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덩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은 없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우연히 횡재를 하거나 뜻밖의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호박이 덩쿨째 굴러 들어왔다”고 표현하곤 한다. 먹을 게 귀하던 조상들에게 열매, 잎, 어린 순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호박을 얻는 건 큰 행운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이러한 속담이 생겨난 듯하다.
길게 뻗어 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가리켜 이처럼 ‘덩쿨’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덩쿨’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표현으로 ‘포도 덩굴’ ‘딸기 덩굴’ 등과 같이 ‘덩굴’이라고 쓰는 것이 바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덩굴’의 복수표준어로 ‘넝쿨’이 올라 있다. 다시 말해 ‘참외 덩굴/넝쿨’ ‘수박 덩굴/넝쿨’ 등과 같이 ‘덩굴’과 ‘넝쿨’ 둘 중 어떤 걸 써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덩굴’의 ‘덩’과 ‘넝쿨’의 ‘쿨’이 합해진 ‘덩쿨’은 표준어가 아니다. 발음이 비슷비슷해 헷갈리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표준어 규정 3장 5절 26항을 보면 ‘덩굴’과 ‘넝쿨’은 모두 널리 쓰이므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또한 ‘덩굴’의 의미로 ‘덩쿨’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덩굴’을 표준어로 삼고 ‘덩쿨’은 버린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호박이 덩쿨째 굴러 들어왔다”거나 “수박 덩쿨 사이에서 잘 익은 수박을 골랐다”처럼 ‘덩쿨’이라고 써서는 안 된다. 모두 ‘덩굴’ 또는 ‘넝쿨’로 바꿔야 한다.
‘덩굴’과 ‘넝쿨’은 둘 중 아무 걸 써도 무방하지만 학계에서 정확한 식물명을 표기할 때는 ‘겨우살이덩굴’과 같이 대체로 ‘덩굴’로 쓰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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