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민주당다움'이 붕괴된 선거, 기득권 내로남불과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2.03.31. 13:41:05 최종수정 2022.03.31. 17:49:00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프레임에 갇히면 답이 없다"는 경고가 나왔다.
더민초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평가 경청토론회 1차 총괄평가를 갖고, "역대 가장 적은 표차(0.73%)로 당락이 결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대 가장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0.73%라는 표차에 대해 "수치적으로는 석패했지만, 가치적으로는 참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0.73%의 초박빙 결과는 '민주당 심판'과 '국민의힘 경고'의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면서 "뭉뚱그려 '졌잘싸' 프레임에 갇히면 답이 없다. '졌잘싸'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석패이자 민주당의 참패'라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다만, 이재명 대선후보의 막판 추격전을 의미있게 평가했다. 특히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직후 이재명 후보의 메시지였던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윤-안의 단일화 발표에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역사와 국민을 믿습니다. 민생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습니다"라는 64자의 짧지만 굵은 입장 표명을 했다.
"민주당, 역사상 가장 약한 후보에게 졌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이번 대선 패배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유 대표는 "역대 가장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대선이 아니라 "역사상 가장 약한 상대 후보에게 진 뼈아픈 패배"라고 재정리했다.
그는 "압도적인 정권 심판론 속에서 인물 경쟁력에서 압도하지 못한 비호감 레이스"였다는 점을 꼬집으며 "촛불정부 5년 만에 정권교체, 탄핵세력의 화려한 부활 책임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득권 내로남불, 단체장 성추행 사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비롯된 정권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민주당과 이재명이 꿈꾸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국민을 설득하는 데 부족했"고, 그로 인해 "진보적 가치마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졌잘싸'가 아닌 '이재명 석패, 민주당 참패'라는 분석의 근거로 대선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선거 내내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했으며 전략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기본소득과 대장동 사건, 반(反)여성주의 흐름 등의 대응에도 우왕좌왕했다"고 비판했다. 또 송영길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기득권 해체-정치 교체-이재명 승리'를 외쳤지만, 결국 송 대표의 단독 행동으로 끝나면서 파장이 적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 대표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지현 씨(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이재명 캠프 합류에 대해 "막판 부동층을 흡수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나 전략적 우연성이었을 뿐"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후까지 부동층으로 꼽힌 20대 여성들은 국민의힘의 반여성주의(안티 페미니즘) 행태에 대한 전략적인 투표를 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이 후보는 20대 이하 여성들에게 58.0%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다움' 붕괴되고 기득권 내로남불과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됐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난 속에 민주당은 대전환 시대를 열 가치 또한 보여주지 못했다. 유 대표는 "포퓰리즘의 근원인 불평등 심화에 대한 대안, 미래 어젠다인 기후위기 극복 방안, 다원주의 시대 진짜 선진국을 위한 공약 등에서 뚜렷한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봤다. 또한 "'김대중-노무현-김근태'의 도도한 가치를 계승할 '민주당다움'이 붕괴 수준에 이르"렀으며 "도덕적 책임감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리버럴 이미지가 기득권 내로남불과 무능 프레임으로 대체"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지금 민주당의 위기는 시대정신과 가치 부재의 위기"라면서 "민주당의 존재 이유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익 중심의 계산을 넘어서는 보편적·도덕적 가치를 언어화해야 중도층 포섭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다각도의 패배 원인에도 불구하고,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민주당은 지난 2월 27일 국무총리 국회 추천과 실질적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 개편,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유 대표는 "선거 내내 '정권교체(야권단일화)' 프레임이 유지되어 오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당론 채택으로 정권교체 및 정권 심판 구도를 잠시 압도했지만, 그 동력이 대선 승리까지 가기에는 '진정성'이라는 한 끗이 부족했다"며 "'윤-안 단일화 선언'이 강력한 역풍에 직면했지만 오히려 정권교체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를 넘어서는 유일한 방법은 "힘겹게 쌓아 올린 정치교체 프레임의 진정성을 살릴 반성과 성찰, 기득권 내려놓기였"는데 "선거 막판 이 후보는 포지티브 중심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당은 네거티브로 일관했다"고, 유 대표는 쓴소리를 했다. 특히 "간절함에 호소해야 할 마지막 순간에 '대장동 몸통' 논란에 올인한 점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착시에 근거한 세대론은 해체됐다"
유 대표는 "그동안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2030 여성'들의 묵직한 반란이 있었지만, 끝까지 민주당에 마음을 열지 않은 40대의 기권과 다량의 무효표 등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평균보다 7%나 낮았던 40대 투표율 저조 이유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어떤 선거보다 '이대남' 표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20대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72.5%라는 높은 지지를 보인 20대 남성에게 집중하며 여성과 갈라치기 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20대 이하 남성은 58.7%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비해 13.8% 하락한 수치다.(방송3사 출구조사 참고)
이에 유 대표는 "20대 이하 남성의 국민의힘 결집도가 현저히 약화됐다"며 "보수화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크게 작용한 급진화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입체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20대 대다수는 무당파이며 선거 일주일 전에 후보를 결정할 정도로 고도의 변동성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세대균열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세대균열이 해체"됐으며 "2030을 일관되게 규정하는 것은 착시에 근거한 세대담론"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최근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정치권의 세대담론을 경계했다.(☞ 관련 기사 : '세대론'이란 굿판을 걷어 치워라!)
민주당, 무엇을 해야 할까
유 대표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선거에서 무리한 목표설정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나친 정치화는 잘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이, 국회의원은 시민이, 지방선거는 주민이 뽑는다'는 말이 있는 만큼 지방선거는 일상·민생·복지 등이 중요한 선거라는 뜻.
따라서 유 대표는 "국민통합 정신을 이어가면서 '민생 선진국'을 전면에 내걸고 돌봄시대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중산층을 위한 민주당의 정체성 재구성에 주력해야 한다"면서 이는 "차기 윤석열 정부의 반동화 경향을 극복하는 전략과 결합하면 더 큰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격전지가 될 서울의 경우 "담대한 발상"으로, "젊고 혁신적인 여성을 시장 후보로 공천해 반기득권적 도전적 흐름을 만드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편, 유 대표는 민주당 내 '이재명 조기등판론'을 우려했다. 그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대선후보로 매우 소중한 전략 자산은 아낄 필요가 있다"면서 오히려 "'신냉전 위험 시대'의 외교안보전략 연구 등으로 '이재명'이라는 자산의 역량을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와 더불어 "'문파(문재인 지지자)', '명파(이재명 지지자)' 등 극렬 지지층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며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앞으로 5년,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유 대표는 정치개혁을 중심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개혁 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유야무야하면 반드시 역풍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평등법(차별금지법), 이주민, 장애인 권리향상 등 다원주의 사회로 가는 진보적 가치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반동적 혐오정치'(여성, 장애인 등)에 대해 초강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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