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하고 나섰고, 이에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와 더불어 11월 중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대입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
▲ 2018년 11월 13일 오후 항공편을 통해 제주도교육청에 도착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지를 교육청 직원들이 보관장소로 옮기고 있다. | |
ⓒ 연합뉴스 |
어떤 대입 전형을 선택해도 특정 계층과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가장 불공정한 전형이 무엇이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공정한 전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불공정한 면을 보완하고 발전을 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제출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큰 영향을 미치는 전형은 첫째가 '논술'이고, 둘째가 '수능'이다. 다음이 '학생부종합전형'이고, 개중에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학생부교과전형'이다.
올해 전체 대학입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하는 비율은 42%에 이른다. 그러나 서울권 주요 15개 대학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하는 규모는 불과 6%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경우는 3%에 불과하다.
그만큼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심각할 정도로 축소되어 있다.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을 현재보다 대폭 늘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의 교육 격차가 미래의 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늘려야 한다. 아울러 기초생활수급 가정과 차상위계층 가정 등 소외계층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기회균형선발의 비중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의 지위가 영향 미치는 순위, 논술 〉 수능 〉 학생부종합 〉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학종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수능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로의 퇴행이자 사교육 업자를 위한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 비중이 축소되면서 사교육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고 시장 규모도 축소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에 비해 학종이 공정하지 않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본인이 환산점수 0.01점 차이로 떨어졌다면 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수능은 기회와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정도가 그 어떤 전형보다 심각하다.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이 얼마나 계층 이동의 통로를 막고 있는지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이 이미 솔직하게 고백했다.
"(학종 도입 후 매년) 서울대학교에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 수가 전년도보다 늘어나 전국 800개교에서 실적을 냈다.(2017학년도 기준) 최근 3년간 합격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일반고 중 90개 고등학교가 새롭게 합격생을 배출했다. 3년간 합격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6개 군 지역에서도 합격생을 배출했다. 섬 지역에서도 2개교가 합격생을 배출했다. 수능 위주 정시 중심이었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기 힘들다."
"정시는 사교육과 재수에 부담 없는 교육 특구에서 실적을 내고 있다. 서울대 정시를 50%까지 확대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오히려 실적을 내는 일반고가 517개교 줄어들어 일반고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2017년 <베리타스>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 인터뷰)
2025년이면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2028학년도 대학입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치르는 첫 대학입시가 된다. 2025년 고1이 되는 대상은 2019년 현재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대입 사전 예고제가 4년으로 확정됐으니 늦어도 2023년 이 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일 때는 4년 후 2028학년도 대입선발 전형에 대한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년이다. 유은혜 장관의 교육부가 11월 학종을 포함한 대입체제 개편 방향과 고교서열화 해소 문제를, 어떤 절차와 과정을 밟으면서 해결할 것인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이면 지금부터 5년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그 기간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인 현 단계에서부터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는 다섯 가지 문제로 집약된다.
첫째, 교육과정 개편이다. 둘째, 고교서열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셋째,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넷째, 대입체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다섯째, 선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나씩 구체적 방법론과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 본다.
그래서 어떻게?
먼저 교육과정 개편 문제다. 현재의 '2015 교육과정'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교육과정 개편이 불가피하다. 교육과정 연구와 개발 그리고 고시와 교과서 집필까지를 염두에 둔 장기로드맵이 필요하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교과목별 성취기준만 제시하는 방안도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취기준도 학생들의 학습량을 검토해 대폭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취기준만을 제시하는 경우, 교육과정 운영권과 교재편성권은 전적으로 담당 교사에게 부여된다. 단위학교의 교과 회의에서는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교재나 학습자료를 자유롭게 편성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교과서 자유발행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고교서열화 해소 문제이다. 2024년까지 남은 5년 동안 일반고를 중심으로 하는 고교체제개편이 완료되어야 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탁 교육 기관으로 운영하면 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일반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여 위탁 교육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은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고 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자사고 폐지 관련 법정 공방도 2021년 이전까지 종지부를 찍게 되어 있다. 대법원까지 법리적 다툼이 계속되는 동안 시행령 삭제 혹은 개정을 통한 일반고로의 일괄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연차적인 재지정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고교서열화 문제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고교서열화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반고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셋째,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문제이다.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 의미인 동시에 우리 교육의 철학적 기조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내 옆자리의 친구는 '경쟁'과 '배제',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 되었다. 친구는 짓밟고 넘어서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이제는 과감하게 비교육적 현상이 지배하던 교육철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절대평가 전환은 '협력'과 '배려', '공정'과 '정의'의 교육철학을 교육공동체에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과 관련해 제기되는 허구적 논리들을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집값이 오른다거나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르게 된다는 식의 허구적 논리를 가차 없이 논박하여 그 허구성을 드러나게 해야 한다.
넷째, 대입체제를 개편하는 문제이다. 고교학점제 아래에서 학생선발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폐지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이후 첫 대학입시에서 변화된 지점이 될 것이다.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두 트랙으로 운영하면 된다. 재학생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진학할 수 있도록 유도함이 바람직하다. 수능은 졸업생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하면 된다. 재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수능시험을 덜어주기만 해도 엄청난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당장에 나타날 것이다. 동시에 가계 사교육비 지출 억제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이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방식을 통해 선발하게 될 것이다.
학생 선발에는 철학이 있어야
다섯째, 선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에겐 수능시험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만도 엄청난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내신 절대평가 환경에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거치도록 입학전형을 설계할 것이다. 1단계 서류평가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정량적 평가를 통해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하면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는,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해서, 정성적 평가로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한다.
두 전형 모두 2단계 면접 평가는, 수능을 배제한 상태에서,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에 국한하여 수험생과 토론할 수 있다는 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면접장면에서는 영상이든 음성이든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그래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전형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절차를 거쳤음에도 역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제3의 평가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해당 학생의 평가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도 학생 선발권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는 대신에 대학이 지녀야 할 책무성도 깊이 자각해야 한다. 학생선발의 책무성이란, 점수 1점 2점 높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매몰된 채 애쓰는 것보단, 대학이라는 교육공동체를 구성할 때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공동체를 구성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교육공동체 안에서 학생들은 나와 서로 다른 점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고 하는 동료효과(peer-effect)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학의 학생선발에는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줄 때 학생들의 성장이 극대화될 것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나와 다른 계층과 환경 그리고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생선발의 철학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 다섯 가지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책이다. 단기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닌 공정하지 못한 요소를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우선 모든 학생에게 두루 입력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가의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살펴보고 모든 교과목 담당교사들이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을 입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기준 교사의 수업시수를 주당 12시간 이하로 법제화해야 하는 문제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외에도 전형 설계 과정에서 복수의 평가자와 단계별 전형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지, 고교등급제와 같은 비교육적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의 문제도 깊이 있게 점검하고 우선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제안보다 앞서야 하는 가치는 바로 '사회적 신뢰'라는 소중한 자본이다.
▣ '대입제도 개선' 관련 기사 보기 ☞ '정시'가 교육 망친다? 교육부가 국민 뜻 무시 http://omn.kr/1l8br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에 비해 학종이 공정하지 않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본인이 환산점수 0.01점 차이로 떨어졌다면 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수능은 기회와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정도가 그 어떤 전형보다 심각하다.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이 얼마나 계층 이동의 통로를 막고 있는지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이 이미 솔직하게 고백했다.
"(학종 도입 후 매년) 서울대학교에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 수가 전년도보다 늘어나 전국 800개교에서 실적을 냈다.(2017학년도 기준) 최근 3년간 합격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일반고 중 90개 고등학교가 새롭게 합격생을 배출했다. 3년간 합격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6개 군 지역에서도 합격생을 배출했다. 섬 지역에서도 2개교가 합격생을 배출했다. 수능 위주 정시 중심이었다면 이런 일들은 일어나기 힘들다."
"정시는 사교육과 재수에 부담 없는 교육 특구에서 실적을 내고 있다. 서울대 정시를 50%까지 확대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오히려 실적을 내는 일반고가 517개교 줄어들어 일반고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 (2017년 <베리타스>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 인터뷰)
2025년이면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2028학년도 대학입시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치르는 첫 대학입시가 된다. 2025년 고1이 되는 대상은 2019년 현재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대입 사전 예고제가 4년으로 확정됐으니 늦어도 2023년 이 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일 때는 4년 후 2028학년도 대입선발 전형에 대한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년이다. 유은혜 장관의 교육부가 11월 학종을 포함한 대입체제 개편 방향과 고교서열화 해소 문제를, 어떤 절차와 과정을 밟으면서 해결할 것인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이면 지금부터 5년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그 기간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인 현 단계에서부터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는 다섯 가지 문제로 집약된다.
첫째, 교육과정 개편이다. 둘째, 고교서열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셋째,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넷째, 대입체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다섯째, 선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나씩 구체적 방법론과 실천적 대안을 제시해 본다.
그래서 어떻게?
▲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 2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특권학교, 차별교육 반대!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폐지-일반고 전환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
ⓒ 권우성 |
먼저 교육과정 개편 문제다. 현재의 '2015 교육과정'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교육과정 개편이 불가피하다. 교육과정 연구와 개발 그리고 고시와 교과서 집필까지를 염두에 둔 장기로드맵이 필요하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교과목별 성취기준만 제시하는 방안도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취기준도 학생들의 학습량을 검토해 대폭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취기준만을 제시하는 경우, 교육과정 운영권과 교재편성권은 전적으로 담당 교사에게 부여된다. 단위학교의 교과 회의에서는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교재나 학습자료를 자유롭게 편성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교과서 자유발행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고교서열화 해소 문제이다. 2024년까지 남은 5년 동안 일반고를 중심으로 하는 고교체제개편이 완료되어야 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탁 교육 기관으로 운영하면 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일반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여 위탁 교육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은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고 전환이 가능하다.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자사고 폐지 관련 법정 공방도 2021년 이전까지 종지부를 찍게 되어 있다. 대법원까지 법리적 다툼이 계속되는 동안 시행령 삭제 혹은 개정을 통한 일반고로의 일괄전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연차적인 재지정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고교서열화 문제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고교서열화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반고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셋째,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문제이다.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 의미인 동시에 우리 교육의 철학적 기조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내 옆자리의 친구는 '경쟁'과 '배제',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 되었다. 친구는 짓밟고 넘어서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이제는 과감하게 비교육적 현상이 지배하던 교육철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절대평가 전환은 '협력'과 '배려', '공정'과 '정의'의 교육철학을 교육공동체에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과 관련해 제기되는 허구적 논리들을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집값이 오른다거나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르게 된다는 식의 허구적 논리를 가차 없이 논박하여 그 허구성을 드러나게 해야 한다.
넷째, 대입체제를 개편하는 문제이다. 고교학점제 아래에서 학생선발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폐지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이후 첫 대학입시에서 변화된 지점이 될 것이다.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두 트랙으로 운영하면 된다. 재학생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진학할 수 있도록 유도함이 바람직하다. 수능은 졸업생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하면 된다. 재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 수능시험을 덜어주기만 해도 엄청난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당장에 나타날 것이다. 동시에 가계 사교육비 지출 억제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이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 방식을 통해 선발하게 될 것이다.
학생 선발에는 철학이 있어야
▲ 한 학생이 밤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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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선발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에겐 수능시험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만도 엄청난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내신 절대평가 환경에서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은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거치도록 입학전형을 설계할 것이다. 1단계 서류평가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정량적 평가를 통해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하면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는, 교과와 비교과를 종합해서, 정성적 평가로 1단계 합격자를 선발한다.
두 전형 모두 2단계 면접 평가는, 수능을 배제한 상태에서,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에 국한하여 수험생과 토론할 수 있다는 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면접장면에서는 영상이든 음성이든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그래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전형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절차를 거쳤음에도 역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제3의 평가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해당 학생의 평가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도 학생 선발권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는 대신에 대학이 지녀야 할 책무성도 깊이 자각해야 한다. 학생선발의 책무성이란, 점수 1점 2점 높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매몰된 채 애쓰는 것보단, 대학이라는 교육공동체를 구성할 때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공동체를 구성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교육공동체 안에서 학생들은 나와 서로 다른 점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고 하는 동료효과(peer-effect)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학의 학생선발에는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줄 때 학생들의 성장이 극대화될 것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나와 다른 계층과 환경 그리고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생선발의 철학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 다섯 가지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책이다. 단기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지닌 공정하지 못한 요소를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우선 모든 학생에게 두루 입력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가의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살펴보고 모든 교과목 담당교사들이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을 입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기준 교사의 수업시수를 주당 12시간 이하로 법제화해야 하는 문제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외에도 전형 설계 과정에서 복수의 평가자와 단계별 전형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지, 고교등급제와 같은 비교육적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의 문제도 깊이 있게 점검하고 우선 해결해야 한다. 이 모든 정책제안보다 앞서야 하는 가치는 바로 '사회적 신뢰'라는 소중한 자본이다.
▣ '대입제도 개선' 관련 기사 보기 ☞ '정시'가 교육 망친다? 교육부가 국민 뜻 무시 http://omn.kr/1l8br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경원은 하나고 해직교사(2017년 복직)였습니다. 올해부터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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