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한 카페가 웹툰 작가 사인회의 예약 오류에 대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 카페 측을 비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죠.
오늘은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1965년 제정한 '세계 문해(文解)의 날'입니다.
◇ 문해력 논란, 어떤 게 있었을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닌데요.
지난 2020년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 때는 '연휴가 사흘로 늘었다'는 보도에 "3일을 왜 사흘이라고 하냐"는 항의가 있었죠.
지난 대선 때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에게 "무운(武運·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을 빈다"고 말한 것을,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기를 빈다"고 잘못 해석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또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한 대학생이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자 항의하기도 했고, 코로나19에 확진된 대학생들이 공결 신청 사유로 '병역'이라고 올려 학교 측이 재공지하는 일도 있었죠.
◇ 우리나라 '실질 문맹률'이 75%라고?
한편 이번 '심심한 사과' 논란과 함께 우리나라 실질 문맹률이 75%나 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실질 문맹률은 글자는 알지만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죠.
하지만 실질 문맹률 75%는 20여년 전 수치입니다. 200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든 문해력 조사 문항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였죠.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어려운 비문해(非文解) 성인(수준 1)은 성인 전체 인구의 4.5%인 약 200만1천여 명으로 추산됐는데요.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 능력은 연령이 높을수록, 월 가구소득이나 학력이 낮을수록, 농산어촌에 거주할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죠.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성인(수준 4 이상)은 79.8%였습니다. 실질 문맹률은 '수준 2'(기본적인 읽고, 쓰고, 셈하기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 활용은 미흡한 수준)까지 포함한다 해도 8.7%에 불과했죠.
◇ 유네스코에서 '세종대왕상'을 준다고?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인정받는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대한 업적을 기리고 전 세계 문맹 퇴치 노력에 동참하고자 1989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했는데요.
매년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세계 문해의 날에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시상하고 있죠.
지난 30여년간 요르단, 튀니지, 에콰도르, 르완다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문맹 퇴치를 위해 애써온 개인과 단체가 이 상을 받아왔습니다.
한편 우리 정부는 글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문해교육 참여율을 높이고자 매년 9월을 '문해의 달'로 정해 홍보하고 있는데요.
교육부는 지난 5∼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인 문해교육 학습자들의 시화·엽서쓰기 수상 작품을 전시하는 '제11회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을 열었죠.
문해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 확산을 위해 9월 한 달간 '세종대왕의 꿈 캠페인'을 진행하고, 문해의 달 10주년을 기념해 문해 학습자의 시화 작품 100여 편이 담긴 '일흔 살 1학년'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임동근 기자 임승은 인턴기자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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