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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정 기자
- 승인 2021.11.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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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 난항… 예산 넘쳐도 “비정규직 임금인상은 안돼”
12월2일 총파업 체제 돌입… “차별과 불평등 지켜볼 수 없다”
한국사회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월2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학비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 연대회의)를 꾸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해 왔다. 올해로 5년째다.
2021년 집단임금교섭은 지난 6월 교섭 개시 요구를 시작으로 열 차례가 넘도록 본교섭·실무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교섭을 하면서 투쟁의 고삐도 늦출 수 없었다. 교섭은 진척은커녕, 파행을 앞뒀기 때문이다. 교육당국과 집단교섭을 시작하고 노동자들은 쉽게 요구를 쟁취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든 덜 주려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좁힐 의사가 없는 사용자 측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고 투쟁 의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차별을 없애는 물꼬를 틀 수밖에 없었다.
올해 투쟁도 마찬가지다. “공정임금제 도입으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를 80%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시도교육감들이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약속하며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올해도 여전히 교육당국은 집단교섭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공무직위원회의 ‘공무직(비정규직)노동자 처우 개선 권고안’을 무시하며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다.
지난 10월20일 불평등 사회를 바꾸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가장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앞장에 섰고, 5만 명의 학비 연대회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사회대전환 투쟁의 신호탄인 총파업 대회에 역대 최대인원의 조합원이 참가해 필수노동에 속하는 교육복지 영역의 예산과 인력을 정부가 책임지라며,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래도 여전히 교섭 진척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위임을 받은 전국과장단은 “향후 3주간 개선안을 내지 않기로 과장단회의에서 결정했다”면서 노사관계파탄 선언하며 11월의 3주를 보냈다. 이제 대놓고 “공무원 임금인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더 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정서적 동의가 어렵다”는 말을 하며 차별 좁히기를 포기했다.
곳간은 차는데,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으론 쓸 수 없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당국의 행태에 기가 막힌다.
2022년 교육부 예산안은 총예산 88조 6,418억원으로 증액됐고, 교육부에 배정된 총액의 97%가 17개 시도교육청으로 지급되는 법률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1조 700억 원이 증액된다.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최대 예산호황이 될 예정이다.
올해 시도교육청별 총예산대비 교육공무직원(학교비정규직)의 인건비 비율은 4~7% 수준, 평균적으로 5.2%였다.
16만 명이 넘는 학교비정규직의 인건비는 총인원이 적은 지방공무원의 인건비 비중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학교비정규직이 10만 명 이상 많음에도 총인원의 인건비 비중은 5.21%로 지방공무원의 인건비 비중(6.04%) 보다 오히려 적다.
올해 정규직 대비 연총액 임금을 비교했을 때에도 그 격차도 마찬가지다. 비교 대상을 공무원 중 가장 임금이 낮은 9급으로 했을 때 비정규직의 임금은 평균 66% 수준이다. 교원 또는 8급 이상 공무원 등과 비교할 때 임금 격차는 훨씬 더 커진다.
학비 연대회의에 따르면, 시도교육청별 보유재원에서 2018년~2020년까지 3년간 알짜로 남는 돈이 각각 2조2천억, 3조3천억, 4조 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지방재정법’ 9조2항과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16조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설치 운용’에 따라 시도교육청별로 교육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제정해 일종의 적금통장을 마련할 수 있다. 대구교육청 등이 올해 조례 제정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2021년 올해만 해도 교육부·교육청의 올해 추경예산도 역대 최대치였다. 추경(2회)으로 늘어난 6조 3천억 원을 인건비 인상에 적용(학교비정규직 인건비 비율 5.21%)했다면 인건비 인상액 총액은 약 3천 2백억 수준이다. 2020년 기준 학교비정규직의 수가 약 17만 명임을 감안할 때, 1인당 연200만원 정도의 인상 수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곳간은 쌓여가는데 시도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와 교섭에 임하면서 차별 해소는커녕 공무원 평균임금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교섭안을 내고 있다.
노동자들은 교육당국의 행태를 비판하며 교섭 진척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 앞 곳곳에서 농성투쟁을 벌였고, 학비 연대회의 3개의 노조 대표자들은 단식투쟁도 했다. 3주간 안을 내놓지 않던 교육당국은 23~24일 이어진 실무교섭에서도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교육관료(과장단)에 교섭을 맡겨놓지 말고 시도교육감이 직접 교섭에 임하라’는 요구를 들고 시도교육감 면담투쟁을 벌였고, 25일 전국 시도교육감 총회에 맞춰 노조는 4번째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역시 일말의 기대와는 달리 시도교육감 총회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실무 교섭단에게 위임하는 무능을 드러냈다. 학비 연대회의는 본격적인 총파업 돌입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감이 직접 나서라”… 비정규직·불평등 문제 타파 결의
‘학교에서부터 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들고 매해 투쟁을 이어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2019년 7월엔 사흘간 역대 최대규모·최장기 총파업을 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 총파업의 힘으로 지난해 7월 ‘공무직위원회’가 구성됐다. 청와대가 학교비정규직을 비롯한 전국 48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통일된 관리 및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지시해 만들어진 기구다. 이 공무직위원회의 권고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교섭에 임하는 교육당국에겐 무용지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하는 차별을 좀처럼 좁히기가 쉽지 않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서 근속수당을 만들고 휴가비도 만들며 자신들의 힘을 키웠다. 올해도 투쟁할 수밖에 없게 된 이들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정권 말,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똑같은 요구를 들고 다시 투쟁의 일선에 서 있다. 이런 현실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통한 불평등 해소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도 남는다.
올해 투쟁에 내건 이들의 요구는 ▲공무직위원회 및 국가인권회 차별해소 권고 수용 ▲정규직과 학교비정규직의 차별 구조 개선 ▲코로나 이후 학교기능 확대에 따른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교육복지 영역 예산확충‧인력 증액 필요성에서 나온 요구들이다.
기본급에 있어서는 “공무직위원회 전문가 의견서에 ‘공무직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공무원 평균임금인상률에 0.4%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획재정부에서도 중앙 부처 등 이를 반영하고 예산 편성해 올린”것을 근거로 2.3% 인상안으로 요구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좁힐 수 있는 방도는 근속수당 문제에 있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주요 요구는 ‘근속수당 차별 좁히기’다.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 근속의 가치는 +35,000원 외에는 없다. 정규직(교원 +11만원, 공무원9급 +6만원)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직에게 지급되는 근속급(정근수당/정근수당가산금 등)도 없고, 20년 이상 근무자는 근속수당 상한제에 걸린다. 이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육예산 역대급 최대호황이 예상되지만 사측 교섭위원(과장단)은 “학교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은 공무원 임금인상률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발언으로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 노조는 ‘교육감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21년 9월부터 급간 4,000원 인상(급간액 3만 9천원) ▲근속수당 상한 매년 3년씩 확대 ▲근속수당 급간 5만원 달성 위한 3년 단계적 로드맵 마련 등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교섭시한을 28일까지로 학비 연대회의는 이미 총파업 돌입 체제다. 12월2일 10만 전 조합원 상경투쟁과 무기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투쟁없이는 교섭도 없고, 불평등도 해소할 수 없으며 비정규직도 없앨 수 없다는 학비 연대회의. 비정규직 차별과 불평등에 고통받는 당사자들의 투쟁이 다시 한번 평등사회를 향한 또 한 개의 디딤돌을 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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