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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슬기 기자
- 입력 2022.01.1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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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김건희 언행 방치하면 문제 일으킬 수 있어” 경고
‘진보정치 대의’ 이뤄내길, 심상정 활동 재개 주목한 한겨레
세계일보가 지난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부와 친분있는 무속인이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 ‘고문’으로 일한다고 보도한 가운데 18일에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황당한 얘기”라고 부인했고, 국민의힘은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고 (인사 등에) 개입할 여지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윤 후보와 스스럼없는 관계로 보이는 해당 무속인 전아무개씨가 선대본 사무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서울의소리 기자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 일부가 공개된 이후 한겨레, 오마이뉴스, 서울의소리 등에서 일부 녹취를 추가로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에서 “돈 안 줘 미투 터졌다”는 김씨 발언에 대해 “공인임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김씨의 언행을 방치하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중단했던 선거운동 일정을 17일 재개한 가운데 한겨레가 비중있게 이 소식을 다뤘다. 이번 대선에서 거대양당 중심의 네거티브 등으로 ‘노동’, ‘여성’, ‘기후위기’ 이슈가 실종된 가운데 심 후보가 이러한 주요 의제들을 진보정치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무속인 개입’ 해명 바뀌는 국민의힘
앞서 세계일보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씨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권 도전을 결심하도록 도왔고 전씨 자신은 ‘국사’(왕 자문 역할을 하는 고승)가 될 사람이라고 소개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전씨는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서 인재영입에 관여하며 윤 후보의 메시지와 일정, 인사에 관여하며 선대본부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씨는 서울 역삼동에서 법당을 차리고 신점, 누름굿(신내림을 막는 굿) 등 무속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대한불교 조계종과 무관한 ‘일광조계종’ 총무원장 등 직함으로 대외활동을 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 소개로 전씨를 알게 됐다고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18일 취재과정에서 국민의힘 선대본부의 해명이 달라진 점을 지적했다. 세계일보 질의에 대해 선대본부는 당초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가 “캠프에 몇 번 드나든 적이 있다”거나 “윤 후보가 한두 차례 만났다고 한다” 등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이 신문은 윤 후보가 새해 첫날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대본을 방문했을 때 무속인 전씨와 스스럼없는 관계인 것으로 보이는 장면을 확인했다. 또한 전씨뿐 아니라 그의 가족이 홍보, 수행 등 후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 1일 전씨는 본부 내 팀들을 차례로 호명하며 윤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게 했다. “유세팀들 빠지고 다문화 팀들, 빨리, 동작을 빨리 해야 돼”, “직원들 다 이리로 와, 전부 다. 김형준 본부장 옆으로~”라며 직원들은 물론 네트워크본부 김형준 수석부본부장(전 청와대 춘추관장)에게도 거리낌 없이 대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세계일보가 찾은 영상을 보면 전씨는 윤 후보의 몸에 자연스럽게 손을 대기도 했다.
이에 선대본부는 “많은 분들이 신년 하례 차원에서 후보의 선대위 순회 인사를 맞았을 뿐”이라며 “전씨는 임명장을 받거나 공식 직책이 있는 사람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세계일보는 윤 후보 선대본부에 전씨 가족이 관여한 사실도 보도했다. 처남인 김아무개씨가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 꾸린 ‘현장지원팀’ 소속으로 윤 후보를 밀착 수행했는데 윤 후보가 정치활동을 선언한 지난해 6월29일 촬영한 영상이나 지난해 7월6일 윤 후보가 대전 현충원과 카이스트를 방문할 당시 영상에 김씨가 윤 후보를 수행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한 전씨의 딸도 국민의힘 당내 경선때부터 이달 초까지 윤 후보 관련 SNS, 사진촬영 등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을 포함해 정치권 경력이 전무한 전씨 측 인사들이 선대본부와 외곽조직에서 활동 중이라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선대본부는 전씨에 대해 “무속인이 아니고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고 해명했고 윤 후보는 기자들 질문에 “당 관계자한테 그분을 소개받았는데 스님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난 무속인을 만난 적 없고, 세계일보에 언급된 분(전씨)은 우리 당 관계자 분께서 ‘이분이 많이 응원하신다’고 해서 인사한 적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계일보 취재 결과, 전씨는 무속활동을 했으며 법당에서는 ‘마고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선대본부가 언급한 대한불교종정협의회에 대해 대한불교 조계종 측은 “전혀 관련 없다”고 했고 전씨에 대해서도 “우리 출신 스님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박근혜 정부를 나락으로 밀어넣었던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은 그가 국민 앞에 공개되지 않은 ‘비선 실세’라는 데서 시작했다”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장막 뒤에 숨어 사사로이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결코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속인과 김씨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거 운동 전반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손사래만 치지 말고 지금 의혹을 깨끗하게 털고 가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선 ‘후보 아내 리스크’ 지적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미투가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깐 터지는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용기를 내 고발한 미투를 모욕한 발언”이라며 “공인 자격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노정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성폭력으로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불쌍하다”며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김씨 자신뿐 아니라 윤 후보도 같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말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서울의소리에서 직접 공개한 미방영 녹취 추가본에는 안 전 지사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까지 들어있다고 하는데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했다.
MBC 서면답변을 통해 김씨는 “일부 여권 진보인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은 “이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직접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김씨는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캠프로 와서) 잘하면 1억원도 줄 수 있다”며 ‘정보업’을 제안하거나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주문하고, 비판 언론을 상대로 ‘내가 정권 잡으면 해당 언론사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수사기관이 알아서 수사한다’ 등의 발언도 논란이다.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 “후보 아내 리스크”에선 김씨의 언행이 향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칼럼에선 “김씨가 윤 후보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공개된 곳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일부에선 그런 김씨에게 ‘화끈하다’는 식의 호평을 하는데 사사로운 부부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유력 대선 후보 중 한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김씨의 녹취록이 일부 공개되면서 예상과는 달리 효과가 크지 않자 국민의힘은 안도한다고 한다”며 “하지만 김씨의 언행을 이렇게 방치하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심상정 초심으로 돌아가야
심상정 후보가 닷새 만에 일정을 재개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지하철을 타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심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또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정치면과 사설에서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들 곁에서 함께 우는 것을 넘어 더 큰 힘으로 우리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며 “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고 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여당과 협조하며 이른바 조국사태 당시 여당 편을 든 일을 언급한 것이다.
한겨레는 심 후보의 여러 발언을 전한 뒤 “조 전 장관 사태 때 신뢰를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양당 정치를 흉내내지 말고 국민이 의지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최창렬 용인대 교수 의견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겨레는 사설 “심상정, 초심으로 돌아가 ‘진보정치의 대의’ 이뤄내라”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서 정치인 심상정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은 물론, 20년 넘게 이어온 한국 진보정당의 운명마저 갈릴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의 표현일 것”이라며 “심상정은 단순히 양당 구도의 틈새를 노리는 ‘제3후보’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심 후보의 진단대로 이번 대선은 ‘노동’ ‘여성’ ‘기후위기’ 이슈가 실종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중대한 의제들을 차별화된 캠페인을 통해 공론화하는 일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과 정의당에 주어진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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