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현충일이다. 현충일을 6월6일로 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날이 ‘망종’과 겹치기 때문이다.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은 햇볕이 한껏 따뜻해지는 때로, 벼처럼 까끄라기(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 또는 그 동강이)가 있는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 적당한 시기다. 망종(芒種)이란 말 자체가 ‘벼나 보리 따위처럼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을 뜻한다. 봄에 화사한 꽃으로 자태를 뽐내던 매화 같은 나무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것도 이즈음이고, 농경시대에 보리를 베어 긴 춘궁기에서 벗어나며 겨우 한숨 돌리던 때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기에 우리 선조들은 망종을 ‘가장 좋은 날’로 여기고, 조상들의 보살핌에 고마워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또 조정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사들에 대한 예를 갖췄다. 고려 현종 때 ‘망종 날이면 전쟁에서 죽은 장병의 뼈를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민족 비극의 포연(砲煙)이 가시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1956년에 6·25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날을 6월6일로 정한 데에는 이러한 사회·역사적 사실이 배경이 됐다.
현충일은 처음엔 6·25전쟁 희생자만을 추모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1965년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역사 속 국란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의 애국선열 등 모든 호국영령으로 대상이 확대됐고, 1970년부터는 공휴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현충일은 공휴일이기는 해도 광복절 같은 국경일과는 다르다. 기쁜 날이 아니라 슬픈 날로, 몸가짐과 언행을 어느 때보다 조심해야 하는 날이다.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이날만은 음주가무를 삼가는 것이 후손으로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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