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얼만큼’인지 묻지 맙시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이제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날이 더워지면 에어컨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무엇보다 전기료가 염려된다. 전기료 인상으로 “에어컨을 많이 틀면 전기료가 얼만큼 나올지 걱정된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어떤 수량이나 정도를 가늠할 때 이처럼 ‘얼만큼’이라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와 ‘만큼’이 만나 이뤄진 단어인 ‘얼마만큼’을 줄이면 ‘얼만큼’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 그리 쓰는 듯하다. 그러나 ‘얼만큼’은 잘못된 표현이므로 ‘얼마큼’이라 해야 한다. ‘얼마만큼’의 준말로 ‘얼만큼’이 아니라 ‘얼마큼’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과 형태가 유사해서인지 간혹 “그마만큼 중요한 일이야”에서처럼 ‘그마만큼’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얼만큼’이 아닌 ‘얼마큼’이 바른 표현이니 ‘그마만큼’을 줄여 ‘그마큼’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마만큼’이 성립하려면 ‘그마’와 ‘만큼’이 만나 단어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마’라는 낱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와 ‘만큼’이 더해진 ‘그만큼’이 바른 표현이므로 “그만큼 중요한 일이야”로 고쳐야 한다.
“너를 이마만큼 사랑해” “나도 이마큼 사랑해”에서의 ‘이마만큼’과 ‘이마큼’도 마찬가지다. ‘이만큼(이+만큼)’이라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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