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디데이, 관점 차이 두드러진 보도들…김건희 녹취록 보도가 남긴 질문들 이어져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TV토론 방송을 금지했다. 지상파 3사(KBS·MBC·SBS)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포함한 4자 토론을 31일이나 내달 3일 개최하자고 4당에 제안했다. 3사는 각 당에 27일까지 출연 여부와 대체 날짜를 알려달라며 28일 ‘룰 미팅’을 제안했다.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은 31일이 좋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향후 협의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양자토론을 금지한 법원 결정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서울서부지법,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서울남부지법에 각각 지상파3사에 대한 TV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결과다. 법원은 모두 양자토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봤다.
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후보자가 전국적으로 국민의 관심 대상인지 여부, 유력한 주요 정당의 추천을 받았는지, 토론 개최 시점 및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연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태업)는 “대선 후보자 간 첫 방송토론회이고 설 연휴 저녁 시간에 지상파 3사를 통해 방송돼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점”을 고려해야 하고 “참여하지 못한 후보자는 군소후보 이미지가 굳어지고,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로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與 “31일 다자토론을”…野도 전략수정 고민)는 “(민주당은) 물밑에선 일 대 삼 구도로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 이 후보에게 쏟아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양자 토론에서의 선전을 토대로 설 연휴 ‘밥상 여론’을 주도하며 상승세를 굳히려던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상당수 신문들은 사설에서 이번 법원 결정을 환영하며 신속한 토론을 주문했다. 경향신문 사설(‘다자’로 길 잡힌 TV토론, 국민 알권리 빨리 충족시켜야)은 “2007년에도 정동영·이명박·이회창의 3자 TV토론을 못하게 한 법원이 다시 한번 방송사는 ‘법적 자격 있는 후보가 모두 참석한’ 다자토론을 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시민의 상식과 알권리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공정성만 담보되면 4자 토론과 1 대 1 토론이 더 많아져도 좋다”고 했다.
한겨레 사설(‘4자 참여’ 첫 TV토론, 후보 자질·정책 검증의 장 돼야)의 경우 “양자 토론회는 법정 토론회가 아니어서 주관 방송사가 토론 대상을 정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그러나 공공재인 지상파를 쓰는 방송사라는 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첫 토론회라는 점, 선거 민심의 최대 각축장이 될 설 연휴에 열린다는 점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게다가 첫 TV 토론회가 양자 토론회로 진행되면 국민들에게 이번 대선 구도를 이재명-윤석열 양자 대결로 인식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법원 가처분 정국’ 자초한 무능한 정치권)은 “정치권은 이번에 무슨 일만 있으면 사법부로 달려가는 양상을 또 노출했다”고 꼬집었다. “자율로 정해도 되는 TV토론 방식마저 판사가 가르마를 타주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족 의혹 공방, 국민의힘이 윤 후보 배우자 녹취록 보도를 금지해 달라며 MBC 및 온라인 매체들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등을 언급한 뒤 “정치권은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후진적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디데이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시행된다.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 사건 등 수많은 산재 사망사고 등을 계기로 시행된 법이다. 이날 일부 신문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의미와 한계 등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는 동안에도 올 1월에만 약 40명, 매일 1.6명꼴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의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른 분석이다. 관련 기사(1년 시간 줬지만…새해에도 산재사망 38명, 매일 1.6명 귀가 못해)에 따르면 건설업·제조업에선 지난해 대비 사망자가 소폭 늘었고, 법 적용 대상인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산재 사망자도 올해 더 많았다고 전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사업장 쪼개기’ 등 편법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신문 기사(“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예외는 위헌”)는 “2020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중 81%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는 35.4%에 달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2년간 적용이 유예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기업 부담이 과중해질 수 있다는 시각으로 이를 다뤘다. 동아일보 기사(중대재해법 오늘 시행인데… “처벌 대상-기준 모호” 현장 혼란)는 “기업들은 근로자 안전이 중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세부 가이드라인은 부족하고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방법으로 사고가 실질적으로 줄어들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면적·작업장 범위, 처벌 대상·기준 등이 모호하고, 중견·중소기업의 실질적 대응책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사(근로자의 반복되는 실수로 사고나도… CEO가 처벌받는다)는 “근로자의 반복되는 실수나 근로자가 안전 수칙 준수를 게을리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경영책임자인 대표가 산업재해로 숨질 경우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이 수사를 종결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했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이 신문에 “경영책임자에 대한 수사·재판이 길어지면 경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한겨레 기사(‘이 현장 위험해요’ 말해도, ‘일이나 해’ 관행은 그대로)의 경우 “현장 노동자들은 시설·예산 집행의 권한이 제한적인 현장 안전관리자에게 구두로 의견을 말하면 대부분 별다른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위험성평가와 작업중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등 중처법이 정한 노동자 참여 제도를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손익찬 일과사람 변호사)고 제안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중대재해법 시행…‘산재공화국’ 오명 벗을 전기로)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함축하듯 산업재해는 다단계 구조 말단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책임은 하급 관리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귀결돼 왔다”며 “기업들은 처벌을 걱정하기보다는 중대재해 발생을 막기위한 예산ㆍ제도 확보, 작업장 문화 개선에 힘을 기울이길 바란다.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 방식을 과학화하고 인력 전문성을 강화해 법 시행 후 나타날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김건희 녹취록’과 저널리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기자 간 녹취록 보도를 계기로 언론의 보도 관행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 칼럼(김건희 녹취록 보도, 누가 판단해야 하나?)을 통해 이번 보도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했다. “법원 판단은 존중하되, 보도 판단 기준은 언론 스스로 정해야 한다. 법원은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고, 언론은 ‘보도의 공적 가치’를 판단한다. 언론은 사실과 상식을 나침반 삼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걸크러시’ 등 인터넷 밈을 레거시 미디어들이 긁어 보도하는 걸 보는 건 부끄럽고 아프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유튜브 중계소’ 된 MBC’라는 제목의 시론(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을 게재했다. 김은미 교수는 “클릭이 곧 이윤인 이 세계에는 자율규제도 취재윤리도 없다”며 “문제는 주류 언론사가 이들의 중계소 역할에 나서는 것이 문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콘텐트가 저널리즘 취재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고 낮춰 본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열심히 모니터하고 퍼 나르며 부정확하고 일방적인 내용을 증폭시킨다. 주류 언론의 이중적 행태”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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