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에 대한 위한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인터넷에서 'ㄴㅌ'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ㄴㅌ가능', 'ㄴㅌ병원'이 뜬다. 현재 불법인 임신중절 관련 정보를 음지에서 찾아본 사람들의 흔적이다.
4월 11일 오후 2시 이후, 이 풍경은 달라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날 스스로 낙태를 선택한 경우 처벌(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 원 이하)하는 형법 269조 1항과 의사 등이 당사자 의뢰로 낙태하는 것을 금지(징역 2년 이하)한 27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2012년 첫 판단이 나온 지 7년 만이다.
7년 전엔 4대 4
2014년 9월 광주광역시 한 병원에서 임신중절수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 강아무개씨는 형법 270조를 어긴 혐의로 2016년 기소됐다. 하지만 그는 이 조항 등 현행 법이 임신 3개월 이내의 낙태를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17년 2월 8일 헌법소원을 냈다.
그보다 먼저 낙태죄를 헌재 심판대에 올린 사람은 송아무개씨다. 조산사였던 그는 임신 6주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형법 270조 전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년 뒤, 헌재는 4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했지만 위헌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은 207조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전, 임부의 낙태 선택 자체를 금지한 269조의 정당성부터 판단했다. 이들은 이 조항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므로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라고 했다. 태아는 성장 상태를 떠나 생명권의 주체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또 당시에도 암암리에 낙태가 이뤄지는데,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규제를 완화하면 낙태가 더 만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므로 조산사 등이 낙태를 돕는 것을 금지한 270조 역시 합헌이라고 했다.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가 여성의 몸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다른 만큼 임신 초기(12주 이내)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여지가 큰데 낙태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실제로 낙태 규제와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이 법률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받는 피해가 더 크다고도 판단했다.
네 재판관은 같은 이유로 270조 역시 위헌이라고 했다. 이동흡 재판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초기 낙태가 충분한 고민 뒤에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는 보충의견까지 냈다.
달라진 여론, 달라진 헌재
2019년의 헌재는 어떤 결론을 내놓을까. 법의 해석과 적용은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국 사회는 여성의 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여론조사 리얼미터가 2010년 2월 5일 실시한 낙태 허용 여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1%는 반대 뜻을 밝혔다. 2017년 11월 1일 리얼미터가 다시 물었을 때 응답자의 51.9%는 낙태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2017년 9월에는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한 달 만에 23만5372명이 참여하자 정부는 그 후속대책으로 2010년 이후 중단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했다. 2018년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75.4%)이 형법 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 15일 헌재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침묵했던 2012년과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낸 최종 권고문에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며 낙태죄 폐지를 주문했다.
헌재 구성도 변화의 가늠자다. 2012년 낙태죄를 처음 심판한 헌법재판관들은 모두 임기가 끝났다. 이 사건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 그와 함께 4월 18일 퇴임하는 서기석 재판관은 낙태죄를 두고 공개의견을 낸 적은 없지만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다.
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남석 헌재 소장은 임신 초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이은애(김명수 대법원장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은 낙태 허용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은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은 청문회 등에서 낙태죄 폐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낙태죄를 위헌이라 할 수 있는 정족수에 못 미친다. 5대 2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이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종석 재판관은 자유한국당 추천을 받았다. 두 재판관은 청문회 등에서 낙태에 어떤 의견인지 말하지 않았다.
4월 11일 오후, 이들은 어느 쪽에 설까. 그리고 검색어 'ㄴ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보다 먼저 낙태죄를 헌재 심판대에 올린 사람은 송아무개씨다. 조산사였던 그는 임신 6주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형법 270조 전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년 뒤, 헌재는 4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팽팽했지만 위헌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은 207조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전, 임부의 낙태 선택 자체를 금지한 269조의 정당성부터 판단했다. 이들은 이 조항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므로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이라고 했다. 태아는 성장 상태를 떠나 생명권의 주체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또 당시에도 암암리에 낙태가 이뤄지는데,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규제를 완화하면 낙태가 더 만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므로 조산사 등이 낙태를 돕는 것을 금지한 270조 역시 합헌이라고 했다.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가 여성의 몸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다른 만큼 임신 초기(12주 이내)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여지가 큰데 낙태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실제로 낙태 규제와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이 법률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받는 피해가 더 크다고도 판단했다.
네 재판관은 같은 이유로 270조 역시 위헌이라고 했다. 이동흡 재판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초기 낙태가 충분한 고민 뒤에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는 보충의견까지 냈다.
달라진 여론, 달라진 헌재
▲ 지난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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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헌재는 어떤 결론을 내놓을까. 법의 해석과 적용은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국 사회는 여성의 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여론조사 리얼미터가 2010년 2월 5일 실시한 낙태 허용 여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1%는 반대 뜻을 밝혔다. 2017년 11월 1일 리얼미터가 다시 물었을 때 응답자의 51.9%는 낙태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2017년 9월에는 '낙태죄를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한 달 만에 23만5372명이 참여하자 정부는 그 후속대책으로 2010년 이후 중단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했다. 2018년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3명(75.4%)이 형법 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월 15일 헌재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침묵했던 2012년과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낸 최종 권고문에서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며 낙태죄 폐지를 주문했다.
헌재 구성도 변화의 가늠자다. 2012년 낙태죄를 처음 심판한 헌법재판관들은 모두 임기가 끝났다. 이 사건 주심인 조용호 재판관, 그와 함께 4월 18일 퇴임하는 서기석 재판관은 낙태죄를 두고 공개의견을 낸 적은 없지만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다.
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남석 헌재 소장은 임신 초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이은애(김명수 대법원장 추천)·이영진(바른미래당 추천) 재판관은 낙태 허용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은 판사 시절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은 청문회 등에서 낙태죄 폐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진보 성향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낙태죄를 위헌이라 할 수 있는 정족수에 못 미친다. 5대 2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이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종석 재판관은 자유한국당 추천을 받았다. 두 재판관은 청문회 등에서 낙태에 어떤 의견인지 말하지 않았다.
4월 11일 오후, 이들은 어느 쪽에 설까. 그리고 검색어 'ㄴ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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