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꽃을 시샘하는 바람에는 냉기가 여전하지만, 푸진 햇살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함을 더해 간다. 남녘에서는 이미 봄의 전령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역시 봄꽃 중의 으뜸은 진달래다. “달래꽃 중 최고의 꽃”이라 이름도 진달래다. 배곯기를 밥먹듯이 하던 그 옛날,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꽃이어서 ‘참꽃’으로도 불린다.
‘참꽃’ 외에도 진달래는 이름이 많다. 그중 하나가 두견화(杜鵑花)다. 두견새와 관련한 전설에서 나온 이름이다. 두견새와 얽힌 전설도 여럿인데, 그 가운데 옛날 중국의 천신(天神) 두우(杜宇)의 이야기가 가장 전설답다.
사람을 사랑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두우는 백성들을 모아 촉나라를 세운다. 하지만 두우가 다스리던 촉나라가 위나라에 멸망하고, 도망친 두우는 복위를 꿈꾸지만 끝내 한을 품고 죽고 만다. 죽은 두우는 두견새로 다시 태어나는데, 이 새는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밤낮으로 ‘귀촉(歸蜀) 귀촉(歸蜀)’ 울었다. 이 때문에 두견새를 귀촉도(歸蜀道)라고도 부르며, 그렇게 울면서 토한 피가 떨어져 붉게 물든 꽃이 진달래다. 진달래가 두견화로 불리게 된 이유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중국에서는 ‘歸蜀 歸蜀’ 운다는 두견새의 소리가 우리나라 사람 귀에는 ‘접동 접동’으로 들린다. 그리하여 김소월이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으로 시작하는 시를 지었고, 이후 두견새는 우리 국어사전에 ‘접동새’로도 올랐다.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두견화’와 함께 ‘접동꽃’도 많이 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접동꽃’을 진달래꽃의 방언으로 다루고 있다.
두견화와 인연이 깊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는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 때문에 ‘즈려밟다’를 많이 쓴다. 하지만 바른말은 ‘지르밟다’이다. 이때의 ‘지르-’는 “내리누르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이나 버선 따위를 뒤축이 발꿈치에 눌리어 밟히게 신다”를 뜻하는 말이 ‘지르신다’이고, “아랫니와 윗니를 꽉 눌러 물다”를 뜻하는 말이 ‘지르물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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