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인사부터 사면까지 윤 대통령의 독주”
경향 “옅어진 협치 대통령, 짙어진 검찰 대통령”
중앙 “이명박, 이재용 사면 검토할 때 됐다”
윤석열 ‘출근길 회견’에 조선 “가감없이 생각 전달” 한겨레 “반쪽 소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직전에 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과도 상반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윤 대통령이 통화에서) 아마 당분간은, 다음 인사 때까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10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 편중 인사 발언에 주목했다.
한겨레는 ‘인사부터 사면까지 윤 대통령의 독주’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여당의 원내대표가 검찰 편중 인사를 우려하며 수습에 나서자마자 윤 대통령이 이를 가볍게 묵살하면서 ‘마이웨이’를 재확인한 모양새”라고 했다. 한겨레 그림판에는 윤 대통령 얼굴 밑에 ‘독주론’이라고 쓰여져있는 책 그림도 내놓았다.
오피니언면 아침햇밭 ‘상식 초월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들’에서 박용현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은 이틑날 출근길에서도 ‘법치’라는 말을 끌어왔는데, ‘검찰 독식’ 인사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면서”라며 “법치는 절대군주가 제 마음대로 통치하는 것과 달리 법률에 근거해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정운영을 누가 담당하는지와는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대로’라는 말은 언뜻 흠잡을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잘못된 맥락 속에 놓이면 독단을 가리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고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 ‘옅어진 협치 대통령, 짙어진 검찰 대통령’에서 “지난 한 달간 연이은 검찰 출신 인사 기용으로 검찰 대통령의 모습이 도드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윤 대통령은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적재적소 인사라며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내 상호 견제와 균형이 약화하고,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가 정부 경직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오피니언면 ‘尹, 쾌속질주 속에 움트는 일방적 리더십의 징후’에서 이기홍 대기자가 “윤 대통령의 ‘민변 도배’ 발언은 초보 정치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응원하던 국민들로 하여금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실언”이었다며 “새 정권의 소명을 망각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권은 반면교사이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덜 비상식적이고 덜 내로남불이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이미 국정원 기조실장, 법제처장 등등 검사가 아니어도 될 자리에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등용한 원죄에 있다. 특히 사적 인연이 있다면 일부러라도 배제했어야 했다”며 “설령 인선된 인사들이 일을 잘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낸다 해도 국민은 대통령의 인선 과정 전체를 보며 리더십에 대한 신뢰-불신을 결정한다”고 했다.
아울러 “전문경영인, 벤처기업인 등 규모도 방대하고 수준도 초일류급인 우리 사회의 민간인 고급 인력풀을 도외시한 인선은 인선에 관여한 대통령 측근들이 게으르고 무능력했거나, 등잔불 아래서 자기 식구들끼리 요직을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장난질’을 친 결과물”이라며 “인수위 시절부터 검찰·기재부 편중 인사 조짐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윤 대통령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최악의 리더는 세뇌되듯 어떤 결론이 머리에 주입돼 말뚝귀가 돼버린 상태에서 즉흥적 일방적 결정을 하고 집착하는 지도자”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오피니언면 ‘윤석열 정부의 사정(司正)’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고정애 논설위원이 “‘초기에 문제 있는 걸 도려낸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귀에 꽂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말에 ‘역대 정권과 달리 문재인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없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실상은 ‘꾹 덮어뒀다’고 보는 게 맞다. 그 사이 수사하다 좌천되거나 옷 벗은 검사가 한둘이 아니다. 증권범죄합수단을 별다른 이유 없이 없앤 일도 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권력기관 라인업을 보면 한 방향을 가리킨다. ‘도려냄’, 바로 사정(司正)이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검찰에 어설프게 채워둔 족쇄가 풀리고, 덜 주목받고 있지만 이상민 장관 체제에서 경찰이 수사 역량을 키우고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오피니언면 ‘尹사단 밖에도 어토니 많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정지섭 국제부 차장이 윤 대통령의 ‘거버먼트 어토니’ 발언에 대해 “실제 미국에서도 통상 검사를 ‘어토니’라고 부른다. 검찰 업무는 수사와 기소에 집중돼 있지 않다. 기업 담합 등 시장경제 위반 해위에 개입해 제재를 가하기도 하고, 인권 침해, 환경오염 및 각종 사회적 갈등 사건에도 개입해 형사절차뿐 아니라 당사자 간 민사 해결까지 이끌어낸다”고 했다.
사설은 “윤석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인사들이 수많은 ‘어토니’ 중에서도 하필 대통령과 과거에 일했던 ‘프로시큐터’에 몰려있다는 점”이 국민이 걱정하는 지점이라며, “대통령이 비판 논점을 흩뜨리기 위해 낯선 외국 시스템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법률가의 경험과 능력을 국정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럴수록 인재 풀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함께 일하지 않아 알지 못했던 유능한 법률가를 발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중앙 “이명박, 이재용 사면 검토할 때 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서는 “이십 몇 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느냐, 과거의 전례에 비춰서”라고 말했다. 진보, 보수 언론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은 극명히 갈렸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 MB사면 사실상 예고, 유감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른 배경엔 윤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옛 MB 사람들이 있다”며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좀 세우는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정면으로 들고나왔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집권 초기에 추진해 국민 의견도 여쭤보고, 미진하면 국민 설득도 하겠다’는 말도 했는데, 지금의 행보가 그 일환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사면권 남용 시도”라며 “더욱이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최근 들어 국민의힘 쪽에서 부쩍 MB 사면론을 꺼내고 있다. 친이명박계인 권 원내대표가 앞장서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며 조기 사면권 행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며 “MB에 대한 사면은 명분이 없는 것은 물론 국민통합 효과도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야당 쪽이 사면해주기를 희망하는 인사들을 끼워넣는 것은 물론 기업인들까지로 대상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이명박, 이재용 사면 검토할 때 됐다’는 노골적인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사설은 “이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만큼 조만간 적절한 계기에 사면을 단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전직 두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생활을 한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아픔과 대립의 역사를 끊어내는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해야함도 강조했다. 사설은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5년간 취업 제한을 받는 등 기업을 진두지휘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며 “지금은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묶어놓는 것은 국가 전체로 봐도 큰 손실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5면 기사 ‘尹 “MB 20년 수감 안맞아”…8.15 사면 이뤄지나’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선 다른 여야 정치권 인사와 재계 인사들에 대한 8.15 사면복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른바 ‘8.15 대통합 사면론’”이라며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등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나 신 회장은 석방된 상태지만 사면복권이 되지 않아 해외 출입국이나 외국 기업과의 계약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마지막 문단에서는 “다만 야권 일각에서 사면을 바라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 등에 대해선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남아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면이 곤란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며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면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잘 알고 있고 법과 형평성, 국민 여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사면의 폭을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출근길 회견’에 조선 “가감없이 생각 전달” 한겨레 “반쪽 소통”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은 출근길 약식회견이다. 윤 대통령은 1주일에 두세번 정도 출근길에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회견에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5면 기사 ‘출퇴근, 도어스테핑, 맛집 탐방…대통령의 파격 한달’에서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출퇴근 대통령’이 됐다. 과거 청와대 담당 기자가 대통령과 대면하는 게 연례행사에 가까웠다면, 대통령실 출입 기자는 주 3회꼴로 대통령을 만나 직접 질문을 던진 셈”이라며 “검찰 편중 인사와 같은 민감한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선 후보 시절 ‘혼밥(혼자 식사) 하지 않고 국민 앞에 숨지 않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비교적 충실히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며 “참모들과 수시로 용산 집무실 인근 국숫집이나 빵집, 종로 피자집 등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야당 인사들을 향해 ‘퇴근길에 김치찌개에 고기 좀 구워 놓고 소주 한잔하고 싶다’고 제안했고, 취재진에겐 구내식당 공사가 완료되면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고 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한겨레는 3면 기사 ‘말길 텄지만 반쪽 소통 지적, 심기노출 언사에 참모들 곤혹’에서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이틑날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엔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고 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비틀어 해명하는 경우도 있다”며 8일 출근길 회견 중의 ‘거버먼트 어토니’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미국 상황을 선진 사례로 소개하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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