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임(壬)이 오방색으로 흑(黑)을 뜻하므로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다. 하지만 이렇게 띠동물과 색을 연관지어 ‘검은 호랑이의 해’처럼 부르는 것은 우리의 전통 풍습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 국민 대다수는 자신의 띠는 알지만, 그에 맞춘 오방색은 거의 모른다.
우리가 띠동물 앞에 색깔을 붙인 것은 최근의 일로, 2007년 ‘황금 돼지의 해’를 그 시작점으로 본다. 당시 2007년은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 돼지의 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결혼업계가 호황을 맞았다. 다산과 복을 상징하는 돼지와 황금이 만났으므로, 이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2007년은 ‘정해년(丁亥年)’으로 ‘붉은 돼지의 해’였다. 정(丁)이 오방색으로는 적(赤)을 뜻한다. 정작 황금 돼지의 해는 기해년(己亥年), 즉 2019년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띠동물에 색을 입히는 것을 두고 ‘기업들의 상술일 뿐’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이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띠동물이 지닌 덕성과 속성을 살펴 새해의 행운을 빌고 덕담을 나누는, 현대에 만들어진 풍습으로 보면 그만이다. 판소리도 우리 문화이고, K팝도 우리 문화인 것처럼 말이다.
그건 그렇고, ‘호랑이’는 누구나 아는 말인 듯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말이다. 호랑이를 왜 호랑이라 부르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호랑이를 뜻하는 순우리말은 ‘범’이다. 지금은 ‘범’이 호랑이만 뜻하지만, 예전에는 표범을 함께 아우르는 말로 쓰였다. 그런 “범”을 뜻하는 ‘호(虎)’와 “이리”를 뜻하는 ‘랑(狼)’이 결합해 “육식 맹수”를 가리키던 말이 점차 ‘범’만을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는 것이 ‘호랑이’의 일반적인 어원설이다.
호랑이는 대충(大蟲)으로도 불린다. 중국 소설 <수호지>에 ‘모대충(母大蟲)’이란 별명을 가진 여자 호걸이 나오는데, 모대충은 ‘암호랑이’라는 뜻이다. 이 외에 호랑이를 뜻하는 말에는 병표(炳彪), 산군(山君), 산중왕(山中王)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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