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성 리포트] 놀이터·토양 중금속 함유량과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 비교해 보니
▲ 시멘트 공장에 쌓여 있는 폐타이어. ⓒ 최병성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곳, 타이어 공장일까? 아니다. 집을 짓는 건축재인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이다. 시멘트 만들 때 넣으려고 전국에서 모아온 폐타이어들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공장 밖 야적장에도 엄청난 양의 폐타이어와 폐고무가 가득 쌓여 있다.
오늘 우리 집을 짓는 시멘트는 석회석뿐만 아니라 온갖 쓰레기로 만들어진다. 석탄재, 소각재, 분진, 하수슬러지, 각종 공장의 오니와 슬러지 등 비가연성 쓰레기들과 폐타이어, 폐고무,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등 가연성 쓰레기들을 함께 모아 불에 태워 시멘트를 만든다.
각종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 결과 우리나라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많다. 쓰레기의 유해물질은 불에 태운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시멘트 공장 굴뚝으로 배출되든지, 시멘트에 잔류하든지 둘 중 하나다.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지적할 때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내의 중금속이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 기준과 일반 토양의 중금속보다 낮다'며 쓰레기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 그동안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내의 중금속이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 기준과 일반 토양의 중금속보다 낮다'며 쓰레기 시멘트가 안전하다고 주장해왔다. 시멘트협회 홈페이지에 나온 '토양과 시멘트 중금속 함량 비교' 표에는 중금속 함유랑 차이가 비슷하거나 적다고 나와있다. ⓒ 시멘트협회
지난 1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국회에서 시멘트 등급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 의원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주거용 건축물에는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한 시멘트를 사용하고, 쓰레기 시멘트는 도로와 항만 등에 사용하는 '시멘트 등급제'를 제안했고 현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시멘트 등급제 국회 토론회 직후 <아시아경제>는 2월 8일 자에 <놀이터 모래보다 중금속 적은데... 계속되는 '쓰레기 시멘트'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쓰레기시멘트의 중금속이 어린이 놀이터 모래보다 적어 안전하다는 시멘트업계의 주장을 전했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가 어린이 놀이터 모래보다 중금속이 적고 안전하다는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놀이터 모래보다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이 적다?
▲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모래의 중금속이 쓰레기 시멘트의 중금속과 양이 비슷할까. ⓒ 최병성
그동안 정부와 많은 연구기관에서 어린이 놀이터의 중금속 오염을 조사해왔다. 자료에 따르면, 시멘트의 발암물질과 중금속 함유량은 어린이 놀이터 모래의 수십~수백배에 이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얻은 국내 모든 시멘트 내 중금속을 분석한 결과표다.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득하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유니온 시멘트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 노웅래
먼저 쓰레기 시멘트 내의 중금속부터 확인해보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지난 2021년 가을 국립환경과학원에 국내 8개 시멘트 공장의 시멘트를 분석 의뢰했다. 쓰레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유니온시멘트를 제외하고 국내 모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 6가크롬(Cr Ⅵ)부터 인체 유해물질인 비소(As), 구리(Cu), 납(Pb), 크롬(Cr), 니켈(Ni), 아연(Zn)에 이르기까지 중금속이 가득했다.
이제 어린이 놀이터와 토양 속 중금속 오염 실태를 알아보자. 2016년 <서울도시연구> 제17권 '서울시 용도지역에 따른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지역 토양의 중금속 오염 평가'에는 총 18곳의 놀이터 모래와 주변지역 토양의 납, 카드뮴, 6가크롬, 구리를 조사한 결과가 공개돼 있다.
이 보고서는 주거지역(S1,S2,S3)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높은 공업지역(K1,K2,K3), 상업지역(G1,G2,G3)의 놀이터 '모래'와 '토양' 각 3곳씩 총 18곳의 놀이터와 토양을 비교 조사하였다. 특별한 오염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몇 년의 시간이 흐른다고 어린이 놀이터와 토양의 중금속 함량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 서울시내 18곳의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지역 토양의 중금속 오염을 조사한 결과 ⓒ 서울도시연구
노웅래 의원이 국내 8개 시멘트 제품을 분석한 결과와 '서울시 용도지역에 따른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지역 토양의 중금속 오염 평가'를 비교해 보았다.
시멘트 제품 안의 발암물질 6가크롬은 최저 4.72ppm에서 최대 18.79ppm인데 반해 서울시 18곳의 어린이 놀이터와 주변 토양의 6가크롬은 최저 0.048ppm에서 최대 0.082ppm다. 최대 391배의 차이가 났다.
납(Pb)의 경우 쓰레기시멘트는 최대 67.947ppm인데 반해 놀이터 모래는 상업지역G1 0.729ppm(93.2배), 토양은 상업지역 G2의 1.425ppm(47.67배)이 최대치다.
쓰레기시멘트의 구리(Cu)는 최저 38.022ppm에서 최대 232.141ppm이 검출되었다. 반면 놀이터 모래 중 구리의 최대값은 0.738ppm(상업지역G1)으로 무려 314.5배의 차이다. 주변 토양 중 구리의 최대값은 1.544ppm(상업지역G2)로 150.3배의 차이가 났다.
노웅래 의원의 시멘트 분석값 중 쓰레기를 넣지 않은 유니온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시멘트의 유해물질 평균값과 서울시 놀이터와 토양의 중금속 평균을 비교해봤다.
▲ 노웅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얻은 시멘트 내 중금속 함유량과 서울시 놀이터의 중금속 함유량을 비교해 보았다. 수백 배의 차이가 확실하게 보인다. 시멘트 내 중금속 함유량과 놀이터 모래의 중금속 함유량은 결코 비슷하지 않다. ⓒ 최병성
비교 결과는 놀라웠다. 시멘트의 중금속이 놀이터 모래보다 낮다는 언론보도는 심각한 사실 왜곡이었다. 발암물질 6가크롬은 최소 160.5배에서 최대 200배나 차이가 났다. 납은 최대 109배, 구리는 최대 610배까지 차이가 날만큼 시멘트의 유해성이 심각했다.
다른 조사를 봐도 쓰레기 시멘트는 유해
다른 조사 보고서도 찾아보았다. 2001년 한국환경위생학회지 제27권에 실린 'I시 어린이 놀이터의 토양 중 중금속 오염에 관한 연구'는 주거지역 12곳, 공장지역 4곳을 선정하여 각 지점마다 놀이터 모래와 토양 등 총 32곳의 중금속을 조사하였다.
오래전 조사지만 주거지역과 공장지역의 놀이터 모래와 토양을 비교 조사하였고, 조사 지점이 총 32곳으로 조사 결과에 신뢰성이 높다. 우리가 집을 짓고 살아가는 쓰레기시멘트는 그날 어떤 쓰레기를 넣었느냐에 따라 시멘트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매일매일 다르다. 그러나 이 자료에 따르면 주택과 공장 지역 모래와 토양의 중금속 차이가 크지 않다. 토양의 중금속이 증가하려면 고농도의 중금속이 그 토양을 오염시키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주변 공장 굴뚝에서 지속적으로 다량의 중금속을 뿜어내야 토양의 중금속 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간이 몇 년 흐른다고 놀이터 모래와 토양의 중금속이 달라지지 않는다.
▲ 'I시 어린이 놀이터의 토양 중 중금속 오염에 관한 연구' 주거지역 12곳, 공장지역 4곳 등 총 16곳을 선정하여 어린이 놀이터 모래와 주변 토양의 중금속을 조사하였다. ⓒ 한국환경위생학회
I시 놀이터와 주변 토양의 중금속 평균값과 노웅래 의원실이 분석한 시멘트의 중금속 평균값을 비교해 표를 만들어보았다. 시멘트 업계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납의 경우 주택가 놀이터 모래와 토양은 평균 4.492ppm과 6.394ppm인 반면 시멘트는 34.59ppm이다. 구리의 경우, 주택가 놀이터 모래는 평균 2.423ppm, 토양 10.567ppm인데 시멘트는 139.693ppm이다. 비소는 놀이터 모래 0.038ppm, 토양 0.052인 반면 쓰레기시멘트의 비소는 7.449ppm으로 143~196배나 더 높다.
시멘트가 놀이터 모래와 토양의 중금속보다 더 낮거나 안전하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노웅래 의원의 시멘트 분석 결과와 I시 16곳 놀이터의 모래 중금속 분석 결과를 비교표로 정리해보았다. 쓰레기 시멘트와의 차이가 명백하다. ⓒ 최병성
이는 쓰레기 시멘트가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지 보여준다. 우리가 저 인체 유해 물질 가득한 시멘트에 갇혀 살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을 속일 것인가
시멘트 업계는 그동안 시멘트에 대해 토양의 중금속 함량 정도이거나 더 낮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다양한 토양의 중금속을 분석한 자료를 찾아냈다.
▲ 많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변 가로수 주변 토양의 중금속을 시멘트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 ⓒ 최병성
<도시녹지의 이산화탄소 및 중금속 저감>(2010)에 따르면 청주시와 충주시의 공업지역, 상업지역, 주거지역, 녹지지역 가로수 식재지 주변의 토양 총 21곳의 아연, 구리, 크롬, 니켈 등의 중금속 조사 결과가 상세히 나와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차량이 많이 오가는 가로수 주변의 토양임에도 불구하고 시멘트처럼 유해 중금속이 많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 청주시와 충주시의 공업지역, 상업지역, 주거지역, 녹지지역 가로수 식재지 주변의 토양 총 21곳의 아연, 구리, 크롬, 니켈 등의 중금속 조사 결과 ⓒ 박주영 주진희
노웅래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에 분석한 시멘트 중금속과 가로수 주변 토양의 중금속의 평균값을 계산해 비교표로 정리해 보았다. 아연(Zn)은 가로수 토양에 비해 시멘트가 최대 59.7배, 구리(Gu)는 최대 139배, 납(Pb)은 최대 17.6배 더 높았다. 크롬(Cr)은 시멘트가 가로수 토양보다 무려 최대 439배 높았으며, 니켈(Ni)은 최대 92배, 비소(As)는 최대 74.5배나 더 많은 인체 유해중금속이 검출되었다.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의 유해 성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청주시와 충주시 가로수 주변 토양의 중금속과 국내 쓰레기 시멘트의 중금속을 비교한 결과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 최병성
환경부가 주범
환경부는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멘트공장들이 쓰레기를 치워준다는 이유로 시멘트공장에 각종 특혜를 주며 유해 중금속 가득한 쓰레기시멘트를 만들게 해왔다.
어린이 놀이터 모래는 중금속 함량이 미량임에도 사회적 논란이 되어 왔다. 그만큼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농도의 노출이라 할지라도 유아나 어린아이들에겐 특히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시멘트에는 놀이터 모래보다 수십~수백 배에 이르는 다량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이 그 유해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24시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제대로 된 시멘트 중금속 기준 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쓰레기시멘트를 자원 재활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유해물질을 재생산해서 국민들이 사는 안방으로 되돌린 것에 불과하다. 중금속의 인체 유해성을 가장 잘 알면서도 시멘트공장의 이익을 위해 시멘트에 유해물질을 증가시키고 있는 게 환경부다. 이는 결국 국민들에겐 고통이요, 후손들에겐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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