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경쟁력 우위에도 대장동·가족리스크 겹쳐 석패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2.03.10. 05:38:5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끝내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날까지도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초박빙 흐름을 보여왔다.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20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손에 땀을 쥐는 초접전을 보였다. 끝내 0.73%(개표율 95.37% 기준) 차이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 속에 치뤄진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비호감도가 한몫 했다. 조국 사태, 고위공직자 부동산 투기논란, 정치개혁 무산으로 차곡차곡 쌓여진 '내로남불' 이미지와 연이은 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 그리고 2차가해 논란에 민주당은 설득력있는 자성을 내놓지 못했다. 인물론을 내세운 이 후보의 분투에도 정권교체론의 장벽을 끝내 넘어서지는 못했다.
조국 사태, 성폭력, 정치개혁 무력화의 유산
민주당은 지난 4.7재보궐에서 참패한데 이어 이번 대선까지 연패했다. 성추행 물의를 일으켜 열린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원칙을 뒤집으며 공천해 '자업자득'이란 비판을 받은 뒤 민주당은 쇄신작업에 돌입했지만 결국 '무늬만 쇄신'이었던 셈이다.
시도는 있었다. 재보궐 참패 이후 초선 의원들은 민주당의 오만을 성토했다. 이들은 "진심 없는 사과와 주어·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재보궐 선거의 원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사과했다. 또, 검찰 개혁 드라이브, 조국 사태에 비판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간 민주당이 비판받아온 지점에 대한 종합적인 반성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비판한 초선의원들을 '초선 5적'이라고 비난하며 문자폭탄을 보냈고, 당은 이들의 원색적인 비난도 '당심'이라며 기계적 봉합에 주력했다. 결국 초선 의원들의 쇄신안에도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등의 내용은 빠지며 후퇴했고, 이들의 자성 시도도 초점을 잃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결과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공백 상태가 된 당 원내 지도부에 의원들은 성찰과 쇄신을 외친 후보 대신, 조국사태를 "국가의 범죄 수사 업무를 총괄해서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개입한 부적절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던 윤호중 원내대표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다.
맥락없는 정책 기조의 후퇴도 설득력을 갖지못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민주당 의원들의 '똘똘한 한채', 여권 내부의 '적폐'가 드러났다. 그런데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연기 등 부자감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놨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부동산 정책 기조의 후퇴였다.
또, 성폭력 사건과 2차 가해 논란으로 지난 선거에서 참패를 경험했음에도 대선 초반 안티페미 메시지를 경청하며 2030 남성에게 한 구애는 성별을 갈라치는 국민의힘에 대응할 논리를 잃게 했다. 기후위기와 환경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외치면서도 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탈원전' 기조에서 후퇴를 택하기도 했다. 윤 후보와의 정책적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1대 총선에서 정치개혁을 무산시켰던 원죄도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의 '정권교체' 프레임에 맞서 '정치교체'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개혁을 무력화 시켰던 전력이 정치교체 프레임의 빛을 바라게 했다. 제3지대에 있던 후보들도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정략적 선택이라고 코웃음쳤다. 민주당의 쇄신 실패가 대선 실패로 귀결된 것이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대장동 의혹'
이 후보는 이러한 당의 '내로남불'을 탈피하고자 자신의 비주류성을 강조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재편을 시도했지만, 모호한 사과와 진정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해 당내 경선에서 당선된 뒤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를 선택해 준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민주당도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 "저와 민주당은 따끔한 회초리를 맞을 준비가 돼있다"며 거듭 자세를 숙였다. 부동산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했지만, 조국사태와 성폭력 문제, 2차 가해 등에 대한 문제에는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여기에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까지 더해졌다. 네거티브 공방이 극에 달하면서 양당 후보와 가족의 의혹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 시작에는 대장동이 있었다. 대장동 의혹은 경기 성남 판교 대장지구 개발사업 이익금 상당액이 '화천대유' 등 특정 민간 업체에 돌아가면서 불거진 특혜 논란이 핵심이다. 여야는 대선 마지막까지 대장동 의혹을 두고 지난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윤석열이 몸통", 윤 후보는 "이재명 게이트"라고 맞불을 놨다.
다만, 사업 실무 담당자가 배임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 후보에 대한 책임론이 커졌다. 결국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국감에 나와 "국민들 보시기에 미흡하지만 저로서는 주어진 조건·환경 속에서 최대한 환수한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의 방해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정면돌파를 택했지만, 대장동 의혹은 대선 기간 내내 이 후보를 따라다녔다.
가족들의 의혹도 나왔다. 경기도지사 시절 배우자 김혜경 씨가 소속 공무원에게 약 대리처방 등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과 큰아들의 도박과 성매매 의혹이 나왔다. 이에 이 후보는 직접 고개를 숙이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사생활에 있어 도덕적인 측면에서 비난 여론과 마주해야 했다. 과거 친형 및 형수와 빚었던 친척 갈등, 살인범 조카에 대한 변론, 여배우와의 스캔들 등도 불거졌다.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는 이 의혹들이 직접 회자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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