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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3일 토요일

부동산 보유세 '겨우' 0.02%p 올리겠다?

[기고] 부동산보유세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다


오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보유세 개편안을 공개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누진세율 강화 두 가지를 조합하여 4가지 대안을 내놓았는데,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만 보유세 부담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부동산 개혁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각 대안이 실행되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보면 알 수 있다. 특위가 발표한 자료에 기초하여 계산한 결과는 아래 <표 1>과 같다.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대안 3'으로 해도 겨우 0.18%에 불과하다. 2016년의 실효세율이 0.16%였으니 개편안은 겨우 0.02% 포인트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2014년 현재 미국(1.04%), 캐나다(0.91%), 프랑스(0.55%), 일본(0.5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일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가 2005년 5.4대책에서 발표한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치 1%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수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서 제외된 것은 보유세 강화 방안뿐이었다. 그때마다 청와대 관계자들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고,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보유세 강화를 요구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2달 동안 연구해서 겨우 이런 수준의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부동산 개혁의 핵심, 보유세 강화 

무엇보다도 부동산 개혁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인 것을 생각하면, 실망감은 더 커진다. 한국 경제에 만연한 지대 추구 행위를 근절시키는 과제, 정확히 말해서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비생산적 경제 활동을 노력소득을 추구하는 생산적 경제 활동으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동산 개혁이다. 지대 추구의 대명사가 바로 '부동산 투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자리 부족, 소득불평등, 이른바 '궁중족발' 사태와 같은 사회갈등의 중심엔 늘 부동산이 있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동산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세 강화다. 왜냐하면 부동산 투기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나는 경제 행위인데, 보유세 강화가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차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거복지를 확대하고 필요에 따라 각종 금융규제나 거래규제를 강화할 수 있지만 보유세 강화 대책이 없는 이런 정책들은 한계가 자명하다.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으면 주거복지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대책의 효과도 떨어진다.  

물론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개혁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 없는 부동산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 개혁에 성공하려면 참여정부처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인 보유세 강화의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시장 참가자들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즉, 부동산으로는 앞으로 돈 벌기 어렵다는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주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한참 못 미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개혁

물론 조세저항을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담대함을 배워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5.4대책에서 당시 0.13~0.15%였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17년까지 1%로 강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을 당시의 지지율은 30%가 되지 않았다. 지지율이 낮았지만, 대한민국의 반칙과 특권의 대명사인 부동산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어떤가?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보유세 강화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60% 이상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젠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더구나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내거는 소득주도성장과 불평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안 간다. 대체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을 개혁하지 않고 어떻게 하위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인가.  

불평등과 부동산이 무관하다고 보는 문재인 정부 

얼마 전 소득 하위 20%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28만6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가 감소한 반면, 소득 상위 20%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이 아프다"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평등 심화의 상당한 원인이 부동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400만 가구 대부분이 주택뿐 아니라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았을 것이고, 소득 상위 20%는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래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2016년에만 부동산 불로소득이 무려 374.6조 원이 발생했다. GDP대비 22.9%나 되는 이 불로소득은 하위 20% 계층이 대부분인 부동산 비(非)소유자들에게서 소유자들에게 이전된 소득이다. 부동산이 소득불평등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즉 하위계층의 소득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보유세를 점진적이고 대폭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임대료를 낮춰야 할 텐데, 재정특위에게서는 이런 문제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발표문에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개편안을 가지고 냉정히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는 소득불평등과 부동산이 무관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개혁의 'CVID',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의 결합 

그뿐 아니라 조세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이미 제시되어 있다.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을 결합시키면 엄청난 규모의 적극적 지지층을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 대다수는 보유세 강화 때문에 부담하는 액수보다 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 하위 20%는 보유세 부담은 전혀 없고 받기만 하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한 번 경험하면 역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의 결합은 가히 부동산 개혁의 'CVID'라고 할 만하다.

현 정부의 높은 지지도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격이 다른 문재인 대통령의 인품과 남북관계 및 외교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높은 지지도도 경제개혁의 성과가 없으면, 다시 말해서 실제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미래가 지금처럼 암울하다면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특위가 내놓은 개편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최소한 참여정부처럼 보유세 강화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여 입법화에 성공해야 한다. 지지율 10%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적폐세력의 주식(主食)이 부동산 불로소득이고, 그들은 보유세 강화를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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