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철도연구원장

[금강일보] 이제 일주일 정도만 있으면 진정한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게 된다. 올해가 시작한 지는 벌써 달포가 돼가지만 그건 서양력(西洋曆)에 의한 것이고 우리 고유의 전통은 설날이 새해인 것이다. 1884년 개화사상으로 무장된 김옥균, 서재필 등 급진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 이후 김홍집 내각이 집권하면서 서양력을 들여와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사용하던 태양력과 태음력을 폐지하고 서양력을 새롭게 쓰도록 선포했다.

그러나 우리 백성들은 이런 서양력을 따르지 않았고 곧이어 일제가 침략해 서양력에 따라 1월 1일을 신정(新正)이라 지칭하고 우리의 설날을 구정(舊正)이라 칭하면서 오랫동안 우리는 일본이 만든 이 말을 아무런 생각 없이 잘못 사용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게 됐지만 아직도 방송에서 ‘구정’ 운운하는 경우를 가끔 볼 때가 있는데 이제 신정이니 구정이니 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하겠다. 더구나 양력(陽曆)과 서양력(西洋曆)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양’의 한자가 다른데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신년에 가장 흔하게 쓰는 ‘근하신년’이라는 말도 사실은 일본에서 들어 온 단어로, 결코 즐거운 마음으로 써야 될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근하신년’이라는 단어가 국립국어원 사전에도 버젓이 올라가 있지만 그 어원이 일본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수천 년간 지켜 온 오랜 전통을 잊지 않고 설날을 명절로 인식하고 저마다 설날이면 고향을 찾아 차례를 지내고 조상님께 성묘를 한다. 하지만 설날이 과연 음력 기준이냐 아니면 양력 기준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도 춘정월(春正月), 하사월(夏四月), 추칠월(秋七月) 그리고 동시월(冬十月)이라고 명확히 기록되어 있음을 볼 때 우리 고유의 태양력이 존재했고 그 태양력을 기준으로 새해 첫날을 ‘새해가 처음 서는 날’의 의미로 ‘설날(立日)’이라고 했다면 입춘(立春)을 설날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속에서는 입춘을 새해 첫날로 치는 것도 하나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 논쟁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쓰던 태양력이 발견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였으나 몇 년 전 베이징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작성한 태양력이 발견됐는데 사학계에서는 조선의 것이 아니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교롭게도 음력 1월 1일과 입춘이 하루나 이틀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더욱 이를 가름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각설하고 새해에 가장 많이 하는 인사가 ‘새해 덕담’일 것이다. 덕담은 새해를 맞아 서로 복을 빌어주고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데 요새는 ‘건강하시라’는 말도 꽤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새해 덕담에도 전통적인 법칙이 있다고 한다. 첫째 법칙은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든지 ‘소원성취 하소서’와 같이 미래형이 아니라 ‘올해 새로 집 장만했다면서’라든지 ‘올해 취업했다며’라는 형태로 과거형 표현을 써서 상대방의 소원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말을 해줬다고 한다. 두 번째는 상대방에 대하여 과거의 실수나 허물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조상들로부터 내려오는 용서와 포용의 미덕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 속담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라는 말을 굳이 곁들이지 않더라도 덕담은 새해를 시작하며 좋은 말로 격려해 줌으로써 용기를 북돋아주고 친근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친족과 이웃 간에 결속을 다지는 윤활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새해 첫 칼럼을 마무리하며 필자도 대전시민들께 새해 덕담을 드리고자 한다. 임인년 응변창신(應變創新-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하고 새롭게 창조한다)의 마음을 담아 과거형으로 말이다. ”드디어 코로나19가 물러갔다니 정말 축하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새해 최고의 덕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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