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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7일 일요일
우리말 산책 국기를 향해 ‘모두’ 일어설 수는 없다
우리말 산책
국기를 향해 ‘모두’ 일어설 수는 없다
엄민용 기자입력 : 2022.02.28 03:00 수정 : 2022.02.28 03:05
3월이면 학교들의 입학식을 비롯해 3·1절, 세계 여성의날, 납세자의날, 3·15의거 기념일, 상공의날, 세계 물의날 등 여러 기념일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런 행사에 참석해 있다 보면 귀에 거슬리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사회자가 하는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라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내가 먹겠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어미 ‘-겠-’은 주체의 의지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우리말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먼저 (우리가) 국민의례를 하겠습니다’로 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국민의례규정 예시안에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던 터라 현장에서는 어색한 표현이 그대로 사용되곤 했다. 그러나 정부가 2017년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하면서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라는 표현을 ‘먼저 국민의례를 하겠습니다’로 바꿨다. 정부는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올리겠습니다’로 고쳤다. ‘및’이 주는 딱딱한 어감을 피하고, 예사말 ‘있다’를 높임말 ‘올리다’로 바꾼 것이다. 또 ‘모두 자리에 일어나 앞에 있는 국기를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에서 ‘모두’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을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도 고쳐 써야 한다. “같은 가락을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노래하다”를 뜻하는 ‘제창’ 뒤에는 ‘-하다’가 붙는 것이 자연스럽다.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보다 ‘애국가를 제창하겠습니다’가 훨씬 우리말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요즘도 행사장에서는 여전히 옛 표현이 널리 쓰인다.
행사장에서 많이 듣는 “○○○님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라는 말도 고쳐 써야 할 표현이다. 행사에는 다양한 사람이 참석한다. 그중에는 소개할 대상보다 지위가 높거나, 지위가 낮더라도 나이가 많은 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자는 소개할 사람과 자신의 관계보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 ‘○○○님을 소개합니다’ 정도로 말해야 한다.
우리말먼저 국민의례를 하겠습니다애국가를 제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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