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상화’ 이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아침 출근시간대 주파수 경쟁도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한동안 유지돼온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95.1MHz 오전 7~9시),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98.1MHz 오전 7시30분~9시) 양강체제는 지난 4월9일부터 새로 단장한 <문화방송>(MBC) ‘이범의 시선집중’(95.9MHz 오전 7시30분~9시)에 이어 지난달 28일 <한국방송>(KBS) 1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97.3MHz 오전 7시30분~9시)가 뛰어들며 4파전을 펼치고 있다. 하루중 라디오 청취율이 가장 높은 이 시간대는 한때는 음악 프로그램에 대세를 넘겨주기도 했으나, 방송인·피디·교육평론가·변호사 등 4인4색 진행자들의 경쟁이 펼쳐지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궁금한 출근길 시민들의 선택권도 풍요로워졌다. 10% 아래로 떨어졌던 이 시간대 시사 라디오 총청취율은 최근 치열한 경쟁 속에서 18.8%(4월 조사)를 찍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의 전성기는 손석희 앵커가 문화방송에서 ‘시선집중’을 진행하던 때다. 그는 2000년부터 13년간 이 프로그램을 맡아 당시 정치부 기자들만 취재하던 정치인을 직접 인터뷰하는 ‘당사자 중심주의’를 도입해 라디오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 지금도 이런 포맷은 분석·해설에 무게를 두거나 대담 토크쇼로 재미를 추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신문·방송·인터넷 뉴스로 확산되며 위력을 발휘하는 만큼 진행자들의 공세적 질문이 잇따른다.
‘김현정의 뉴스쇼’는 2008년부터 시작해 어느덧 10살이 된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출산 등으로 잠깐씩 자리를 비웠던 때를 제외하곤 줄곧 마이크를 놓지 않은 김현정 피디는 “사안을 바라보는 안목, 섭외, 인터뷰 실력 등 10년의 내공”을 자랑하며 이슈 당사자들로부터 생생한 목소리를 끌어낸다. 김현정씨는 특유의 톡톡 튀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사회 비판적 발언으로) 지난 10년간 핍박도 많이 받았다. 그런 일을 겪으며 프로그램도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진행자 외에 피디 7명과 작가 2명 등 스태프가 모두 10명으로 다른 방송보다 많은 숫자다.
2016년 9월 출범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의 주역인 김어준씨가 시니컬한 시각으로 유쾌하게 시사를 진행해 손석희씨의 시선집중 하차 뒤 내리막이었던 시사프로그램 청취율을 반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파탄난 공영방송 대신 사회 이슈를 예리하게 파헤쳐 청취율 1위에 올랐다. 김어준 공장장을 발탁한 정찬형 교통방송 대표는 “김어준씨는 궁금한 사안들에 대해 청취자와 소통해가며 스스로 터득하고 깨우쳐가는 분석가”라고 짚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아직도 ‘좌빨 방송’이라고 비판하지만 그 영향력을 함부로 무시못한다.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과학탐구 스타강사 출신으로 경제·고용·청년문제에 관심이 많다. 제작진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교육을 고리로 맥락을 잘 전달해주기를 그에게 바라고 있다. 시선집중 진행 제안을 받고 “진땀이 났다”는 그는 “프로 방송인이 아니기도 했지만 엠비시 간판이어서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언론의 비판 기능을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녁인간형’이어서 새벽같이 일어나는 게 곤욕스러웠지만 이젠 새벽 4시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아침의 활기를 전하기 위해 목소리 톤도 더욱 높인다고 한다.
‘최강시사’의 최강욱 변호사는 요즘 법정보다 방송을 무대로 이름값을 올리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의 ‘외부자들’에 이어 한국방송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에도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 ‘방송 초보’라며 겸손을 보이지만 여러 방송사에서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유는 이미 팟캐스트 <전국구>에서 3년 넘게 갈고닦은 입담 실력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도 그동안 존재감이 없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강화하며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변호사는 “무리한 추정이나 근거를 들이대기보다 팩트 중심 전달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궁금한 것은 미적거리지 않고 확실하게 묻되 비판은 시원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침방송 진행자들은 어둠을 뚫고 새벽 출근해야 하는 고달픈 일상을 살아간다. 사회적 이슈가 뜨거울수록 섭외 경쟁도 불붙는다. 출근길 청취자들은 ‘냉정’해서 인터뷰나 뉴스 분석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다른 채널로 돌리기 때문에 이들의 귀를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선 치열한 전략이 필요하다. 아침 시사 라디오의 과도한 ‘정치뉴스 편향성’도 극복 과제다. 이범씨는 “방송 쪽에 와보니 의외로 경제, 사회정책, 산업·기술 등의 이슈가 중요도에 비해 저평가됐다. 선거기간이 지나도 정치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다른 이슈들을 균형감있게 배치해 여론이 쏠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