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8년 1월 한국에서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에, 여러 건의 정보공개 관련 소송을 진행했었다. 그 과정에서 별의별 일들을 다 겪었다.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을 때에는, 국세청 캐비넷에 있던 서류들을 직접 가서 열람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했고,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도 소송을 해 봤다.
여러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해 봤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압권이었던 기관은 검찰이었다.
2000년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때에는, 1심에서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자 검찰이 자료를 파기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행태였다. 그리고 이런 검찰의 행태는 최근 필자가 원고가 되어 진행한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서도 일어났다.
처음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 검찰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했다. 다만, 특수활동비 총액은 공개했다.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규모는 2017년 160억 원, 2018년 127억 원, 2019년 10월까지 83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총액 이외의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9년 11월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검찰은 소송과정에서 주장을 바꿨다.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나 지출증빙서류가 검찰 내부에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자료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검찰이 그렇게 주장하니 소송을 진행하기가 상당히 곤란해졌다. 정보공개소송에서 피고인 행정관청이 ‘정보가 없다’고 주장하면, 정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원고인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관청 외부에 있는 국민이 ‘정보가 행정관청 내부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검찰이 주장을 바꾼 것을 보면서, ‘정보의 존재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노린 꼼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어쨌든 검찰은 정보가 없다는 주장을 호기롭게 하면서, 재판부에 ‘자료는 법무부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수활동비에 관해서 법무부를 감사한 감사원에도 자료가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막상 법무부가 보낸 답변은 검찰의 주장과 달랐다. 법무부는 검찰에 특수활동비를 보낸(재배정한) 내역만 갖고 있을 뿐, 세부적인 집행자료는 실제로 돈을 쓰는 기관(대검찰청과 각급 검찰청)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감사원이 보낸 답변을 보면, 더욱 어이가 없었다. 감사원 역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검찰이 무슨 근거로 ‘감사원이 자료를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가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과정에서 공판담당 검사는 ‘사실은 검찰 특수활동비는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총장과 소수의 담당자만이 아는 보안사항’이라면서, 본인도 자료를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그래서 필자는 ‘본 적이 없으면 그렇다고 할 것이지, 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느냐’고 강하게 따졌다.
사실 공판담당검사의 잘못이 아니었다.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검찰총장 등 검찰 지도부의 문제인 것이다.
2022년 1월 11일 내려진 1심 법원의 판결문에서도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없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볼 때, ‘검찰이 특수활동비에 관한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총액을 공개했다면, 당연히 검찰 내부에 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피고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관한 자료를 어떠한 형태로든 작성‧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위와 같은 정보(총액)를 취합하여 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 항소를 한다고 해도, 이런 재판부의 판단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할 가능성이다. 필자가 소송을 제기할 당시의 검찰총장인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이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한다면, 윤석열 전 총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에 관한 정보공개는 대선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이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마치 검찰이 윤석열 후보를 배려해서 항소하는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의 장을 맡았던 사람이 국민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나 대선후보의 검증 차원에서나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검찰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부디 검찰이 항소함으로써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키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로 검찰이 항소할 수 있는 시한은 1월 26일이다(이 글을 쓰는 23일 오전까지는 항소장이 제출되지 않았다).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을 때에는, 국세청 캐비넷에 있던 서류들을 직접 가서 열람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도 했고, 청와대와 국회를 상대로도 소송을 해 봤다.
여러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해 봤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압권이었던 기관은 검찰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검찰의 정보은폐 행태
2000년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던 때에는, 1심에서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자 검찰이 자료를 파기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행태였다. 그리고 이런 검찰의 행태는 최근 필자가 원고가 되어 진행한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서도 일어났다.
처음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 검찰은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했다. 다만, 특수활동비 총액은 공개했다.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검찰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규모는 2017년 160억 원, 2018년 127억 원, 2019년 10월까지 83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총액 이외의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9년 11월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검찰은 소송과정에서 주장을 바꿨다.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이나 지출증빙서류가 검찰 내부에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자료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검찰이 그렇게 주장하니 소송을 진행하기가 상당히 곤란해졌다. 정보공개소송에서 피고인 행정관청이 ‘정보가 없다’고 주장하면, 정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원고인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정관청 외부에 있는 국민이 ‘정보가 행정관청 내부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검찰이 주장을 바꾼 것을 보면서, ‘정보의 존재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노린 꼼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법무부와 감사원도 검찰의 말을 부정
어쨌든 검찰은 정보가 없다는 주장을 호기롭게 하면서, 재판부에 ‘자료는 법무부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특수활동비에 관해서 법무부를 감사한 감사원에도 자료가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막상 법무부가 보낸 답변은 검찰의 주장과 달랐다. 법무부는 검찰에 특수활동비를 보낸(재배정한) 내역만 갖고 있을 뿐, 세부적인 집행자료는 실제로 돈을 쓰는 기관(대검찰청과 각급 검찰청)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감사원이 보낸 답변을 보면, 더욱 어이가 없었다. 감사원 역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검찰이 무슨 근거로 ‘감사원이 자료를 갖고 있다’라고 주장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공판담당 검사의 실토
이처럼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가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과정에서 공판담당 검사는 ‘사실은 검찰 특수활동비는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총장과 소수의 담당자만이 아는 보안사항’이라면서, 본인도 자료를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그래서 필자는 ‘본 적이 없으면 그렇다고 할 것이지, 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느냐’고 강하게 따졌다.
사실 공판담당검사의 잘못이 아니었다. 국민 세금을 쓰면서도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검찰총장 등 검찰 지도부의 문제인 것이다.
2022년 1월 11일 내려진 1심 법원의 판결문에서도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가 없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볼 때, ‘검찰이 특수활동비에 관한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를 보유‧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총액을 공개했다면, 당연히 검찰 내부에 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피고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관한 자료를 어떠한 형태로든 작성‧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위와 같은 정보(총액)를 취합하여 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 항소를 한다고 해도, 이런 재판부의 판단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를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할 가능성이다. 필자가 소송을 제기할 당시의 검찰총장인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이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한다면, 윤석열 전 총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에 관한 정보공개는 대선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이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마치 검찰이 윤석열 후보를 배려해서 항소하는 것처럼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의 장을 맡았던 사람이 국민 세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나 대선후보의 검증 차원에서나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사항이다. 더구나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검찰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부디 검찰이 항소함으로써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욱 키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로 검찰이 항소할 수 있는 시한은 1월 26일이다(이 글을 쓰는 23일 오전까지는 항소장이 제출되지 않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