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민예총 ‘제2회 골령골 평화예술제’ 개최
-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입력 2023.06.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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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주기 대전 산내 학살 사건 피학살자 합동 위령제’를 하루 앞두고 전야제 성격의 ‘골령골평화예술제’가 개최됐다.
(사)대전민예총(이사장 이찬현)은 6월 26일(월) 저녁 7시 30분, 작은극장 ‘다함’(대전 동구 가오동)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제2회 골령골 평화예술제’를 열고,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지난해에는 위령제가 있던 날 저녁 골령골 현장에서 개최됐지만, 올해에는 전야제 성격으로 하루 앞서 진행했다. 또한 장소도 당초 골령골 현장으로 예정했으나, 전국적으로 장마권에 접어들면서 우천으로 인해 급히 장소를 실내로 옮기게 됐다. 급히 장소가 변경되었지만, 평화예술제를 찾은 시민들은 극장을 가득 채웠다.
골령골 평화예술제는 대전민예총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의 각계 문화예술인들이 각자의 재능으로 만들어갔다.
평화예술제 예술 감독을 맡은 대전민예총 연극위원회 김황식 감독은 “우리의 역사는 민간인 수천명을 억울한 주검으로 골령골에 파묻고 가족들의 삶고 함께 묻어 짓밟아 온 세월”이며, “학살자들은 영웅이 되어 떵떵거리며 활개 친 세상, 그 억울함을 그 한을 그 사실을 골령골에 묻어 놓고 우리에게 망각을 강요한 미친 세월의 역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2회 산내 골령골 평화예술제는 그 기억을 되찾기 위한 자리”라며, “억울함을 풀기 위한 노래이며,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춤짓”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루 빨리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외침”이라고 덧붙였다.
맨 처음 무대에 오른 이들은 음악위원회 한기복 명인과 미술위원회 한항선 작가였다. 한기복 명인의 대북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한항선 작가는 붓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한 작가는 ‘골령골 평화예술제’라는 글씨가 쓰여 있던 무대 배경에 북소리에 맞춰 붓질을 하기 시작했고, 골령골 산능선 아래 노란 달맞이꽃과 파란 나비 등이 그려지면서 어느 순간 멋진 배경대가 완성됐다.
이어진 무대는 가운데 긴 봉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천이 펼쳐진 상태에서 천을 서로 엇갈려 돌면서 엮어 가는 단심줄 감기였다. 대전민예총 교육위원회 소속 구성원들이 소리를 하는 동안 대전평화합창단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단심봉과 천을 잡고 노래 소리에 맞춰 천을 천천히 감아갔다. 단심봉을 중심으로 단단히 묵인 천들은 무대의 기둥이 되어 무대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연극위원회 성원들은 ‘살아살아 괴롭구나’라는 제목으로 탈극을 선보였고, 정진채 가수는 ‘골령골 산허리’와 ‘서시’를 노래했다. 특히 ‘골령골 산허리’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신순란 유족의 사연을 담은 가사에 정진채 가수가 작곡한 곡이다. 이어 김희정 시인은 자신의 시 ‘여기에’를 낭송했다. 김희정 시인이 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정진채 가수는 기타로 배경음악을 연주해주었다.
대전민예총 외 단체들도 무대에 오르면서 골령골 사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노래와 그 사건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한 춤짓에 동참했다. 노래모임 ‘놀’과 대전평화합창단은 노래 공연을 했고, 대전댄스보컬학원 랩퍼 최진리와 빅버스트는 산내 골령골 사건의 내용을 담은 랩과 함께 춤 공연을 펼쳤다.
평화예술제의 마지막은 앞서 묵었던 단심줄을 풀어내면서 넋푸리로 마무리했다.
평화예술제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무대로 올라 장단과 소리에 맞춰 하나씩 줄을 풀어냈고, 단심줄이 모두 풀리자, 천을 잡았던 손은 옆 사람의 손을 잡으며 강강술래를 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연대의 힘으로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넋을 위로할 평화공원이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기원하며 예술제는 막을 내렸다.
한편, ‘대전산내학살사건 제73주기 제24차 피학살자 합동위령제’는 27일 오전 11시 30분에 골령골 현장에서 예정되어 있다. 오전 10시 30분부터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4대 종단이 진행하는 종교제례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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