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통과에 ‘정치의 실종’ 비판한 언론들
중앙일보 칼럼 ‘“MBC의 진실 추구 노력?” 썩 동의 안 돼’
국민일보 “교육부 장관 이주호 지명, 그렇게 인물이 없나”…좁은 인재풀 지적 이어져

▲ 한겨레 1면
▲ 한겨레 1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순방 중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고, ‘바이든 발언’ 논란으로 ‘외교 참사’가 벌어졌으니 박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해당 소식을 1면에 실었다. ‘정치의 실종’ 가속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 기사 ‘대통령 발언도 꼬투리 삼아…巨野, 장관 해임안 강행’에서 “과반 의석의 거대 야당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확실한 발언 등을 계기로 정부 출범 4개월여 만에 외교장관 해임 건의를 강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순방 성과를 이유로 취임 4개월밖에 안 된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국정 발목을 잡는 다수당의 입법 횡포란 지적이 제기된다”며 “특히 이날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한 날이기도 했다. 박 장관은 해리스 부통령 면담을 위해 국회를 급히 떠났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오전까지 여야 협의를 주문했다”고 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지금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박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왜 박 장관 책임인가”라며 물었다. 이어 “‘바이든 발언’은 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중에 보니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음성 분석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 발언 맥락상 바이든은 맞지도 않는다. 하지도 않은 말을 근거로 엉뚱하게 외교장관 해임안을 낸 것이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박진 해임안’ 본회의 통과…野, 與 불참 속 단독 처리’에서 해당 소식을 다룬 후, 사설에서 이번 해임건의안 처리는 ‘정치의 실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야가 뒤엉켜 “외교 참사네” “동맹 훼손이네” 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방을 펼치더니 급기야 외교 수장에 대한 해임건의 사태로까지 비화했다”며 “박 장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 수장이다. 이 정도까지 올 일이었나”라고 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는 1면 기사 ‘거야 독주’에 실종된 정치…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에서 “169석 더불어민주당이 힘을 앞세워 박진(사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했다”며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거야(巨野)의 독주에 여당은 무기력했다. 여야 대치가 더욱 격화되면서 ‘정치의 실종’을 가속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건 정파적 이익을 위해 민생을 팽개치고 외교를 정쟁 수단으로 이용한 거대 야당의 횡포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1면 갈무리.
▲ 중앙일보 1면 갈무리.

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사태 수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실효성 없는 해임건의안을 다수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며 정국 냉각에 야당 또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며 “윤 대통령은 이를 외교안보라인 재정비 계기로 삼고 진솔한 사과를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는 윤 대통령 자신과 여당이 자초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외교 실패 논란 등에 사과 한마디 했으면 끝날 일이었는데 버텼다. 그 틈에 여권은 “정언유착으로 국익이 훼손됐다”고 억지까지 부렸다. 보도를 한 MBC를 향해선 ‘민영화’까지 언급하며 협박했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 칼럼 “조작·선동꾼들과의 전쟁…尹이 변해야 이긴다”

국민의힘은 29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 사건과 관련해 MBC를 검찰에 고발했다. MBC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지난 22일 ‘바이든’ 등 잘 들리지 않는 발언에 자막을 입혀 보도함으로써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는 오피니언면 ‘조작·선동꾼들과의 전쟁…尹이 변해야 이긴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좌파 진영의 조작 선동은 인터넷 매체, 블로거 차원만이 아니다”라며 “‘(비속어 영상 첫 방송 직전인) 22일 오전 MBC 뉴스룸은 신이 난 듯 떠드는 소리에 시끌벅적했다’는 MBC노조(제3노조)의 성명이 보여주듯 문재인 정권 때 벼락출세한 이른바 공영방송의 간부들, 관변 알짜 자리를 차지한 좌파 연구가들은 보수 정권의 댐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속·처가 같은 취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의 자막 조작 의혹, 민주당과의 유착 의혹, 풀영상 외부 유출 경위 등은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MBC의 행태는 사법적 차원은 몰라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상정돼 공정한 심사를 받는다면 중징계를 면치 못할 사안”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 갈무리.
▲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 갈무리.

이기홍 대기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두환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취임 후엔 자신의 발언이나 SNS 문자가 빚은 논란들에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러지 않아도 대통령실과 내각에 보신주의 관료들과 온갖 끈을 쥐고 온 눈치꾼들이 다수 등용돼 약체로 평가받는데, 그런 약체팀의 입마저 대통령의 ‘버럭’에 주눅 들어 봉쇄된다면 조작·선동 전문가들의 전쟁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MBC의 진실 추구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칼럼도 보였다. 고정애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고정애의 시시각각’에서 “기자 한두 명이 ‘바이든’이라고 하자 나머지에도 그리 들렸을 것이다. 대통령실 사람이 ‘날리면’이라고 했다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며 “진정 중요한 건 화자(話者)의 발언 맥락이었을 텐데, 기자단이 제대로 확인하려고 노력했을까. 글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의아한 건 MBC가 ‘국회’ 앞에 왜 ‘(미국)’을 넣었느냐”라며 “국회는 우리 의회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그런데도 MBC는 (미국)을 통해 미 의회인 양 전달했고, 그 결과 ‘동맹 모욕’이란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고정애의 시시각각 갈무리.
▲ 중앙일보 고정애의 시시각각 갈무리.

고정애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어 습관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실의 어설픈 대응 또한 마찬가지”라면서도 “MBC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 자막을 다는 과정 등을 보면, 공영방송으로서 합당한 신중함·책임감·불편부당함을 보였는지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워서다”, “MBC의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란 항변에 썩 동의가 안 돼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교육부 장관에 이주호 지명, 그렇게 인물이 없나”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대타협을 주도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기용했다.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지명·임명 강행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이 전 장관의 기용을 두고 “교육개혁을 주도할 인물이 과거 정부에서 일한 사람밖에 없는지 안타깝다. 이 전 장관 기용에는 아무런 감동이 없다”며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 인사다. 윤 대통령이 주요 공직자 후보로 선택하는 인물들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거나 동의를 못한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10년 전 했던 사람’을 다시 앉히겠단 이유로 “개혁 적임자”란 점을 들었지만, 결국 인재풀이 협소함을 자인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그간 교육장관 추천과 검증을 진행해왔으나, 대부분 고사하거나 부적격 사유가 확인돼 지명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일하겠다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렇게 없는지 성찰할 일”이라고 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1면 기사 ‘부적절 비판에도…결국 이주호,김문수 앉혔다’에서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을 거친 뒤 교과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자율형사립고·마이스터고 신설과 일제고사 실시 및 평가결과 공개를 주도해 학생들을 입시 무한경쟁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과 경기지사를 지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엔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전광훈 목사와 손잡고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등 극우 행보를 걸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갈무리.
▲ 한겨레 1면 갈무리.

경향신문도 1면 기사 ‘‘경쟁주의’ 교육 수장·‘극우’ 노동 참모…또 논란의 인선’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은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을 폈던 이 전 장관에게, 노동개혁은 반노동·극우 행보를 해 온 김 전 지사에게 맡기는 구상”이라며 “인선을 두고 사회적 논란과 분열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친이명박(MB)계 인사로 좁은 인재풀 문제도 다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부적격자인 이 내정자와 김 위원장의 지명·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