트엔 발암물질이 없었다. 쓰레기를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시멘트에선 환경부의 시멘트 발암물질 기준 20ppm를 5배나 초과한 110ppm이 나왔다. 제조 기술이 아니라 쓰레기 사용 유무가 시멘트 제품의 안전을 좌우한다는 증거다.
 

▲ 중국과 한국의 시멘트 분석 결과 ⓒ 최병성

 
사우디아라비아는 국토 면적이 214만㎢로 한국의 21배가 넘는다. 최근 오일머니가 풍부해 도시 개발 사업이 왕성하게 진행되며 시멘트공장 몇 개를 추가 건설할 만큼 시멘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중이다. 반면 한국처럼 제조업이 많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시멘트에 넣어 처리해야 할 만큼 산업쓰레기가 많지 않다.

시멘트 소비량 상위 20개국 중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국민 1인당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 0.91톤으로 세계 1위가 된다. 그것도 다른 나라 소비량 0.3~0.5톤의 두세 배가 넘는 압도적 1위다.

 한국인은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포함된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다. 새집증후군과 아토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급증하는 이유도 쓰레기 시멘트 아파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

그동안 환경부와 시멘트 공장들은 독일 등 유럽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며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해왔다. 그래서, 국가별 국토면적과 인구수,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을 계산해봤다. '2020 한국의 시멘트 산업 통계'에 나오는 시멘트 소비량 상위 20개국 자료와 국가별 국토면적 및 인구수를 인용해 나라별로 비교했다.

대한민국의 국토 면적은 10만km²이고, 총 인구는 5182만 명이다. 2020년 시멘트 소비량은 4716만 2천 톤이다. 국민 1인당 연간 0.91톤의 쓰레기 시멘트를 소비한다.

독일의 시멘트 소비량을 한국과 비교했다. 독일의 국토 면적은 35만km²로 한국보다 3.5배 크다. 인구는 8390만 명으로 우리보다 1.6배 많다. 그런데 시멘트 소비량은 2910만 톤에 불과하다.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은 약 0.346톤으로 한국인 소비량의 38% 수준이다.

시멘트는 아파트 등 주거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도로와 항만 등 국가 기반 시설에도 많이 사용된다. 국토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다는 것은 기반 시설에 소요되는 시멘트 량 또한 많다는 걸 의미한다.

독일도 시멘트 제조에 쓰레기를 사용하고, 쓰레기 시멘트로 고층아파트 및 주거시설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기반 시설에 소요되는 시멘트 량을 제외하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쓰레기 시멘트 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쓰레기 시멘트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 독일 이자 강변의 도시 풍경. 강변 양쪽에 고층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다. ⓒ 임혜지박사

 
독일 이자 강변의 풍경이다. 이자강 주변에 나무가 무성하다.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며 고층아파트가 보이지 않는다.

이자 강변에도 아파트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파트만 가득한 한국과는 차이가 많다. 이자강은 물이 맑고, 고니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오리 배와 고층아파트로 꽉 막혀 있는 한강과는 다른 풍경이다.
 

▲ 이자 강변에도 아파트가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많지 않다. 자연이 살아 있다. ⓒ 최병성

 

▲ 고층아파트로 시야가 막혀 있고, 오리배만 둥둥 떠 있는 한강. ⓒ 최병성

 
유럽의 대표적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는 한국시멘트협회의 세계 시멘트 소비량 상위 20개국 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 역시 상위 20위 목록에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의 국가들은 시멘트를 많이 소비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영국 런던의 도시 풍경. 한국처럼 숨막히는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다. ⓒ 고동일

 
이제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살펴보자. 일본은 국토면적 37만km²으로 한국보다 3.7배 크다. 인구는 1억 2605만 명으로 우리보다 2.43배나 많다. 그런데 일본의 연간 시멘트 소비량은 4200만 톤으로 시멘트 소비국 상위 20개국 중 14위다.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을 계산하면 0.333톤으로 한국인 소비량의 약 1/3에 불과하다.
  

▲ 일본의 도시 풍경. ⓒ 최병성

 
미국의 국토면적은 982만km²로 한국보다 98배 크다. 인구는 3억 3291만 명이다. 미국엔 목조주택이 많다. 미국의 2020년 시멘트 소비량은 1억 240만 톤으로 국민 1인당 0.307톤에 불과하다. 한국인 연간 시멘트 소비량의 1/3이다.

쓰레기 시멘트 안전기준 없는 한국

외국의 경우 건축물의 수명이 길고, 목조주택 등 건축 재료가 다양하다. 국토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음에도 시멘트 소비량이 적은 이유다. 그러나 한국은 거의 모든 건축물이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이고, 건축물의 수명은 20~30년에 불과하다. 시멘트 소비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국민들이 유해한 쓰레기 시멘트에 노출될 위험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 거의 모든 건축물이 쓰레기시멘트로만 집을 짓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 최병성

   
한국의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이 전 세계 1위 수준이라면 국민 건강을 위해 더 안전한 시멘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한경부와 시멘트업계는 '외국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고 변명하며 아직도 제대로 된 시멘트 안전 기준을 만들지 않고 있다.

시멘트공장의 배출가스 규제는 공장 주변 마을의 환경오염 방지뿐 아니라, 시멘트 제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한국 시멘트공장의 쓰레기 사용 기준과 배출가스 기준 역시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엄격해야 한다. 쓰레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시멘트의 유해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멘트공장의 쓰레기 사용 기준과 배출가스 규제 기준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환경부는 시멘트공장 배출가스 규제에 온갖 특혜를 부여하며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시멘트공장들은 염소(Cl) 함유량 1000ppm 이내의 폐기물을 사용한다. 쌍용양회 연구소와 한국지질자원연구소가 작성한 '무기 폐기물의 시멘트 원료화 기술'에 일본 태평양 시멘트의 폐기물 사용 기준 항목에 염소 기준 1000ppm이라고 쓰여 있다. 염소가 많으면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 발생이 늘고 시멘트 철근을 부식시켜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쌍용양회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도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폐기물 사용 기준이 1000ppm이라고 나온다. ⓒ 쌍용양회

 
그런데 환경부는 시멘트공장의 사용 가능한 폐기물 염소 함유량 기준을 2%로 정했다. 2%는 20,000ppm이다. 일본 1000ppm 보다 무려 20배나 높은 수치다. 환경부는 한국인이 일본인에 비해 20배 더 환경오염에 강한 체질이라고 보는 걸까.
 

▲ 환경부의 시멘트공장 쓰레기 사용 기준. 일본 시멘트공장은 염소 기준 1000ppm인데, 한국의 시멘트공장은 20배인 2%(20,000ppm)이다. ⓒ 환경부

 
유럽과 한국의 배출가스 기준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독일과 유럽연합 국가들은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시멘트 량이 적다. 그럼에도 시멘트공장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통해 환경오염을 막고 안전한 시멘트를 생산하려 노력한다.

국내 시멘트공장들은 굴뚝에 실시간 자동 측정장치(TMS)가 달려 있어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내 TMS 규제 항목은 먼지(Dust), 염화수소(HCl), 질소산화물(NOx) 세 가지뿐이다.
   

▲ 대한민국과 독일, 유럽연합 시멘트소성로 배출가스 규제 항목과 기준 ⓒ 최병성

 
그러나 유럽연합과 독일은 먼지(Dust), 염화수소(HCl), 질소산화물(NOx)뿐만 아니라, 탄화수소(TOC), 불화수소(HF), 황산화물(SOx), 수은(Hg) 등의 7가지 항목을 30분 단위 또는 1일 단위로 실시간 측정한다.('시멘트소성로와 소각장의 폐기물처리에 따른 기후·환경 영향 평가 및 개선방안'- 2021년 11월 3일 권영세, 안호영 의원 국회토론회)

한국의 시멘트공장들은 탄화수소, 불화수소, 황산화물, 수은 등을 실시간 측정 대신 자가 측정한다. 심지어 시멘트공장의 자가 측정 결과를 알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기업정보라며 이마저 내놓지 않고 있다.

목동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 수치다. 기준치가 50ppm이지만, 배출량은 6.05ppm에 불과하다. 환경부 자료를 입수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멘트공장에서는 무려 1200~3991ppm까지 발생한다. 일산화탄소가 인체에 유해해서 규제하는 것인데, 시멘트공장은 무방비 상태로 지역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 목동소각장 배출가스 중 일산화탄소는 규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6.05ppm인 반면, 시멘트공장은 무려 3991ppm에 이른다. ⓒ 최병성.환경부

 
환경부와 시멘트업계는 해외 시멘트공장들은 CO 대신 총탄화수소(TOC)를 규제한다며 CO 규제를 피하고 있다. 총탄화수소는 폐기물이 불완전연소되며 발생하는 것으로 CO관리가 어려운 시설의 경우 총탄화수소로 대체하기기도 한다. 그런데 시멘트공장들은 총탄화수소(TOC)마저 '실시간 측정'이 아닌 '자가 측정'을 하면서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시멘트공장 특혜는 또 있다. 유럽연합과 독일 시멘트 소성로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표준산소농도 기준은 10%다. 일본 시멘트소성로는 10%, 미국 시멘트소성로는 7%다. 그러나 한국의 시멘트소성로는 13%라는 특혜를 누리며 환경오염물질을 뿜어내고, 유해 물질 가득한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
 

▲ 2009년 6월, 시멘트소성로의 산소농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보고서. 그러나 13년이 넘도록 환경부는 이를 감추고 환경오염을 조장해오고 있다. ⓒ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부가 외국의 기준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까? 지난 2009년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시멘트 소성로 대기 배출허용기준 개선방안 마련 연구'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엔 '유럽연합과 일본 10%, 미국 7%로써 국내외 배출허용 기준 비교 및 연소공기비의 현실화를 위해 10%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스스로 2009년 가을 국정감사 때도 보고했다. 벌써 13년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국내 시멘트공장의 대기오염물질 표준산소농도 기준은 13%다.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다.
 

▲ 환경부가 2009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 유럽연합과 일본은 10%, 미국은 7%이지만 한국은 높아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 ⓒ 환경부

  
누구를 위한 환경부인가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것은 환경부의 기본 소명이다. 그러나 쓰레기 치우기에 급급해 시멘트공장에 세계 유례없는 특혜를 주며 환경오염을 조장하고, 국민을 유해 물질 가득한 시멘트에 살아가도록 방치해 온 게 대한민국 환경부다.

지난 1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주최로 '폐기물 시멘트 성분 표시 및 등급제 도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시멘트업계는 세계 어느 나라도 시멘트 등급제를 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진국들은 시멘트 사용량이 적음에도 제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쓰레기 사용기준과 시멘트 공장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엄격히 하고 있다. 한국은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이 압도적인 세계 1위임에도 쓰레기 사용 기준과 시멘트공장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허술하다.
 

▲ 환경부는 유럽의 나라들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고 변명해왔다. 그러나 유럽은 주거용으로 쓰레기시멘트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 최병성

 
99년 8월 쓰레기 시멘트가 허가된 후 23년이 흘렀음에도 환경부와 시멘트업계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시멘트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시멘트 등급제와 사용처 제한을 법으로 규정하는 길 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쓰레기 시멘트 제보를 받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시멘트 등급제가 이뤄지는 날까지 쓰레기시멘트의 문제점 연재가 계속됩니다. 시멘트공장 관계자나 폐기물 운반하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cbs50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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