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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리코우 교수가 27일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평화 프로세스 전략이 더 실효적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2018제주포럼조직위] |
필립 젤리코우 버지니아대 석좌교수가 27일, “좁은 범위에서 비핵화만 추진하면 실효적이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젤리코우 교수는 6자회담이 한창 가동되던 2005~2007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고관으로서 대북 접근법을 설계한 인물이다. 특히, ‘종전선언’ 구상을 라이스 장관과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27일 밤 8시 20분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제주포럼-특별대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참석해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외교전략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2018년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를 한 단계로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하여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접근을 받아들이면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비핵화와 그다지 관계없는 요구가 들어와서 협상이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핵화’ 의제의 특별한 전문성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맞상대할 경우 한국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떤 외교적 전략이든 한국 정부를 프로세스의 가장 중심에 두어야 한다”면서 “결국 평화 프로세스 전략이 북한 이슈 해결에서 (비핵화 집중 전략보다는) 더 적합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스 전 장관과 함께 『독일 통일과 유럽의 변환』을 저술한 그는 “냉전 직후엔 6개의 다른 트랙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이 진행됐다”며, 그 틀을 통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모든 주제를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젤리코우 교수는 “편협한 (비확산)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협상보다는 남북이 (중심에서) 서로 이해하는 주제로 협상할 때 감정적으로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예측 못했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시 부시 행정부 말기에 가동된 그의 구상이 실패로 끝난 이유로는 부시 행정부 안팎의 사정을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종전선언’ 의지가 있었으나, 행정부 내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틀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 외에 외부 지지자가 없었다. 1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각국 정상들의 종전선언 의지나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보다 중요시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젤리코우 교수는 2006~2007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전쟁을 끝내는 게 어떠냐’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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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특별대담을 이끌었다. [사진제공-2018제주포럼조직위] |
대담자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종전선언’에 동의한다는 확답을 들은 직후 후진타오 주석에게 물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2007년 남북 정상 간 10.4선언에 ‘3자 또는 4자 정상에 의한 종전선언’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들어간 배경이다.”
중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닝푸쿠이 대사는 “당시 노 대통령이 어떻게 얘기했고 후진타오 주석이 어떻게 얘기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곤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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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닝푸쿠이 대사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역설했다. [사진제공-2018제주포럼조직위] |
그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중국이 2000년대 들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현 단계에서 당사국들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4자회담을 개최해서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게 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가 “한국 정부의 구상은 올해 안에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고 그 이후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미중 4자가 평화조약을 체결하자는 것인데 중국은 이를 수용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닝 대사는 “굉장히 큰 질문”이라며 “제가 답변할 권한이 없다”고 피해갔다.
‘6자회담은 사실상 죽은 것 아니냐’는 문 특보의 도발적 질문에, 닝 대사는 “무슨 의도로 질문하신건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었다. “중국에서 6자회담은 각 당사자들의 대화를 촉진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시키는 굉장히 중요하고 효과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 메커니즘은 적절한 시기에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특보는 “북한과 협상할 때 전제조건을 갖고 너무나 경직되게 하지 말고, 모든 아젠다를 열어놓고 협의하되 멀티트랙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젤리코우 교수의 제안에 동의하고, 중국은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종전선언이든 평화조약이든 중요한 부분이고 중요한 공헌국이 되고 싶다고 닝푸쿠이 대사가 말씀해주셨다”고 이날 대담을 요약했다.
문 특보는 이어 “두 분 다 강조하신 건 외교의 중요성”이라며 “외교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인데, 경직된 입장보다 외교를 통한 현안 문제 타결이 가장 바람직하고, 평화 프로세스 대화와 협상의 중요성, 이 모든 것이 역사적 대세를 이루면서 지금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단 말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사석에서 만난 전직 고위당국자는 이미 4자 평화회담이 추진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4자회담의 의미가 뭔지 몰랐고 김대중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 했던 것과 달리 하고 싶어서 남북이 하겠다고 차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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