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너나없이 쓰더라도 표준어가 되기 어려운 말들이 있다. 한자말인 경우가 대표 사례다. 한자 각각의 음을 밝혀 적어야 하므로, 사람들이 자기가 소리 내는 대로 쓰는 것을 규범 표기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쑥맥’도 그중 하나다.
“답답한 연애, 쑥맥 같은 남자”라는 예문에서 보듯이 사리 분별을 못하거나 답답한 구석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쑥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숙맥’이 바른 표기다. ‘숙맥’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을 줄여 쓰는 말로, 글자 그대로 “콩[菽]과 보리[麥]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숙맥불변’을 ‘숙맥’으로 쓰는 예에서 보듯이 여러 자의 한자성어를 두 자로 줄여 쓰는 말이 더러 있다. “어떤 일의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이르는 말”인 ‘십상’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다. “놀기만 하다가는 시험에 떨어지기 십상이다”라고 할 때의 ‘십상’ 말이다. 이 ‘십상(十常)’은 십중팔구(十中八九)와 같은 뜻의 말 ‘십상팔구(十常八九)’의 준말이다. 이 십상을 우리말 ‘쉽다’에서 온 말로 알고 ‘쉽상’으로 쓰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말 중에서 거의 7할이 한자말이다. 따라서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도 잘못 쓰기 쉽다. ‘삼수갑산’도 한자를 몰라 열에 아홉은 틀리는 말이다. “어떤 결심을 하는 문맥에서, 각오해야 할 최악의 상황을 강조하며 이르는 말”로 ‘산수갑산’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산 넘고 물 건너 고생길이 훤하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등의 표현처럼 우리 생활에서 산과 물이 고생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는 일이 흔하기 때문인 듯하다. ‘산과 물=고생’이라는 인식이 강한 까닭에 ‘산수갑산’을 별 의심 없이 바른말로 여기고, 그리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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