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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3일 일요일

윤석열 주변에 미신과 점술이 난무하는 이유를 추정해보자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윤석열 주변에 미신과 점술이 난무하는 이유를 추정해보자

  •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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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2-01-24 08:30:49
  •  50년 넘게 살면서 점 비슷한 걸 본 경험이 내 인생에서 딱 한 번 있었다. 1989년 대학 시험에 낙방한 이후 재수 학원을 다닐 때였는데 그 해의 운세가 너무나 궁금해(올해는 합격할 수 있을까?) 학원 근처에 있는 점집을 찾았다.

    불안한 마음에 금년 운을 물었더니 그 점쟁이 하는 말, “아주 좋아. 올해에는 득남(得男)할 운세야”라는 거다. 이 돌팔이가 지금 뭐라는 거냐? 당시 나는 19세 미성년자였고 연애를 해본 적조차 없던 모태 솔로였다! 이 헛소리를 들은 이후 나는 결단코 점이나 그와 유사한 것을 보지 않았다.

    일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 주위에서 점성술과 미신이 난무한다. 후보는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후보 반려자는 “내가 무당보다 점을 더 잘 본다”고 자랑질이다. 천공스님, 건진법사, 무정스님 등 부처님의 가르침과 1도 상관없어 보이는 무당 부류들이 후보 주위에 끊임없이 얼씬거린다.

    이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인가? 웃기지 마라. 2002년 통계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가이메달(Guy Medal) 수상자 데이비드 핸드(David Hand)는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핸드가 제시한 여러 법칙 중 ‘아주 큰 수의 법칙’이란 게 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사실 그 일이 아주 많이 반복됐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는 뜻이다.

    무슨 말일까? 천공스님, 건진법사, 무정스님이 들통이 난 이 사태가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진실은, 이 셋 이외에도 훨~씬 많은 무당들이 윤 후보의 주위에 얼쩡거렸을 확률이 더 높다. 무당들이 워낙 많이 얼쩡거렸기 때문에 그들 중 고작(!)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게 통계학적으로 올바른 해석이다.

    통제력이 없는 사람의 특징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추정을 해봐야 한다. 2008년 <사이언스>에 ‘자기 통제력이 약한 사람이 미신을 더 잘 믿는다(Lacking control increases illusory pattern perception)’라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제니퍼 윗슨(Jennifer R. Whitson) 교수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애덤 갈린스키(Adam Daniel Galinsky) 교수의 공동 연구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대기업 마케팅 부서의 직원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당신에게는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 발로 왼쪽 발을 세 번 밟고 들어가는 습관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당신이 너무 급하게 회의에 들어가는 바람에 이 습관을 실시하지 못했죠. 그리고 그날 회의에서 당신이 낸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않았어요. 당신이 평소와 달리 발을 세 번 밟지 못하고 들어간 것과, 당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사건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까요?”

    발을 세 번 밟지 못한 것과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사건이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는 그냥 그 아이디어가 개떡 같아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하기 전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 중 절반의 자기 통제력을 고갈시켰다. 예를 들자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다보면 절대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풀게 하는 식이다. 이 과정을 거친 이들(문제 풀이에 계속 실패한 이들)은 ‘세상은 절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라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라는 부정적 생각을 갖게 된다. 세상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통제력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앞의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했을까? 통제력을 가진 사람들은 발을 밟지 못한 것과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은 일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답을 했다.

    반면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은 이 둘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믿었다. 특히 이들은 ‘발을 구르지 않으면 더 나쁜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라며 더 많이 불안해했고, 발을 구르는 것뿐 아니라 특정 양말을 신는 등의 행동에도 어떤 음모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착각했다.

    무당은 이럴 때 그들을 유혹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일의 원인과 결과를 깔끔하게 설명하고 싶어 하는 존재다. 이게 바로 자신과 주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갖는다는 말의 의미다.

    예를 들어 실력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이 하버드 대학교 교수 임용 과정에 원서를 냈다고 치자. 이런 사람이 이런 꿈을 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자기의 꿈에 대한 깔끔한 설명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런 게 있을 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쯤, 누군가가 와서 이렇게 속삭인다.

    “당신이 하버드 교수가 되는 건 신의 뜻이야. 내가 어제 꿈에서 신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고!”

    바로 여기서 통제력이 약한 사람들이 “그래, 바로 이거야!”라며 무릎을 친다. 갈린스키 교수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헛것을 더 잘 믿는다”라고 설파한 이유다.

    이 연구를 윤 후보 부부에게 적용해 보자. 왜 윤 후보 주위에 무당이 끝없이 출몰하며, 특히 그의 반려자는 왜 그렇게 점에 집착할까? 나의 추정은, 이 둘 모두 자신들의 성공에 대해 절대 깔끔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윤 후보가 사법고시에 패스한 이유는 깔끔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이런 성공에는 미신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

    그가 뭘 했다고 대통령 후보인가?


    반면 그가 지금 유력 대통령 후보가 된 이유를 생각해보라. 이건 깔끔은커녕 지저분하게도 설명이 안 된다. 도대체 그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유력 대통령 후보인가? 자기가 생각해도 황당하지 않겠나? 이때 무당이나 점쟁이가 끼어들어 “점을 쳐보니 당신이야말로 왕이 될 상입니다” 뭐 이런 말을 한다. 여기서 꼴딱 넘어가는 거다.

    그의 반려자 김건희 씨도 마찬가지다. 그가 자랑하는 수많은 화려한 이력들, 그가 그 이력에 걸맞은 실력을 갖고 있나? 그에 걸맞은 노력은 했고?

    박사 학위 소유자라는데 논문 내용이 ‘관상으로 궁합을 알아보기’란다. 장난하냐? 그의 논문에는 ‘회원 유지’가 영어로 ‘member Yuji’로 적혀 있단다. 학사밖에 안 되는 나도 글을 그따위로는 안 쓴다.

    MBC 뉴스데스크 ⓒ영상 캡쳐

    이 정도 되면 본인도 본인의 성공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는 거다. 이때 무당이 속삭인다. “당신은 국모(國母)가 될 운명입니다. 내가 점을 쳐보니 점괘가 그래요”라고 말이다.

    행동경제학에는 통제력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는 용어가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헛된 심리를 뜻한다.

    내가 보기에 이 부부는 지금 능력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출세했다. 그런데 이 기쁜 일이 자기들에게 일어난 이유를 설명을 못한다. 주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미신의 유혹은 피할 수 없다.

    신(神)의 시대가 저물고 이성의 시대가 열린지 무려 200여 년이다. 그런데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내가 점을 더 잘 치네, 쟤가 점을 더 잘 치네, 이런 걸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 나는 이 상황이 실로 슬프다.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되려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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