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해양포유류 보호 국가 이끌 대통령을 원한다
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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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의 어느 양식장에서 발견한 상괭이. 햇빛이 등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 |
ⓒ 조해민 |
나는 2021년 한 해 동안 바다에서 2000시간을 보냈다. 1년간 돌고래 다큐멘터리 팀에서 조연출로 일하며 몇 달간 항구와 섬에서 지냈다. 내가 팀에 합류하게 된 건 대단한 이유가 아니었다. 여느 20대와 같이 취업을 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배우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활동하던 단체에서 캠페인을 하다가 알게 된 돌고래 다큐멘터리 감독님께 '일을 하고 싶다'고 메일을 썼고, "함께 일해보자"는 답변을 받았다. 처음으로 일이란 걸 하게 되어 기뻤다. 조연출이라는 멋진 직업에, 게다가 바다에서 돌고래를 매일 볼 수 있다니! 그저 싱글벙글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목격하게 될지 이때는 알지 못했다.
촬영할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상괭이였다. 상괭이는 해양환경단체에서 1년 반 동안 활동한 내게도 생소한 동물이었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던 3월, 나는 하동의 어느 양식장에서 이 동물을 처음 만났다. 상괭이는 밝은 회색빛을 띤 매끈한 돌고래였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큰돌고래와 다르게 등지느러미가 없고 얼굴이 둥글다. 아침마다 양식장 인부가 상태가 좋지 않은 숭어를 솎아내어 버리면 상괭이 몇 마리가 그 숭어를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 상괭이는 그중에서도 살아 있는 숭어만 먹었다. 입으로 숭어를 한번 툭 건드려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붉은 아침 햇살, 그 햇빛에 반짝이는 상괭이의 등, 푸우우- 시원하게 내뿜는 숨소리... 시야에 담긴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후로도 부산, 가덕도, 군산 등을 다니며 바다를 누비는 상괭이를 만날 수 있었다. 양식장에서 만난 우아한 상괭이들과 다르게 부산에서 만난 상괭이들은 힘차게 점프하고 빠르게 수영했다. 그 다음 촬영지는 충청남도 태안의 서쪽 끝에 있는 신진도라는 섬이었다. 나는 또 어떤 아름다운 장면을 보게 될지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감독님을 따라나섰다. 카메라를 들고 방문한 곳은 한 냉동창고였다. 왜 상괭이를 만나러 바다가 아닌 냉동창고에 가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창고의 문을 열자마자 밝혀졌다.
창고에는 상괭이 백수십 마리의 사체가 쌓여 있었다. 죽은 상괭이들은 먹색으로 변해 있었고 반쯤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작은 생선을 문 채로 죽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된장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창고의 주인은 옷이나 신발이 벽과 바닥에 닿지 않게 주의하라고 말했다. "한 번 묻으면 몇 개월이 지나도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 그날 내 몸에 무언가 묻혀온 게 분명하다. 코를 찌르던 그 냄새가 이 글을 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상괭이 죽음의 원인은 거대한 그물 상괭이는 '안강망'이라고 불리는 고깔모자 같은 자루그물에 잡혀 질식사한다. 먹이를 쫓아 그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그물의 크기는 가로 40m에 깊이가 약 100m에 달한다. 입구의 높이는 수면에서 바닥까지 닿을 정도다. 입구가 거대하기 때문에 상괭이는 처음에 본인이 그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지 인지하지도 못한다. 깊이 들어가고 나서야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죽는 상괭이만 연평균 800~1000마리에 달한다. 문제는 혼획되는 상괭이의 대부분이 미성숙 개체라는 것이다. 어린 개체는 수영 능력이 미숙하고 그물에 관해 충분히 학습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21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ine Animal Research & Conservation, 아래 MARC)와 국립수산과학원은 3월에서 6월까지 태안 일대에서 수거한 상괭이 224구를 실측하였는데, 조사 결과 전체 사체의 97.8%가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상괭이였다.
MARC 장수진 연구원은 이에 대해 "그 연령의 재생산 가능한 개체들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제거한다면 이미 이전 10년에 걸쳐 급격하게 줄어든 상괭이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다시 숫자를 늘리는데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며 "멸종 위기에 가까워진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 해 1835마리 고래를 잡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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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를 위해 마당에 늘어놓은 상괭이 224구 | |
ⓒ EBS <여섯 번째 대멸종>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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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위판장에 놓여있는 상괭이 사체. 위쪽에 아주 어린 개체로 추정되는 사체가 있다. | |
ⓒ 조해민 |
혼획은 단지 상괭이와 안강망의 문제는 아니다. 밍크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와 같이 한국에 서식하는 수많은 고래가 안강망, 정치망, 자망 등에 걸려 죽는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00~2000마리 고래가 혼획되었다(고래 학살로 악명높은 일본 타이지에서 2020/21 시즌에 죽은 돌고래 687마리보다 많다). 학살을 뛰어넘는 규모로 한국에서 고래류가 죽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의 고래류 혼획 수를 크게 웃돈다. 2014년에 국제포경위원회에 보고된 국가별 고래 혼획량에 관한 통계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호주, 브라질, 덴마크, 한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페루, 스페인, 영국, 미국 등 10개 국가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그물에 혼획된 고래가 총 2008마리였는데 그중 1835마리가 한국에서 잡혔다. 전 세계 혼획량의 무려 91.8%를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한 망신도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그물에 질식사한 고래 일부를 고기로 유통한다. 밍크고래의 경우 아직 보호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위탁판매가 가능하다. 혼획되는 밍크고래는 고래고기로 유통된다. 의도적인 포획 흔적이 없는 '우연한' 혼획임이 증명되면 해양경찰이 어민에게 유통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러한 밍크고래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거래된다. 상괭이와 같이 밍크고래도 어린 개체가 주로 그물에 잡힌다.
이종희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혼획된 밍크고래 체장을 조사했더니 평균 5.1m"라고 말했다. 그리고 "체장을 근거로 나이를 추정해봤을 때 주로 2살 전후의 어린 개체가 많았고 1살 미만의 개체도 18% 포함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린 개체가 성체가 되지 못하고 계속 줄어가면 해당 종은 멸종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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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연간 고래 혼획 수 그래프. | |
ⓒ 시셰퍼드코리아 |
밀리미터 싸움에 상괭이 등 터진다
해양수산부와 유관기관이 해양포유류 혼획 문제를 아예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먹이를 따라 그물에 들어온 상괭이가 중도에 빠져나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해양 포유류 탈출 장치(아래 탈출 장치)를 개발해오고 있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3월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장치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해양 포유류 탈출 장치는 그물 중간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으로 상괭이를 유도하는 '길'을 그물 중간에 덧붙이는 방식이다. 거대한 그물 중간에 또 다른 그물로 된 '벽'이 세워지는 형태다. 이 탈출유도망은 목표어종은 지나갈 수 있으나 상괭이는 지나갈 수 없는 크기로 그물코를 만들어 상괭이가 '벽'을 지나지 못하고 탈출구를 따라 안강망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원리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탈출유도망의 최소 그물코의 크기를 370mm(상괭이의 머리둘레)로 제한했으나, 어민들은 상괭이 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이해하나 광어와 홍어 같은 대형 어류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유로 탈출유도망 그물코를 400mm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탈출유도망의 크기가 상괭이의 머리둘레보다 크면 상괭이도 '벽'을 지날 수 있어 유도 장치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또한 상괭이 탈출망 유도장치로 인한 실제 어획 손실률은 5% 미만에 불과하나 해양수산부는 '어민들이 반대해서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기껏 개발한 해양포유류 탈출장치 부착 안강망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장치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탈출 장치 설치는 권고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물에 탈출 장치를 달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해당 고시 제1조에 따르면 "이 고시는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장치의 설치가 필요한 어업에 대하여 혼획 저감장치의 구성, 어구의 그물코 규격 및 사용 시기 등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즉 해당 고시는 탈출 장치의 규격이나 사용 시기를 정하는 목적으로 제정됐을 뿐, 탈출 장치 설치를 강제하지도 유도하지도 않는다.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개정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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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안강망. 그러나 실제로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
ⓒ MBC <상괭이가사라진다 > 캡쳐 |
비슷한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고래 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이하 고래 고시)'를 개정했는데 좌초∙표류한 고래와 불법포획의 정황이 있는 고래의 판매만을 금지할 뿐, 혼획으로 폐사한 고래는 여전히 유통할 수 있게 했다. 좌초∙표류한 고래는 전체 고래 사체 중 19%에 불과하고 혼획되는 밍크고래의 대부분은 정치망이나 자망, 안강망에 잡혀 올라와 작살 흔적이 남지 않기에 의도적인 혼획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고래가 질식할 때까지 의도적으로 그물 내에 방치하는 방식의 불법포획이 '우연한' 혼획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현행법으로는 '고래 자원을 보존'할 수 없다. 정말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혼획에 의해 폐사한 고래의 유통을 막고 밍크고래 등을 해양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처럼 '고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되었다고 주장하는' 두 정책은 상괭이와 밍크고래를 포함한 수많은 해양포유류의 죽음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공백은 고래 혼획을 막으려는 두 정책이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정부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니라,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2017년 개정된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라 해양포유류의 우발적 사망이나 부상을 야기하는 어업으로 생산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다)에 의한 수산물 수출 규제를 면하기 위해서 등 떠밀려 만든 자구책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 고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해양환경을 지킬 정부는 없는 걸까?
불법 어업 확실히 단속하라
상괭이 탈출망은 혼획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370mm가 어린 상괭이의 머리둘레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해당 탈출 망을 달았을 때 더 작은 상괭이가 혼획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 상괭이 탈출구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어획물 역시 5%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아서 그물코의 규격을 370mm로 정한 것도 과학적으로 합당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이 대안의 실행을 이익집단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어민이 반대해서 정책을 이행할 수 없다'라는 변명으로 상괭이 보호 정책을 차일피일 미뤄서는 안 된다. 상괭이가 어민에게 상업적 가치가 없는 데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상괭이 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실제로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포유류를 보호하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하게 상괭이 혼획률을 줄이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불법 어업을 강하게 단속하는 것이다. 현재 안강망 어업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그물 수보다 2~3배, 많게는 5배 되는 그물을 투망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현행법상 규정 그물 수가 근해안강망은 20틀, 연안개량안강망은 5틀로 제한되어 있는데 각각 100틀, 25틀 가까이 그물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근해안강망이 205척, 연안 안강망이 400척 정도 되는데 규정을 준수하더라도 전국 바다에 6000개의 거대한 안강망이 뿌려지는 셈이다. 이러한 어업 방식은 상괭이를 무자비하게 혼획할 뿐만 아니라 파괴적으로 바다를 텅 비게 만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어업관리단, 해양경찰과 협력하여 규정 틀 수를 위반하는 불법 어업을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법을 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래류의 의도적인 혼획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예 유통이 불가한 해양보호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중요하나 이것만으로는 고래류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 상괭이의 경우 2016년에 보호 생물로 정해졌지만, 혼획 저감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후로도 4년간 연평균 1400마리씩 혼획되었다. 게다가 '돈벌이'도 안 되는데 해양경찰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 탓에 어민들이 죽은 상괭이를 해상에 버리는 일이 빈번해져 결과적으로 상괭이가 얼마나 혼획되는지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역시 2012년에 보호 생물로 지정됐지만, 현재 관광 선박과 모터보트의 굉음과 위협에 둘러싸여 있다. 보호종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로 안심과 무관심 속에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해양포유류를 비롯한 해양생물 자체가 바다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 보전 노력에 함께 노력을 기울일 때만 유의미한 해양환경 보전 정책이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5월 고래 고시를 개정하며 2022년에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3종 보호종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 수립되는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 약속을 이행하고 실제로 해양생물다양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약속대로 조업 금지구역 포함한 해양보호구역 30% 이상 지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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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에서 찍힌 조해민 활동가의 모습. 상괭이 프로젝트에 다큐멘터리 팀 조연출로 참여해 상괭이를 촬영했다. | |
ⓒ 조해민 |
보호종이 보호종답게 고래가 고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바다, 어업 활동이 일절 일어나지 않으며 해양 관광도 제한되는 곳, 생물 다양성이 점점 늘어나고 전체 생물량은 주변보다 2.5배 더 많은 바다, 그리하여 주변 바다의 어획량도 2배 이상 증가하게 만드는 바다. 비현실적인 낙원처럼 보이는 이 바다가 가능한 방법이 있다. 바로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 Area)이다.
해양보호구역은 바다의 그린벨트 역할을 하는 장치로, 세계 해양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의 최소 30~5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해양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양환경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었고, 전 세계 40여 개국이 2030년까지 이러한 바다를 전 세계에 30% 확보하자는 목표를 지정해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지난 2021년 한국 정부도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1월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2.46%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조업불가구역은 0%라 실제로 선순환을 일으키는 해양보호구역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상괭이 탈출 장치도 도입하기 어려워하는 정부가 2030년까지 영해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직접 목표수치를 선언한 만큼 구체적인 계획과 진행과정이 따라와야 하나 이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말뿐인 정책으로는 그 어떤 결과도 거둘 수 없다.
20대 정부는 확고한 생태적 리더십을 발휘해 바다가 모든 국민의 공공재이자 수많은 해양동물의 터전임을 인식하고 이를 보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바다를 어민의 소유물로만 인식하고 설득과 협상에 급급했던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 뿌리 깊이 퍼져 있는 불법 어업을 근절하고 해양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래류를 보호하며 마침내 진정한 해양환경 선진 정책을 이뤄내는 정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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