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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9일 목요일

"尹-해리스 면담 '여성' 언급 없었다"던 대통령실, 백악관 자료 나오자 정정

 해리스 "한국과 전세계 성평등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민주주의 강화하려면 성평등 집중해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한국의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 여성 리더들과 별도 간담회를 가질 만큼 성평등 이슈는 그의 방한 일정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처음에 '윤 대통령의 해리스 부통령 접견시 여성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브리핑했다가 이후 보도자료를 내어 정정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외교 참사'라는 비난을 낳은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이후 1주일도 채 안 돼서 일어난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회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날이기도 하다.

"여성 언급 없었다"던 대통령실, 백악관 자료 나오자 정정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9일 오후 3시께, 해리스 부통령 접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한 후 기자들로부터 '여성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여성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었다.

기자들로부터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 전 일본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방한 시 윤 대통령에게 성평등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자 도쿄발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방한시 성평등 이슈를 토의할 계획이라며 "나는 민주주의의 (발전)정도는 그 민주주의 하에서의 여성의 지위로 측정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 그에게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낼 계획이다(I do plan on bringing it up with him)"라고 했다. 

신문은 한국은 선진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높고, 국회의원 가운데 여성은 5분의 1에도 못 미치며, 윤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도중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는 등의 배경 사실을 함께 보도했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SNS에 이 신문 보도를 번역한 <여성신문> 기사를 공유하며 "내 이럴 줄 알았다. 해리스를 응원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달리,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미국 측 보도자료를 보면 "부통령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한국과 전 세계의 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empowerment)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 있다. (☞백악관 보도자료 보기) 

또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서울에서 한국 여성 리더들과 가진 간담회 관련 별도 백악관 보도자료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한 후 기자가 '윤 대통령과 (성별) 형평에 대해 이야기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백악관 보도자료 보기) 

대통령실은 뒤늦게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접견 직후 일정인 '여성 리더 초청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언급하며 '여성 지도자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 여성들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늘 여성 지도자 환담이 유익한 결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도 여성 역량 강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당초 '없었다'고 한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또 백악관이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전 세계의 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다고 밝힌 것과, 우리 대통령실이 "미국 정부도 여성 역량 강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고 발표한 것은 비슷한 내용이지만 뉘앙스 차이가 있다. 특히 한국 측 발표에는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아예 빠져 있다. 

해리스 방한 일정 3분의1이 '여성', 그런데…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3개의 주요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 예방, 판문점 비무장지대 방문, 그리고 여성 리더 간담회였다. 당일치기 방한임을 감안하면 여성 문제에 상당한 비중을 둔 셈이다. 

"여성 언급은 없었다"던 대통령실의 최초 발표가 단순 실수·해프닝이라 해도, 윤 대통령 순방외교가 각종 논란의 대상이 된 가운데 또다시 정상외교 관련 실수가 나온 것은 한숨이 나올 일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여성 문제를 얼마나 등한시하면 세계 최강대국이자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 부통령이 하는 말까지 안 들리느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물론 여성부 폐지 추진 등의 상황과 맞물린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것이라면 이는 거짓말이고 더 거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실장은 "해당 발언을 못 들은 건지, 들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 예방 직후 가진 한국 여성 리더 간담회에서 "여성이 성공할 때 사회 전체가 성공한다는 것을 강하게 믿는다"며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원한다면 반드시 성평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피겨 퀸' 김연아 선수와 배우 윤여정 씨,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정숙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 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소설가 김사과 씨, 이소정 KBS 9시 뉴스 앵커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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