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 "간토학살은 인류사상 최악의 제노사이드 범죄"
- 도쿄=이승현 기자
- 입력 2022.09.01 18:56
- 수정 2022.09.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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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도모임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추모비 앞에서 거행됐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동경도본부와 동경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 주최한 이번 '간또대진재 조선인학살 99돌 도쿄동포추도모임'에는 그동안 발길이 닿지 않았던 한국에서 민간 대표단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를 앞두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이종걸 대표상임의장과 대표단, 그리고 지난 7월 12일 서울에서 발족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를 대표해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상임공동대표와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손미희 대표 등이 일본 현지 추모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조성택 총련 도쿄도본부 권리복지부장의 사회로 약 한시간동안 진행된 추모모임에는 남승우 총련 부의장이 단체를 대표해 참석했으며, 고덕우 총련 도쿄도본부 위원장, 니시자와 준(西澤 淸) 도쿄진상조사단 일본측 대표, 고노 다츠오(河野 達男) 일조우호촉진동경의원연합회 공동대표, 후지모토 야스나리(藤本 泰成) 포럼 평화·인권·환경 공동대표 등이 추도사를 했다.
고덕우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일제의 간또대진재 조선인 학살사건은 국제법이 엄금하고 있는 집단학살, 제노사이드'이며, '조선민족 배타에 기반한 인류사상 최악의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일본 당국은 그때로부터 거의 100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억울하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하는 대신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은폐하고 외면하며,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간또대진재 학살만행을 스스로 진상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영혼앞에 무릎끓어 용서를 빌고 배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조일(북일) 평양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일본은 간또대진재 조선인 학살을 비롯한 침략과 식민지 범죄에서 응당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평양선언의 정신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조일 관계 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1923년 9월 초하루 간또 지방을 뒤흔들어 놓은 미증유의 대진재와 대화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으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주민들을 죽음의 공포와 불안으로 떨게 하였다"며, "엄청난 자연재해와 사회적 혼란 속에서 일본 정부는 무능하고 속수무책이었던 자신들을 향한 민중의 불만과 비판을 억누르고 무마해 보려고 '조선인 탄압'이라는 더러운 수작을 고안해내었고 열흘 남짓한 기간에 6천 6백여 명의 무고한 우리 동포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대참극, 전대미문의 국가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의 전말을 정리했다.
북측 조선인강제연행피해자·유가족협회도 추도사를 보내왔다. 협회는 강경익 총련 도쿄도본부 국제통일부장이 대독한 추도문에서 "간또대지진을 계기로 감행된 조선인 살육만행은 지진으로 인하여 조성된 심각한 사회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일본 정부가 계획하고 조직적으로 감행한 무차별적인 조선인 대량학살범죄였다"고 하면서 "일본정부는 아직까지도 이 살육만행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산되지 않은 범죄는 새로운 범죄를 낳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간또조선인학살사건을 비롯하여 일본이 조선민족에게 저지른 가지가지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들에 대해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대를 이어가며 기어이 그 대가를 받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99주기 추도식에 직접 참석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선조들 앞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게 되어 애통하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조선인 학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진심어린 사죄와 반성을 해야만 난마처럼 얽힌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내년 100주기 추도식에는 일본의 사죄와 반성의 소식과 함께 조선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간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는 사실과 함께 "2023년 '간토학살 100주기'를 맞이하여 '간토대학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기관과 연대하여 '간토제노사이드 국제학술회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추모행사가 열리는 같은 시간에 20여미터 떨어진 공원내 공간에서 일본 우익단체들의 집회가 진행됐으나, 확성기 사용을 금지시킨 조치가 취해지면서 큰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민단 한국중앙회관 8층 강당에서 윤동민 주일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제99주년 관동대진재순난동포추념식'을 별도로 개최했다.
이수원 민단 동경본부 단장은 추념사에서 "오늘 동포 추념식을 거행하는 것은 당시 일본의 비인간적인 만행에 의해 학살된 수천 명의 수난 동포에 대한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그 만행을 규탄하며 우리 동포가 학살된 그 진실의 역사를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우리들의 사명을 자각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두번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사회의 구축을 위해 역사적 사실의, 진실을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 아래 동경본부는 관동재진재 수난동포 추념식을 오랜 기간에 걸쳐 거행해왔다"고 밝혔다.
민단은 그동안 시간을 달리하여 같은 장소에서 추도모임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관계 정상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내부 반발이 있어 실내행사로 치르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모임은 간토대지진 50년이 되던 1973년 도쿄도 의회의 찬성으로 '위령공원'으로 불리는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공식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추도모임이 열리는 공원내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자 추도비'도 이때 '조선인 희생자 추모행사 실행위원회'가 마련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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