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책임 물어..'소멸시효 중단, 채권 보전위한 조치'
- 이승현 기자
- 입력 2023.06.14 16:37
- 수정 2023.06.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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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4일 지난 2020년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을 물어 북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언론을 상대로 "오늘(6.14) 14시경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우리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와 인접한 종합지원센터 건물에 발생한 국유재산 손해액 합계 447억원(연락사무소 약 102.5억원+종합지원센터 약 344.5억원)에 대하여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였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북한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제출한 소장에는 원고 대한민국, 피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주권면제'의 국제관습법 제약을 벗어나기 위해 이번 소송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가 아닌 '비법인 사단'으로 전제했다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한을 '비법인 사단'으로 규정하더라도 국내법상 북의 성격과 지위가 유지되고, 비법인 사단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소송 당사자 자격이 인정된다는 것.
이 당국자는 "헌법 제3, 4조와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의 지위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당사자 지위를 모두 가지고 있으나,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 관계가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하면서 "본건 소송은 민법상 당사자 자격을 가지는 비법인 사단을 전제로 불법행위를 추궁하는 것"이라고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법률 검토 결과를 소개했다.
정부가 추산한 손해액은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 감가상각을 적용한 평가액 69억 7,700만원에 당시 실시한 개보수 비용에 감가상각을 적용한 32억 6,900만원을 합해 약 102억 5,000만원,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는 취득원가 468억 4,800만원에서 123억 9,500만원의 감가상각을 적용한 344억 5,000만원 등이다.
북한 당국을 상대로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자체가 전례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소송 서류를 상대에게 송달하고 이후 소송결과에 따른 압류 등 강제집행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소송 서류를 북측에 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법원이 서류를 보관하고 그 취지를 관보·공보·신문에 게재하는 공시송달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당국자는 강제집행 방법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부서와 협의해서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겠으나 시효 중단에 앞서 권리보전이 선행적으로 필요했다"며 뚜렷한 강제집행 방안이 없음을 시사했다.
다만 국군포로들이 북측 저작권 관리업무를 해 온 '남북경제협력문화재단'(경문협)을 상대로 배상금을 청구한 유사사례를 참조해 추심소송 결과와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에서는 기획실과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이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구 대변인은 이같은 조치가 오는 6월 16일로 완성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정부는 관계부처 협력하에 소송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우리 정부 및 국민의 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원칙있는 통일·대북정책을 통해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이지만 '무대응'으로 나올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립'은 더욱 요원해 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앞서 북한은 6.15선언 발표 20주년 다음날인 지난 2020년 6월 16일, 4.27판문점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공식 개소한 개성공단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고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튿날 담화를 발표해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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